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방일 마지막 날인 9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 연설에서 유사법제와 관련 "불행했던 과거사를 상기시키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나올 때마다 한국 등 아시아 각국 국민은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고, 방위안보법제와 평화헌법 개정 논의에 대해서도 의혹과 불안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해서도 "과거는 과거대로 직시해야 하며 솔직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평가하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이므로 의원 여러분과 각계지도자들께 용기있는 지도력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극대응’ 여론 감안, 발언 수위 높여**
노 대통령은 유사법제와 관련 당초 원고에 있던 “방위안보법제와 평화헌법 개정 논의에 대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의혹과 불안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불안과 의혹이 전혀 근거없는 게 아니라면, 또는 과거에 얽매인 감정에만 근거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일본은 아직까지 풀어야 할 과거의 숙제를 다 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제 2년 후면 한일국교 정상화 40돌을 맞게 되는데 그때까지도 두 나라 국민들이 완전한 화해와 협력에 이르지 못한다면 양국 지도자들은 역사 앞에 부끄러움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사법제가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되고 자민당 총무회에서 ‘창씨개명 망언’이 이어진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국내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동행취재기자단과 조찬간담회에서 자신이 과거사 문제 언급을 피하려 했던 것을 설명하면서 “과거사 문제는 말하지 않기로 선택할 때부터 잘한 일인가 자문자답해야 했다”면서 “확고하게 성취해야할 일이 있어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으로 남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정치인이라서 여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처지여서 국내 여론이 더 무서웠다”면서 “그러나 여론에서 맞더라도 이 방향으로 가야 장기적으로 국가와 국민에 유익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盧 “21세기 동북아 시대 열어 나가자”**
노 대통령은 이날 중의원 연설에서 "한일관계의 미래는 양국이 어떠한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나는 그 공동의 목표로서 양국이 함께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열어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서울-도쿄간 셔틀 항공편 개설, 한국인에 대한 입국비자 면제 조기 추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추진,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부여 등에 대한 기대를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3박4일간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5시20분께 서울에 도착 귀국보고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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