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저녁 민주당 의원들과 부부동반 만찬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외유 중이거나 와병 중, 또는 지역구 행사 등 선약이 있는 의원 15명을 제외한 86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만찬은 '신당추진모임' 의장인 김원기 고문과 정동영, 신기남 의원 등 신주류 핵심 인사들과 '민주당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 회장인 박상천 최고위원, 한화갑 전 대표, 정균환 원내총무 등 구주류 핵심 의원들이 참석 의사를 밝혀 묘한 '긴장'이 감도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盧, 4월초 천정배ㆍ신기남 이후로 일절 안 만나"**
유인태 정무수석은 27일 "이번 만찬은 일종의 '밀린 숙제'를 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간단한 방미 설명과 함께 덕담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연 '덕담'만 오가는 자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유 수석의 지적대로 노 대통령의 이날 만찬은 '밀린 숙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밀린 숙제'란 노 대통령이 취임후 당정협의 등 공식적 자리를 제외하고는 여당 의원들과의 개별접촉을 극도로 제한해온 데에서 기인하는 '여당의원들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지난 4월초 천정배, 신기남 의원을 만난 이후로는 민주당 의원을 한명도 만나지 않고 있다"며 "만나기를 원하는 의원들은 많지만 모두 거절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의원들도 적잖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노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한 의원은 김원기 고문, 한화갑 전대표, 정동영, 추미애 의원 등 즐비하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그동안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이들과 독대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노대통령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의원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갑 대표의 경우 지난 25일 '신당 불참'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오늘 밝힌 문제들을 의논하기 위해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공식·비공식으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간접적으로 '어렵다'는 답이 와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만찬은 '당정 분리' 원칙에 따라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여당 의원과의 만남을 제한해온 노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을 달래는 자리의 성격도 띠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확인할 수 없었던 신당에 대한 대통령 의중을 탐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구주류 한 자리에 모여**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신당 얘기는 '당정 분리'원칙에 따라 먼저 꺼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거의 루비콘 강을 건넌 상태인 민주당의 신.구주류 핵심 인사들도 이날 만찬이 부부초청 모임의 형식을 띠고 있는 만큼 노 대통령이 먼저 신당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경우 의견개진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당 창당엔 찬성하지만 분당은 막아야 한다는 정대철 대표와 신당에 반대하는 박상천 최고위원이 각각 인사말과 건배사를 할 예정이어서, 신당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아울러 한화갑 전대표 등은 그동안 공개리에 노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던 만큼 이날 대통령에게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도 예상돼 만찬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불참을 통보한 의원은 외국 방문 중인 천정배 박종우 최선영 함승희 김성순 의원, 와병중인 이원성 김홍일 의원, 수감 중인 김방림 의원, 빙모상중인 박병윤 의원, 선약 및 지역구 행사 일정이 있는 김기재 김충조 박상희 이호웅 정범구 추미애 의원 등 모두 15명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