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30일 당무회의를 열어 처음으로 신당 문제를 공식석상에서 논의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네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5번 정도 신·구주류간 격돌이 있었다. 두 번은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나머지 세 번은 서로간의 의견 차이로 격론이 오갔다. 또 마라톤 회의 내내 신주류와 구주류간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민주당은 내달 2일 오전 10시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신당 논의를 다시 하기로 했다. 이날 당무회의의 성과는 그간 비공식 석상에서 진행됐던 신당논의를 당의 공식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과, 신주류와 구주류가 각기 언론을 통해 주장하던 말들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함에 따라 서로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강철씨 대구시지부장 임명 놓고 설전**
이날 당무회의는 정 대표의 모두 발언과 이상수 사무총장의 보고를 들은 뒤 전체 토론은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주류 측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인 만큼 공개로 하자”고 제안했고, 정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
신주류와 구주류간 충돌은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이강철 대구시지부장 내정자에 대한 인준에서부터 시작됐다.
구주류인 이윤수 의원은 “지금까지 당에서 한 행동을 보면 시지부장은 커녕 당에서 나가달라고 하고 싶다”면서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언론에다 신당배제 5인이라느니, 14인이라느니 떠들고 다녔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 또 97년 대선때는 이회창 후보를 밀었다는 풍문도 있다. 지구당을 맡았으나 사고 지구당으로 만든 전례도 있다”며 인준을 반대했다.
이에 신주류인 임채정 의원은 “인사 문제를 공개로 하니까 인신공격성 발언도 오간다”며 인사 문제는 비공개로 진행해줄 것을 정 대표에게 요구했고, 김희선 의원도 이에 동조했다.
그러자 이윤수 의원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 왜 인신공격성 발언이냐”고 고성을 질렀고, 장성원 의원은 공개.비공개를 표결에 붙이려는 정 대표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고집, “왜 누구는 발언권을 주고, 누구는 안 주냐. 의안 심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원칙을 지키라”며 신주류측 주장을 저지하려 했다.
결국 이상수 총무가 안건보고를 철회해 이 문제는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다.
***이해찬, 신당안 상정 시도로 대치 시작**
이어 신당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자마자 유용태 의원은 "신당문제 논의 전에 4.24 재보선 패인분석을 보고받고 민주당 해체를 주장한 개혁당 유시민 의원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상수 사무총장을 겨냥,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선제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상수 총장은 "다음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 때 보고하겠다"며 "나는 재보선 직후 책임을 통감해 사퇴했으나 최고위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해찬 의원이 전날 최고위원회의의 신당안 불상정 합의에 대해 "최고위원들이 당무회의에 제출된 의안 상정을 제한하는 것은 민주적 당 운영에 배치된다"면서 "신당추진기구 구성 동의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겠다"고 신당안 상정을 시도하자 신.구주류간 대치가 시작됐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상천 최고위원은 “당무위원회 의장은 제출된 사안을 언제, 어떻게 상정할 것인지 결정할 권한이 있다”며 “당의 민주당 운영에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균환 총무도 최고위 합의를 들어 "내주초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 등을 통해 충분히 논의한 다음 상정하자"고 상정을 저지했다. 이윤수 의원은 “깽판칩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수 총장은 "의장은 경중과 완급을 고려, 의제를 순차 상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논란이 있다면 오늘은 포괄적 논의만 하고 내달 2일 상정하자"고 중재, 양측의 대치국면이 다소 가라앉았다.
한편 부산 서구 지구당 위원장인 정오규 당무위원은 "작금 흘러가는 상황은 분당, 분열, 실패로 가는 신당 같다"며 "신당 명분인 지역주의 청산을 진정 원한다면 내년 17대 총선서 수도권 의원들이 영남권에 출마해라. 그런 살신성인하는 자세로 주장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말해 회의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박상천 “통합신당 주장은 위장 전술”**
세 번째 충돌은 박상천 최고위원과 이해찬 의원 사이에서 신당의 ‘색깔’과 신당 추진 세력의 ‘정치적 의도’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박상천 위원은 이날 신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20여분에 걸쳐 역설하면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신당은 개혁국민정당, 범개혁단일정당 추진세력, 노사모 등 개혁세력이 주축이 되는 개혁정당, 진보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신당의 이념성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또 “우리당에 순수개혁세력은 19명 밖에 없다”면서 “통합신당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신당을 대세로 만들기 위한 위장전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통합신당은 총선전 국회 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내년 1,2월에 국회 회기가 끝나면 총선을 앞두고 떨궈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이해찬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 “박 최고위원이 평소에도 말을 그렇게 하시니까 이해는 하지만 나는 민주당 정책위원장을 세번이나 했고, 누구보다도 민주당 노선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위장전술, 이념정당이라는 표현은 유감스럽다”며 반박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당 밖에서 수구세력에게 얼마나 이념공세를 받았냐”면서 “이제 스스로 집권 정당이 되니까 당내에서 색깔론을 들고 나오다니, 참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신당은 논의 단계이며 누가 참여할지도 아직 모른다”며 “이념적 진보성 보다는 책임감 내지는 도덕성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통합신당론이 위장전술이라고 하는데 소속 의원들에 대해 그렇게 불신을 가진 분이 최고위원이라는 사실이 실망스럽다”면서 “나는 대선 당시 처음부터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대선 과정에서 앙금을 적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상천 위원이 발언하는 도중 이윤수 의원과 천용택 의원 사이에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박 위원의 발언이 지지부진해지자 천 의원은 “발언 좀 짧게 하라”고 지적했고, 이 의원이 “왜 말을 끊냐”고 반발하자 천 의원은 “횡설수설하니까”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이 의원이 “너 말 조심해”라고 대응했고 천 의원은 “너나 조심해, 임마”라며 막말을 섞었다. 그러나 이윤수 의원이 “너 까불지마”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도 했다.
***이상수 “구주류” 언급에, 구주류 발끈**
마지막으로 이상수 총장과 동교동계인 김옥두 의원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화근은 이 총장이 신당추진의 불가피성에 대해 주장하는 발언 도중 “구주류”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었다.
이상수 총장은 장성원 의원이 “탈호남, 탈DJ에 기반한 전국정당화에서 인적청산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신당 추진 과정에서 새로운 색깔론과 지역주의가 대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호남 소외, 호남 배제라는 말들이 있는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중심이 된 신당이 호남을 중요한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제가 구주류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신당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달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총장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김옥두 의원은 “그게 사무총장이 할 말이냐”며 고성을 냈고, 유용태 의원도 “구주류가 뭐냐, 구주류가. 내가 사무총장을 할때는 엄정중립을 지켰다”며 김 의원을 거들었다.
김 의원은 이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사무총장은 당의 화합과 단합을 위해 당의 이견을 조정해야하는 자리”라면서 “아까부터 ‘우리’ 신당이라고 하는데, ‘우리’ 신당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면 사무총장직을 내놓고 해라”고 주장했다.
4시간 동안의 설전을 끝내면서 정대철 대표는 “내달 2일 오전 10시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신당논의는 이제 당의 공식 의제가 됐으나 이에 대한 신주류.구주류간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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