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 계승'을 전제조건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극 지원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12일 KBS와의 대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한 것은 기본원칙이 옳은 만큼 대통령을 적극 지원해 남북간 평화와 화해협력이 진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민족화합의 열쇠는 결국 국민에게 있으므로 남북관계 등을 위해 위대한 결단을 내려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특검 반대 입장 재천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또 대북송금 특검수사와 관련, "국가와 우리 경제를 위해 수십년간 헌신한 사람들이 부정비리가 없는데도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는 데 대해 당시 책임자로서 가슴 아픈 심정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문제가 사법적 심사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소신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측 책임 크다. 그러나 대북봉쇄는 안돼"**
김 전 대통령은 또 남북관계 및 북핵 대책, 대미관계,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 등을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지금도 가슴 벅찬 감격을 금할 수 없지만 현실을 보면 여러가지 걱정도 되고 착잡한 심정"이라며 작금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핵문제와 관련,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길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추진중인 대북 봉쇄정책에 대해 "북한을 봉쇄해 봤자 옆에 러시아와 중국이 있어 지원하는데 어떻게 막겠느냐"면서 "대북봉쇄는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역사적으로도 봉쇄정책이 성공한 적이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도 "최근의 한반도 위기에는 북한측 책임이 크다"며 "북한하고 잘 하겠다는 남쪽 사람들을 궁지로 몰고 끌고 다니려 한다. 그러면 북한을 반대할 구실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꾸만 기회를 놓치고 남한 답방 약속도 지키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와야 정말로 남북이 교류하고 평화로 가는데 크게 기여할텐데..."라며 김 위원장의 약속 불이행을 비판했다.
그는 '방북 때 김정일 위원장과 같은 차에 동승했을 당시 무슨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비행장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에 군중들의 환호에 일일이 답하고 회담을 앞둔 긴장감 때문에 특별한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나를 불러 놓고 군중들이 '김정일'을 연호해 다소 우습기도 했다"며 밀담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간 두 사람의 '차내 밀담'은 한나라당의 주된 공세 소재중 하나였다.
김 전 대통령은 대미관계에 대해 "미국은 우리에게 불가결한 우방인 만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등의 정책적 비판은 좋지만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등 반미로 가는 것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3시부터 소설가 김주영씨와 대담을 나눴고, 이 내용은 오는 15일 오후 8시 KBS '일요 스페셜'을 통해 1시간 동안 방영된다.
***상반된 여야반응**
긴장감을 갖고 김 전 대통령의 대담내용을 예의주시했던 청와대와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극 지원' 입장을 밝히자 크게 안도하며 이에 대한 화답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우선 청와대측은 금명간 노무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방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방문시기는 6.15 3주년이 되는 오는 15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대통령은 이와 함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곧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도 13일 당무회의를 열어 오는 25일 1차 수사기한이 만료되는 대북송금 특검수사의 기간 연장을 반대한다는 당 이름의 결의를 할 예정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 대담중 특검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이규택 총무는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김 전 대통령이 특검수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과 자신의 부하를 구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종희 대변인도 "당사자인 김 전 대통령은 국민적 관점에서 특검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특검수사를 방해하고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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