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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되면 누가 1당이냐는 끝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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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분당되면 누가 1당이냐는 끝난 게임"

<인터뷰> 중도파 강운태 의원, “대타협 가능"

신당을 둘러싼 민주당 신-구주류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는 물론 ‘구주류 5적’이니 ‘신당 6적’이니 하며 감정 대립의 수위도 이미 돌아서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1주일간 갖기로 한 시한부 물밑 협상이 양측을 잇는 유일한 끈이다.

‘선 개혁, 후 통합신당’이라는 조정안을 들고 부단히 양측을 오가며 막후 절충을 도모하고 있는 중도파의 강운태 의원은 18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힘들지만 (타협)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입을 뗐다.

***“분당되면 누가 1당이냐는 끝난 게임”**

강 의원은 신당 논란이 극단적인 폭력사태로까지 치닫게 된 원인 제공자로 신주류 강경파를 지목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사람 이름까지 거론해서 인적청산을 말해놓고, 지금 와서는 개인의견에 불과한데 뭐가 대단하냐고 하지만 당하는 사람으로 봐서는 그게 아니다”라며 “최초 서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도록 원인을 제공한 쪽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남지역에 가서 탈호남을 얘기했고 이것이 호남의 민심을 크게 자극했다.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라며 신주류의 ‘탈호남, 동교동 배제’ 논리를 크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영남권 의석 확보를 통한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탈 호남’이 아니라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제도를 통한 방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편 “현실적으로 당 밖에서 내년 총선을 향한 정치세력의 움직임이 있고 그런 분들 가운데 상당 부분 우리와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통합신당이 필요한 이유”라며 “그런데 원천적으로 신당 자체는 말도 끄집어 내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 역시 온당하지 못하다”고 민주당 기득권 사수를 주장하는 구주류를 동시에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어 “내년 총선전략 차원에서도 분당은 공멸”이라며 “분당이 실제화되면 누가 1당이냐는 끝난 게임이고 2당을 놓고 개혁신당과 민주당이 겨루는 꼴이 된다”고 ‘분당 불가’ 원칙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양측의 극단적인 20명씩을 제외하고 보면 약 60명 정도는 전부 (중도적 입장과) 비슷한 견해”라며 “10명 이내의 사람이 당을 빠져나간 것 까지 분당으로 본다면 그런 가능성은 꽤 있지만 20명 이상이 나가서 당이 쪼개지는 분당은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관련 입장 표명에 대해 “미리 진지하게 자기 뜻을 얘기하고 (신당 논의가) 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잡는 차원에서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시기를 상실했다”며 노 대통령이 관망적 태도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10석을 얻더라도 전국정당을 지향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부산출신 대통령으로서 영남지역에 현역국회의원을 만들고자 하는 폭넓은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특정 입장과 연관지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현재 양측 모두 독선과 아집에 빠져있어 걱정스럽다”며 “마음을 비우면 대타협을 못할 게 뭐가 있느냐”며 신-구주류의 ‘역지사지’를 당부했다.

***“개혁신당이냐 통합신당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먼저 정하자”**

강 의원이 주장하는 중도파의 조정안은 당 개혁안을 우선 마련하고 외부세력과 함께 민주당 외부에 신당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신당과 민주당이 당대당 통합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완전한 개혁신당을 주장하는 신주류와 민주당의 틀을 깰 필요가 없다고 보는 구주류는 조정안에 자체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강 의원은 ‘선(先) 진로결정’이라는 새로운 절충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리모델링, 통합신당, 개혁신당이라는 세가지 진로를 놓고 가장 합리적이고 모든 정파가 완벽하게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정하는” 방식의 새로운 협상안을 신-구주류 양측에 던져놓았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강 의원은 구체적인 방법을 밝힐 수는 없는 단계라고 전제했으나, “여론조사도 있을테고,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투표하는 방법도 있을테고, 당원과 대의원을 샘플링 하는 방법도 있다”며 “이 같은 방법을 합의해 놓고 승복하기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형태의 ‘세 대결’로 치달을 수 있고, 여론 지지율 등 상황논리에 따라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무산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엿보이나, 더 이상의 생산적인 안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민주당의 현재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강 의원은 “진실로 국민을 생각하고 당을 생각한다면 대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을 버리지 않았다.

다음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 전문.

