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8일 "금융부실은 정부가 나서서 하겠지만 기업의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이 책임지고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 금융기관이 책임지고 해달라"**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은행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국가경제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위기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기업에 대한 일상적인 평가와 감사기능을 잘 수행해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자금흐름의 선순환이 중요한 만큼 금융권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여해달라"면서 "그동안 구조조정을 잘 해왔는데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 건전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신용불량자들이 급증, 이들이 취직 등 사회활동이 제한되고 개인 역량이 위축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본인들의 잘못이지만 정부와 금융권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더불어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신동혁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 차원에서 여러가지 방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찬간담회는 낮 12시부터 1시간 50분간 진행됐으며 신동혁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시중은행장,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장과 지방은행장 등 모두 22명이 참석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이정우 정책실장, 조윤제 경제보좌관, 문희상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석주 조흥은행장도 참석했으나 조흥은행 파업에 대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윤 대변인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은행장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은행장을 모아놓고 말한다고 하면 잘못 전달돼 관치금융을 한다는 우려가 있어 ‘잘하는구나’ 그냥 보고만 있었다”면서 “격려하기 위해 초청하게 됐다. 자꾸만 정보지나 신문기사 등에 은행장 인사 얘기 끊임없이 나오더라. 지금 정부는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은행장들, 은행 신탁계정 비과세.방카슈랑스 확대 등 건의**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의 건의도 많았다.
윤병철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지난 5년간 금융계 구조조정으로 시스템이 발전했다. 더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책임경영체제가 자리 잡아야한다.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달라. 연기금이나 주식 투자 확대 등에 신경써달라”고 말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은행에 비해 증권시장 발달이 늦다. 증권 발전을 위해 은행 신탁계정 비과세 등 다양하게 활용해 증권과 은행이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창 중소기업은행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면 중소기업인들이 내수, 자금, 노사 문제 등에 대한 3.4분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IMF 이후 은행 입장에선 기업 대출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사업성이나 경쟁력 있는 기업이 자금 때문에 쓰러질까 우려된다. 중소기업도 워크아웃제도가 필요하고 신용보증제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기업금융의 위축보다 설비투자 위축이 더 문제다. 투자세 공제 확대, 저리 인센티브 등 설비투자에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주 전북은행장은 “M&A로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은 불안하다. 지방은행에 대한 육성 의지를 표명해달라. 정책자금 기금에 지방은행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에서 금융 중심은 단기과제로는 어렵다. 국제자본유입 등을 위한 법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 신속하고 투명한 신용평가제도가 필요하다. 방카슈랑스(은행, 보험 겸업)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현행법규 내에서 가급적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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