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한한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강경 매파 신보수주의자답게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31일 '북한 경제 제재'와 1일 '주한미군 전력 증강'을 언급한 데 이어, 2일에는 마침내 '한국 국방비 증액'까지 요구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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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 의원들과 조찬 간담회서 밝혀**
한국 국방부는 월포위츠 부장관이 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한국 국회에 국방예산 증액의 필요성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황영수 국방부 대변인은 월포위츠 부장관이 이날 오전 조영길 국방장관을 예방해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오늘 장영달, 박세환 의원 등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한국 국방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월포위츠의 이같은 말에 조 장관은 "미국의 향후 3년에 걸친 1백10억 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전력증강 계획에 관해 인상깊게 보고받았다"며 "한국군도 전력증강을 위한 재편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를 위해 국방예산이 많이 필요하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어 "미군의 전력 증강은 한국군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교훈삼아 한미 양국은 긴밀한 정보 교환을 통해 군사력 재편을 함께 추진하자"고도 덧붙였다.
***"주한 미군 전력 증강"과 일맥상통**
월포위츠의 이같은 발언은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하루 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월포위츠는 방한 첫날인 지난 1일 판문점 인근 캠프 그리브스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와 관련해 어떤 최종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한미군의)전력 증강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재배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조영길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최신형 패트리어트 대탄도탄 요격미사일과 무인정찰기(UAV)를 한국에 배치하는 등 2006년까지 1백1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을 투입, 주한미군의 전력을 대폭 증강키로 했다"고 국방부와 주한미군 사령부가 1일 발표했다.
러포트는 지난달 29일 조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전력증강 계획은 한반도 안보 및 지역 안정을 위한 미국의 투자이며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고 양측은 전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월포위츠가 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향후 4년에 걸쳐 1백50개 프로그램을 통해 주한미군 전력 증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재확인됐다.
월포위츠의 이같은 발언은 새로운 무기체계와 프로그램으로 주한미군의 시스템을 우선 바꾸고, 그에 맞춰 한국군의 개편을 유도하겠다는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도 미국은 한국에 무기를 팔기에 앞서 주한미군에 신무기를 배치하는 과정을 밟아왔었기 때문이다.
월포위츠는 2일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 오찬을 함께하며 국방비 증액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오찬에는 허바드 주한 미국 대사,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배석했다.
***미국의 두마리 토끼잡기**
월포위츠는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일방주의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도하는 신보수주의자의 행정부 대표격이다. 신보수주의자들은 9.11 테러 이후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고수하며 그들의 의지를 대부분 관철시켜왔다. 그같은 흐름으로 볼 때 방한 전후로 쏟아놓는 월포위츠의 말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실제로 적용될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월포위츠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연례 아시아 안보회의(ASC)에 참석, "북핵 문제의 단기적 해법은 없다"고 무력 불사용 방침을 시사하면서 "붕괴직전인 북한 경제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현재의 북한 핵 위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월포위츠 입장은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를 강화하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MD(미사일방어) 가입 등을 통한 미국의 신무기 구입을 요구한다는 두마리 토끼잡기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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