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0일 오전 동교동 사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 김 전 대통령의 쾌차를 기원하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방법론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이날 30분간 공개리에 진행된 김 전대통령과 박 대표간 회동에서는 '언중유골'의 공방도 있었다.
***DJ, "전라도가 앞장서 경상도 후보를 당선시켰는데..."**
박희태 대표는 지역갈등과 관련, "동서의 벽을 허물지 않으면 더 이상 정치가 발전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정치권에서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그것이 저의 일생 소원이었는데 저(제 임기) 때까지 그것을 이루지 못한 게 업적 중 부족한 것"이라면서 "(지난 대선에서) 전라도가 앞장서 경상도 후보를 당선시킨 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최근의 신당 논란과정이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의 표출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박 대표는 "그런 의미도 있지만, 경상도 출신이라기보다는 민주당 후보라는 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두 가지 다겠죠"라고 반박했다.
***비례대표제 공방**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 방법과 관련해서도 공방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비례대표제를 활용, 어느 한 당이 독식하지 못하고 상대당도 의석을 갖게 함으로써 서로 상대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토록 함으로써 정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선거구제도의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그러려면 비례대표제 의석을 늘려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기는 어렵다"며 "우리당이 (호남에서) 2등이나 하면 괜찮은데 3,4등하면 그런 비례대표제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양당제를 선호하므로 결국 민주당과 한나라당 두당이 1,2등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제도가 달라지면 투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박 대표는 "선거 한번 하고 나면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방법론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계속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지난번 난도 보내줬는데, 감사전화도 못해 결례를 했다"며 "여기서 1주일에 2-3회 투석치료를 받고 책이나 읽곤 한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게 "막중한 국사에 시달리다 보니 심신이 많이 피로하신 것 같다"며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으니 쾌차하시길 빈다" "건강이 회복되면 (자신의 지역구인) 남해에 한번 오시라"는 등 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특검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이 오가지 않았으나, 특검법을 주도한 박 대표가 특검 조사를 앞두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함으로써 우회적인 관계 개선 제스처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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