***“분당은 공멸이다”**

프레시안 : 타협의 여지가 좀 있는건가.
강운태 : 힘들다. 아주 힘들지만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불신과 오만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 한마디로 당신들 아니어도 할 수 있다는 자만, 나는 괜찮다는 자만이 깔려 있어서 문제 해결이 상당히 어려운데, 타협할 때 타협하고 양보할 때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용기가 아니겠나. 자기주장만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왜 그렇게 해야겠나. 정치의 근본은 국민이고 국민들이 민주당이 깨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역할을 잘해주기를 원한다. 정치의 존립근거인 국민의 바람이 그럴진대 그것을 쫒아가야한다. 지금은 서로 국민앞에 부끄러울 줄 모른다.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프레시안 : 타협의 원칙은 무엇인가.
강운태 : 세가지의 공감대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첫째는 당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그것은 국민들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고 정치발전을 후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5년동안 집권당 노릇 잘 하라고 표를 줬는데 당을 깨서야 되겠나.

둘째는 민주당이 비록 한나라당보다는 지지도가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도 바뀌어야 한다. 보다 더 개혁적인 모습, 국민들의 폭넓은 참여가 보장되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 번째는 민주당의 해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위 민주당의 법통을 끊어버리는 해체와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은 온당치 않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민주당을 보고 표를 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1~2백년 가는 정당도 있다. 하기에 우리의 경우에는 정부가 교체될 때 마다 정당을 새로 만드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는 민주당 당원이 2백만이 넘는데, 그 당원들이 새로운 신당으로 갈 방법이 없다. 민주당을 해산해버리면 정당법상 당원의 권리와 의무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정당에서 가장 큰 자산은 건물이나 현금이 아니라 당원이다. 이 소중한 자산을 없애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그래서 민주당 해체를 통한 신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중도파가 내놓은 조정안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강운태 : 일단 중도 모임에서 내 놓은 방안은 3단계 추진안이다. 제1단계는 개혁안을 먼저 마련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이 추구하는 정강정책, 이념, 당의 지배구조, 지구당위원장 선출방법, 국회의원 공천 시스템 등을 먼저 정하자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있는 이유는 인적청산에 대한 의구심, 특정 그룹을 배제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한 오해나 걱정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의 틀을 만들어놓으면 똑같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의심하고 배제하고 할 것이 없다.

제도의 틀을 마련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중앙당 슬림화, 원내 정책정당화, 당원의 권리 실질적으로 부여해 기간당원제를 육성하고,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포기, 상향식 공천 등의 큰 흐름은 잡혀있다. 이런 흐름을 말이 아니라 제도로 확정하자는 것이다.

2단계는 그러한 개혁의 취지와 기본 틀에 공감하는 외부의 세력과 함께 외부에 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 신당과 민주당이 당대 당 합당을 하는 방식으로 통합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통합신당에서 모든 지구당위원장은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일괄 사퇴를 하고 일정기간 후에 이미 만들어진 제도에 의해서 지구당위원장 겸 이번에 한해서는 17대 총선 후보를 상향식으로 뽑자는 것이다.

3단계는 2단계가 되지 않았을 때의 경우다. 외부 인사를 개별적으로 영입해서 당명을 바꾸는 대폭적인 개혁을 하는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이다.

프레시안 :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뭔가.
강운태 : 많은 분들을 접촉을 했다. 어제도 접촉했고 오늘도 접촉할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보기엔 많은 분들이 아직도 조정안에 공감을 한다. 그런데도 완전한 합의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아보인다.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우선 번거롭다고 한다. 당 밖에 무슨 당을 만들어서 그 당하고 또 무슨 통합이냐고 한다. 또 외부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우리하고 좀 맞지 않는 분들도 있는데 굳이 그런 분들까지 함께 싸안을 필요가 뭐가 있냐고 한다. 일정부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외부에 있는 전문가집단, 합리적 개혁세력의 적지않은 분들은 민주당의 이름 하에 민주당에 들어오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는다. 민주당을 그대로 놔둔다면 함께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런 분들이 실존하고 있다. 그 분들에 대한 일종의 징검다리 차원에서도 좀 더 적극적이고 개혁적인 모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통합신당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당을 주장하는 분들 중에 일부는 여전히 제대로 하려면 당을 완전히 없애고 백지상태에서 신당을 만들어야지 통합신당은 좀 미온적이지 않느냐고 말한다. 소위 ‘개혁신당’을 주장하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 그룹이 내 놓은 안은 전체가 공감하고 합의해야만 성립하는 안이다. 일부가 강하게 거부하면 온전한 대타협안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당 진로를 먼저 결정하자”**

