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탄 차에 관광객이 편지를 투척한 사건, 청와대에 벼락이 떨어져 연막탄이 터진 사건 등 잇단 내부정보 유출에 청와대가 관련자 색출에 나서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 대통령 일정과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들을 상대로 내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잇단 언론 보도의 정보는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다만 어제(16일) 낙뢰사건 보도는 비서실 사람들로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인 만큼 경호실 직원이 우선 내사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본적으로 중요한 내부 정보가 외부에 유출됐을 때 민정수석실에서 이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언론대책반' 등 별도 팀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잇따른 청와대 관련보도에 민감한 반응**
청와대 측에서 이같은 대응을 취하게 된 것은 최근 내부 관계자의 '발설'이 없고서는 도저히 알수 없는 내용들이 언론에 계속적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12일 '경호에 또 구멍...대통령 차에 수건 날라 들어와'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 4월25일 청와대 경내를 구경하던 한 할머니가 노무현 대통령이 탑승한 차에 수건을 던졌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 대변인은 다음날 "수건이 아니라 차 유리창이 열린 틈 사이로 비닐봉지에 싸인 편지를 던졌다"면서 "편지는 애국가 1절 가사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동아일보 보도 이후 대다수 일간지가 '탈권위를 중시하는 대통령 경호에 문제가 있다'는 논조의 기사를 실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를 특히 예민하게 만든 것은 이른바 '벼락 보도'였다.
동아일보는 16일자 '청와대에 벼락..장비 오작동 연막탄 폭발 소동'이란 기사에서 "지난 15일 청와대 경호실 담벼락에 벼락이 떨어져 그날 저녁에 녹지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음악회에 대비, 준비해놓았던 경호장비가 오작동하면서 연막탄이 터져 소동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벼락이 떨어진 장소가 청와대이고, 이날이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이었다는 미묘한 점때문에 세간에 묘한 해석을 낳으면서 청와대를 예민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윤 대변인은 16일 "15일 오후 2시경 청와대 외곽 삼청동쪽 산악지역에서 비상용 연막장비에 벼락이 떨어져 연막탄 1개가 터졌다"면서 "경호실 울타리에 벼락이 떨어져 경호장비가 오작동되면서 연막탄이 터진 것은 아니며 번개가 직접 연막탄에 떨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주말 노무현 대통령이 정윤재 민주당 부산 사상지구당 위원장, 최인호 해운대-기장갑위원장, 부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조성래 변호사 등 부산지역 인사 50여명을 초대해 모임을 갖는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청와대를 긴장케 했다. 주말 모임은 비공식으로 추진되던 일정이었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이 모임은 결국 부산일보에 의해 이날 대담내용이 확인보도되면서 또한차례 구설수를 야기했다. 노 대통령이 이들과 함께 한 14일 만찬 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밖에 나가면 안되지만..."이라고 보안유지를 당부하면서"(내년 총선에서) 내가 소속된 정당이 단 10석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정당을 지향한다면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부산일보가 보도하면서 신당 창당과 관련한 '노심(盧心)' 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노 대통령이 방미 때도 청와대로 '원 터치' 전화를 걸었으나 당직자들이 조는 바람에 통화가 안된 일이 보도돼 '내부 정보 유출'에 대한 논란이 한 차례 있었다.
***국무회의 등 배석자 수 줄이는 방안 검토**
이처럼 예민한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가 발설자등에 대한 내사에 들어가면서 '보안 강화'에 나서기에 이르른 것인데, 청와대 기획조정회의가 이와 관련, '토론 내실화와 의사결정 효율화'를 위해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 등의 배석자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국무회의의 경우 청와대측에서 비서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국민참여수석, 대변인, 국정기록비서관, 의전비서관 등이 배석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안건의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되 가능한 한 축소키로 했다. 또 수석.보좌관회의 배석 비서관과 행정관 범위도 줄이기로 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배석자 수 문제가 나왔지만 결론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측은 '회의의 효율성'을 위해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최근 언론보도와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청와대 보안조치와 관련, 보안조치가 대통령의 신변상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한 조처이나 작금의 정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산지역 인사들과의 회동이나 벼락 사건과 같은 일반 취재행위까지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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