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2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후퇴를 비판하며 미국의 공격적 북핵 정책에 대한 대비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추 의원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추가적 조치’ 등을 합의한 것에 대해 “냉정하게 본다면 참여정부 몇 달만에 한국의 외교정책은 실종되었고,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는 숙명론만 있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일방주의로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은 북한 문제에 그다지 서두를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부터 대북 추가 조치에 대한 합의를 확보한 이상, 상황이 악화된다면, 또는 적당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군사적 조치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해야할 일에 대해 "북을 설득하고 미국을 직접 설득함으로써 사전 이해의 조율을 거친다면 미국이든 북한이든 얼마든지 다자 대화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이행을 수용함으로써 북의 핵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반면에 북은 체제보장을 얻음과 동시에 핵검증절차에 들어가면서 이와 병행으로 경제지원 받아낼 수 있도록 우리가 북미 양쪽의 타협점을 찾아줘야 한다"면서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에서의 무력사용 금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www.chumiae.or.kr)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1’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 의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송금특검제 수용, 대북정책의 후퇴, 신당 창당 등을 비판하는 등 대선 때까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오던 신주류측과 다른 입장을 밝혀왔다. 추 의원은 특히 지난 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만찬과 27일 민주당 국회의원 부부동반 만찬 등 노 대통령 초청 만찬을 연거푸 거부하기도 했다.
다음은 추 의원이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 1**
미국의 북핵 무시정책에 대한 우리의 대비 - 험난한 진로를 예견하며
대통령님께서는 지난 2월 25일 대통령취임사에서, 평화번영정책의 원칙으로서 북한과 상호신뢰를 우선하고 호혜주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하셨습니다. 동시에 미국과의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호혜평등관계로 더욱 성숙 시켜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취임사의 그러한 다짐이 취임 일백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 벌써 상당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한 엄격한 상호주의에 돌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남북경협과 핵문제를 연계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해줌으로써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한미동맹과는 별개로 우리 나름의 정경분리 원칙아래 남북 교류협력을 지속하되 북한의 신실성 여하에 따라 그 밀도를 조절함으로서 얼마든지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만일 엄격한 상호주의로 간다면 그동안의 햇볕정책의 성과를 무위로 돌려놓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미 일방주의, 단극체제로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미국에게 대북 추가적 조치에 합의 해줌으로써 공언하신 한미동맹관계의 호혜평등 원칙도 공허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국제무대는 현실입니다. 꿈과 이상만으로는 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힘이 지배하는 무대입니다. 그럼에도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비록 강대국은 아니지만 원칙을 가진 정책으로 미, 중과 같은 강대국을 상대해온 경험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교류협력을 중시한 햇볕정책이 새삼 가치있게 보이는 것입니다.
물론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잃는 것이 상대가 존재하는 만큼 우리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에게는 상대의 수를 읽어가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외교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냉정하게 본다면 참여정부 몇 달만에 한국의 외교정책은 실종되었고,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는 숙명론만 있다는 느낌입니다.
다시 한번 타개책을 찾아 보아야할 때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회담을 먼저 가진 후 다자회담을 수용할 뜻을 비쳤습니다.
미국은 기존의 3자회담에서 한국, 일본이 참여하는 5자회담을 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북한이 지난 예비회담에서 핵시인을 하는 등 초강수로 나왔던 것은 미국과 직접 담판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은 앞으로도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미 일방주의로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은 북한 문제에 그다지 서두를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부터 대북 추가 조치에 대한 합의를 확보한 이상, 상황이 악화된다면, 또는 적당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군사적 조치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개입정책을 지양하고 악의적인 방치로 북한을 저절로 고립되게 하거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가면 궁지에 몰린 북한은 핵무기에 의존하려고 할 것입니다.
더 시간을 허비하면 되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만드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시급히 할 일은 북미양쪽의 타협점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미국은 94년 제네바합의의 효용성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실제 벌였음에도 이에 대한 제제수단이 결여된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제네바합의 방식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 핵을 동결하고, 대신 경수로등 에너지 지원을 하고난 후 핵검증절차를 이행한다는 순서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믿을 수 없는 북한에게 핵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지원하는 꼴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순서를 전향적으로 바꾸어 먼저 북으로 하여금 핵검증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으로서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검증받는다는 것은 곧 무장해제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미국의 체제안전보장이 필수라고 할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경우 플로토늄 재처리방식이든 우라늄 농축방식이든 모든 핵개발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완전 폐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이같은 동시이행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북이 선핵폐기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대체 핵 현황에 대한 검증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폐기한다는 것인지, 또 과연 제대로 핵폐기가 이행된 것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계속 시비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이행을 수용함으로써 북의 핵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반면에 북은 체제보장을 얻음과 동시에 핵검증절차에 들어가면서 이와 병행으로 경제지원 받아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자테이블에 앉기 전에 이러한 이해에 양측이 도달할 수 있다면 북한은 대화의 형식을 굳이 양자회담으로 고집할 필요가 없이 다자회담을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역시 막무가내의 선핵폐기를 내세워서 대화를 지연하기 보다는 북이 주장하는 동시이행을 수용하여 효과적으로 핵 제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측이 이러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최선을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에서의 무력사용 금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북을 설득하고 미국을 직접 설득함으로써 사전 이해의 조율을 거친 다면 미국이든 북한이든 얼마든지 다자 대화에 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 5. 28
국회의원 추미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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