프레시안 : 만약에 1주일이라는 조정기간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준비된 복안이 있나.
강운태 : 일단 타협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정안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가 있다. 대략 오늘 중에 그런 결론이 날 것으로 보는데, 그렇게 되면 제 2의 대안을 내려고 한다. 골격만 얘기하자면 선 진로결정이 된다.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먼저 결정하자는 것이다. 3단계 추진론은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해 제시한 것이고, 지금 얘기하는 것은 원점으로 되돌아와서 과연 민주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진로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진로는 크게 보면 세 가지 아닌가. 하나는 리모델링, 또 하나는 통합신당, 그리고 개혁신당이다. 이 세가지 진로를 놓고 가장 합리적이고 모든 정파가 완벽하게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정하자는 것이다. 리모델링이냐 통합신당이냐 개혁신당이냐를 먼저 정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정해진 후에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들어가는 방식이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난항을 겪게 된 것도 사실상 그런 부분에서 합의가 안됐기 때문 아닌가. 문제는 진로를 결정하는 방법론과, 결정된 사항에 대한 승복을 강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그렇게 보면 달라진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강운태 : 지금까지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주워담아 보니 공통점은 개혁이라는 것이고, 그러니 개혁안을 먼저 만들어서 통합신당을 해보자는 것이고 안되면 리모델링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세 가지 제각각의 주장을 꿰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에도 끝내 대타협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세가지 방법중에 어떤 것이 옳은지를 먼저 정하자는 것이다.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절차와 방법을 먼저 정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정하는 방법인데, 완벽하게 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방법을 가지고 금명간 다시 협의를 들어가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방법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 방법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강운태 : 양측의 대표자들을 접촉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완전하게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낼 것이다. 여론조사도 있을테고,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투표하는 방법도 있을테고, 당원 대의원을 샘플링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 방법을 합의를 해 놓고 승복하기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이견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차후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상은 얘기하기 곤란하다. 조만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프레시안 : 새로운 안을 가지고 양측을 만나봤나. 반응이 어땠나.
강운태 :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입을 뗐다. 자기들도 내부적으로 조율을 해야 할테니까 조만간 반응이 나올 것이다.

프레시안 : 방법론에 대한 합의와 더불어 감정의 골도 상당히 깊게 패인 듯하게 보여 함께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운태 : 그렇다. 진실로 국민을 생각하고 당을 생각한다면 대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감정이 앞서고 오만 아집 독선으로 흐르면 당이 깨지는 것 아니겠나.

프레시안 : 신주류 구주류의 갈등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책임의 경중을 따지자면 어느쪽에 더 비중이 있다고 보나.
강운태 : 중재하는 입장에서 굳이 책임의 경중을 밝히기는 뭣하다. 하지만 최초 서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도록 원인을 제공한 쪽에 책임이 일정정도 있다고 봐야한다. 구체적으로 사람 이름까지 거론해서 인적청산을 말해 놓고 지금와서는 개인의견에 불과한데 뭐가 대단하냐고 하지만 당하는 사람으로 봐서는 그게 아니지 않나. 그런 아쉬움이 있다.

전체적으로 양측에서 모두 내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진로결정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진로결정에 대한 새로운 안 역시 1주일이라는 물밑협상 기간내에 해결을 보겠다는 것인가.
강운태 : 물론이다.

프레시안 : 새로운 안까지 절충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강운태 : 진로결정 까지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 새로운 안을 다음주에 당무회의에 회부를 하고 조만간 결정을 할 생각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론을 정했는데도 그마저 싫다고 한다면 그 세력은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나가야지 어떻게 하겠나.

***“총선전략 차원에서도 분당은 공멸”**

프레시안 : 신주류는 신당 추진에 특정세력의 배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구주류는 기존 민주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기 싫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감정대립과 더불어 근본에 깔린 이해관계의 차이로 봐야 할 것 같은데.
강운태 : 신주류는 성급했다. 신당 논의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나왔다.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당이다. 물론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에 찍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에는 이론이 있겠지만, 대선 이후 여론조사를 보면 단일후보였기 때문에 찍었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민주당 후보였기 때문에 찍었다고 했다. 세 번째는 노 후보의 개인적인 능력이 젊은층에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승리한 정당을 없애자고 하니까 성급한 부분이 있었다.

