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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지 중상 입고 구금돼

미얀마군부 매파의 공격, 지난달에는 총격까지 받아

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지난달 타고가던 차량이 괴한의 총격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군사정부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 과정에서 중상을 입고 재구금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를 분노케 하고 있다.

<사진: 아웅산 수지>

***총격...충돌...중상...재구금**

미얀마의 반체제 단체인 연합정부국민연대(NCGUB)는 지난달 30일 벌어졌던 충돌 과정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고 태국의 영자신문 네이션이 3일 보도했다.

수지 여사는 30일 미얀마 북부지역에서 있었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집회에서 NLD 지지자들과 군정 지지자들간의 유혈 충돌 사태가 벌어진 후 NLD 지도자 19명과 함께 수도 양곤으로 이송, 지난해 연금 해제후 일년여만에 또다시 구금됐다. 수지 여사는 충돌 사태의 와중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군정 당국은 이번 충돌에서 4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NLD측은 사망자가 17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지 여사는 현재 양곤의 한 정보기관 영빈관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군정 당국은 이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얀마 군정은 이번 사태를 빌미로 NLD 본부 사무실을 임시 폐쇄조치했고 8명의 NLD 최고위원을 가택연금했으며 각 대학과 고등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에 앞서 수지 여사는 미얀마 북부 사가잉 지역에서 괴한들에 의해 타고가던 차가 총격 세례를 받기도 했다. 수지여사는 NLD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연금 해제후 처음으로 미얀마 북부지역을 방문하고 있었다. 총격사태 발발전 미얀마 군정은 수지여사의 순회 연설이 정국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관영언론을 통해 맹비난한 바 있다.

***군부 강온 분열 속 '계획된 탄압'**

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미얀마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처럼 다시 탄압을 받는 이유는 수지를 위시한 반체제.민주 진영과의 정치적 관계 설정에 관해 군정 내부에 존재하는 심각한 분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태국의 영자신문 방콕 포스트의 3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군부에는 최근 총리가 된 탄 슈웨이 군사정부 수반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과 권력 서열 3위의 킨 니운트 군사정보국장(중장)을 중심으로 한 일단의 '실용주의자'들이 대립하고 있다.

탄 슈웨이 총리와 미얀마 국방장관, 국가평화발전회의(SPDC) 제1서기 등 강경파들은 수지 여사 같은 민주 인사와 어떤 타협이나 협상도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들은 수지와 구체적인 정치 협상을 시도할 의도도 없으며 그에 대한 증오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 소식통에 의하면 슈웨이 총리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수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도 불쾌해 한다고 방콕 포스트는 전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있었던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슈웨이 앞에서 수지 여사의 이름을 거론치 말아줄 것을 부탁받았을 정도다.

그러나 킨 니운트 중장 등 실용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수지와의 대화뿐이라고 믿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양곤에 머물고 있는 서방국 출신의 한 외교관은 방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니운트 중장 같은 핵심 장성들은 현재와 같은 정치적 교착상태가 계속된다면 자신들에게 비참한 결말을 가져올 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지와의 대화가 진척되지 않으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고, 대화가 잘만 된다면 자신들의 역할이 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결국 수지 여사와 반체제 세력에 대한 최근의 탄압은 군부 강경파들이 이들 세력에 또다시 재갈을 물리는 동시에 군부내 갈등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방콕 포스트는 이번 총격.유혈충돌 사태가 강경파들의 조직적 계획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곤의 한 군부 관계자는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군대가 이번 충돌이 있기 일주일 전부터 비상상태에 돌입했다"고 방콕 포스트에 전했다. 강경파들이 수지 여사와의 협상을 연기하고 군부내 반대파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구실을 찾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아랑곳 안해**

아웅산 수지 여사에 대한 탄압이 다시 시작되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중요한 시점에서 미얀마에서 국가적 화해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국가지도자이자 NLD의 지도자인 수지 여사가 미얀마 정부와 각종 당파들 사이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특사인 라잘리 이스마일을 미얀마에 파견, 미얀마 정부를 설득할 예정이다. 미얀마 군부는 그러나 코피 아난 총장의 비난성명이 나온 뒤 즉각 유엔특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2일 성명서를 발표 "미얀마 발 보도에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미얀마 정부가 수지 여사를 석방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영국과 호주의 미얀마 대사 등이 본국으로 소환됐으며 프랑스와 독일, 캐나다도 수지 여사의 석방을 촉구했다. 태국의 탁신 치나왓 총리는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으며 미얀마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이같은 비난에도 불구, 강경파가 지배하고 있는 미얀마 군정이 수지 여사를 석방하고 민주 세력과 대화를 재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서슴치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웅산 수지 여사의 생명까지 노리는 군부 매파들의 준동은 역설적으로 이들의 정치적 운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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