저간의 사정이 무엇인가. 거기엔 특정지역 배제나 동교동계 인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의 의도가 숨어있는 듯 한 모습으로 지속됐다. 급기야 영남지역에 가서 탈호남을 얘기했다. 이것이 호남의 민심을 크게 자극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지역감정의 조장이다. 더구나 영남지역에서 탈호남을 말한다는 건 뭔가 호남을 배제하려 한다는 듯한 느낌을 영남지역에 심어주려 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위 아닌가.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다.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조금 빼고 영남을 조금 보태려고 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동교동계 인사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심으려 하는구나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것이 오늘의 사태를 어렵게 한 근본 원인이었다.

또 그동안 ‘정통모임’에 속한 분들은 원천적으로 신당은 싫다고 나온다. 그러나 내가 객관적으로 볼 때, 대폭적인 영입과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당 밖에서 내년 총선을 향한 정치세력의 움직임이 있고 그런 분들 가운데 상당부분 우리와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통합신당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그런데 원천적으로 신당 자체는 말도 끄집어 내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 역시 온당하지 못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외부세력과의 통합을 말했는데,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면.
강운태 : 전문가집단을 우선 들 수 있다. 정치에 뜻을 둔 교수 변호사 법조계 직능단체 공직자 출신 등에 속한 분들이다. 또 다른 그룹은 부산의 정치개혁추진모임 등 정치개혁을 중심적으로 추진하는 세력이다. 이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리와 정당을 하나 만들면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개혁당은 어떤가.
강운태 : 그쪽에서 함께하기를 원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먼저 어떤 정당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당의 지배구조와 골격을 확정한 후 거기에 동의하고 함께하자고 한다면 우리가 거부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프레시안 : 신당 논란이 불거진 배경으로 돌아가서 따져보면, 결국 민주당 간판으로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 아닌가.
강운태 : 그런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재 민주당으로도 당이 단합해서 하나가 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도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변화에 둔감한 정당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서 변화에 적극적인 민주당이 좀 더 지지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변수는 민주당이 분당해서 개혁신당이 만들어지면, 그 분들의 지지층과 민주당의 지지층이 겹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통합으로 가는 게 좋다. 총선전략 차원에서도 분당은 공멸이다. 분당이 실제화되면 누가 1당이냐는 끝난 게임이고 2당을 놓고 개혁신당과 민주당이 겨루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참여정부가 하려는 국정의 여러과제도 물 건너간다. 그런 결과가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인다.

프레시안 : 앞서 지역 얘기를 좀 했는데, 호남이라는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호남 의존도를 줄이더라도 전국정당화를 꾀할 것이냐의 갈등도 총선 전략상의 이해관계가 아닌가.
강운태 : 크게 잘못된 접근이다. 선거때만 되면 광주에 가서, 호남에 가서 표 좀 달라고 한다. 그렇게 호남의 지지를 매번 받아서 성장한 게 민주당이다. 이제와서 호남민들에게 우리당 표 좀 덜달라는 말이 되는 말인가. 또 민주당은 호남당이 아니라고 본다. 호남은 물론이고 서울 경기, 강원도, 충남, 제주에 이르기까지 1당 아니면 근소한 차이로 2당이다. 다만 영남에서 국회의원이 없을 뿐이다. 그 대신 우리는 영남지역에서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통령의 역할에 비춰볼 때 국회의원 몇 사람에 비하겠나.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민주당이 전국정당이 아니라고 하나.

다만 앞으로 영남지역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것도 당위다. 그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해야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지역에서 특정당의 독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중대선거구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우리당에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노력을 전혀 안하고 있다. 그 점은 당 지도부에 상당히 불만이다.

프레시안 : 제도적인 부분은 한나라당과의 합의가 필요하고, 신당 논의와는 별개로 진행되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강운태 : 내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본 바로는 전국 동시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하는 혼합형에 대해선 개별적인 동의도 나온다. 그렇게 볼 때 중대선거구제를 하려는 노력을 우리가 해야하는 것이고, 그게 정히 어렵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도 해서 한 정당이 특정지역의 2/3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이렇게 나가야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호남을 향해서 탈호남, 호남 배제라는 말을 하는 것은 호남민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사는 호남출신 국민들이 느끼는 심정은 어떻겠나. 그런말을 하면 할수록 민주당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그런 말을 몇 사람이 자꾸 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사태가 악화된 것이다.

프레시안 : 강 의원은 민주당이 지금도 전국정당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호남 의존도를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에 대한 호남 기득권은 유지한 채 외연을, 구체적으로는 영남권 진출을 확장하자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보인다.
강운태 : 어느 정당이나 지지계층이나 지역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을 봐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계층이나 지역에 대해선 고마움과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열세지역에서 만회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통합신당이다. 그건 민주당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그래서 내가 속한 모임 이름이 개혁과 통합을 위한 모임이다.

프레시안 : 마찬가지로 개혁과 통합을 얘기하고 있는 김근태 의원이나 조순형 의원 등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분들과도 직접적인 접촉을 갖고 있나.
강운태 : 그 분들은 원론만 얘기한다.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나는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양쪽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분들도 기본적인 생각은 같다.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개혁’과 흩어지면 죽는다는 ‘통합’이라는 골격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찬성한다. 다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수단에는 아직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 것 같다.

프레시안 : 강 의원의 아이디어에 대한 견해는 들어봤나.
강운태 : 아이디어만 가지고 개별적으로 깊이있는 대화는 나눠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공감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 내가 급한 게 신당모임과 구주류 정통모임을 만나서 하는 게 우선이니까.

프레시안 : 한화갑 전 대표가 분당 후 정책연합을 얘기하기도 했는데.
강운태 : 그것은 지금 얘기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먼 훗날 만약에 분당이 된다면 그때야 해 볼 수 있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말일 것이다. 지금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프레시안 : 타협의 가능성보다 최악의 경우 분당으로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물어보는 것이 상황 진단에 빠를 것 같다. 단순한 질문이지만, 분당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강운태 : 글쎄. 분당의 개념이 중요하다. 10명 이내의 사람이 당을 빠져나간 것 까지 분당으로 본다면 그런 가능성은 꽤 있다. 그렇지 않고 20명 이상이 나가서 당이 쪼개지는 분당은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본다.

프레시안 : 중도파는 세가 어느정도 된다고 보나.
강운태 : 김근태 조순형 의원들도 모두 중도파라고 봐야 한다. 양측의 극단적인 20명씩을 제외하고 보면 약 60명 정도는 전부 비슷한 견해다.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않아서 그렇지, 개별적으로 대화를 해 보면 다 그렇다.

프레시안 : 분당 사태가 올 것을 가정하고 개인적인 거취를 고민해 본 적이 있나.
강운태 : 지금까지 나는 분당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기 때문에 분당은 안된다고 본다.

***“盧, 신당 논란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에 관한 의중을 간혹 내비치기도 한다.
강운태 : 왜 노 대통령이라고 의중이 없겠나. 그동안 관망하는 태도를 취해 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노 대통령이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당정분리원칙이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도 당에 영향력이 큰 당원으로서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의견을 얘기하려면 당이 이렇게 극단으로 대립하기 전에 진작 했어야 한다. 미리 진지하게 자기 뜻을 얘기하고 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잡는 차원에서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시기를 상실했다. 지금은 양 극단의 세력이 있는데, 잘못 얘기하면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셈이다. 그러면 곧 분당으로 가게 된다. 따라서 상황이 기왕 이렇게 됐으니 가만 있는게 좋다고 본다.

프레시안 : “10석을 얻더라도 전국정당을 지향해야한다”고 말한 부분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강운태 :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편중된 지역구도 타파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영남지역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설령 통합신당이 안되고 리모델링으로 간다 하더라도, 부산출신 대통령으로서 삼고초려라도 해서 당선될만한 사람을 영입해서 현역국회의원을 만들고자 하는 폭넓은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본다.

프레시안 : 논란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강운태 : 그러려면 서너달 전에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늦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신-구주류 양측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하고 마무리짓자.
강운태 : 진정한 지도자는 타협할 때 타협하고 양보할 때 양보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양측 모두 다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있어서 걱정스럽다. 빨리 그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러면 대타협을 못할 게 뭐가있나. 자기 주장대로 되야만 1백점이 아니다.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렇게도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가 지금은 가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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