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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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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00>

계시(啓示)라는 것에 대해

커다란 일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차 다가올 상황의 징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도 그런데, 하물며 대형 사고라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깊고 크다. 이를 일러서 계시라고 한다.

그렇기에 어떤 큰 일이 있었으면, 그 일 자체의 수습만이 아니라 그 일이 계시하는 바, 즉 그 일의 상징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늘은 세 가지 사례를 들어보기로 하겠는데, 먼저는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다음으로는 미국의 9.11 테러, 마지막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국제화(증시개방)에 대해 그것들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의 북쪽, 1백30Km 떨어진 곳에 체르노빌이라는 인구 수 만의 작은 도시가 있다. 이 곳에서 약 30년 전에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초대형 사고가 있었다. 사고는 수차례에 걸쳐 수증기폭발․수소폭발․화학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원자로 구조물 상부가 무너지면서 크레인이 노심(爐心)를 덮쳐 파괴되었다.

사고와 함께 31명이 죽고 그 뒤 5년간 낙진 등으로 7천여명이 사망하였고 70여만명이 치료를 받았던 대형 인재였다. 이 사고로 방출된 방사능은 히로시마의 30-40배에 달하였고, 바람을 타고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다.

이 같은 대형 인재가 발생한 시각의 음양오행은 이렇다.

1986. 4. 26. 낮 12시경
년 병인(丙寅)
월 임진(壬辰)
일 경자(庚子)
시 임오(壬午)

년간의 병화를 월의 임수가 상극하고 있고, 일과 시 역시 금과 수로서 병화를 심하게 누르는 시각에 원자로가 폭발했다. 이처럼 월의 기운이 년의 기운을 제압하는 하극상이 올 때, 대형 사고가 잘 발생한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대형 참사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서 미국과 극한 대결 구도를 펼치던 소련의 운명을 말해주는 계시였음을 훗날 알 게 된다. 저번의 핵무기에 관한 글에서 밝혔듯이, 사고가 있었던 1986년은 핵무기 숫자가 역사상 극점에 달했던 한 해로서 당시 소련은 핵무기 숫자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었다.

소련은 무토(戊土)의 나라로서 그 활력은 경금(庚金)인데, 핵은 결국 강렬한 불, 즉 병화(丙火)로서 활력인 경금을 제압하기 때문에 소련은 핵으로 인해 무너진 제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친 핵 군비 경쟁이 소련의 명줄을 옥죄어 놓았던 것이다.

저 번에 삼합(三合-핵에 관한 글 참조)에 대한 얘기에서 했듯이, 불의 삼합 사이클(지지에서 인오술 이라는 글자가 오고 첫해 천간이 병화가 되는 사이클)은 다음과 같다.

1986 병인년
1990 경오년
1994 갑술년

이 불의 사이클 기간 중 소련은 1990년 경오년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그 이후 탄생한 러시아는 사실 개발도상국에 불과한 경제 수준에 머물고 있다. 1998, 무인년에 발생한 외환위기 이후 러시아 경제는 구매력 평가(purchasing power parity)를 적용해도 총생산은 1조3천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3조 5천억 달러, 미국이 10 조 달러, 우리나라가 근 1조 달러에 달하고 있음에 견주어 보면 오늘날의 러시아가 얼마나 왜소해 졌는가를 알 수 있다.

결국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의 계시는 핵 군비 경쟁은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했을 금단의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건을 보기로 하자. 바로 9.11 테러 사건이다.

2001. 9. 11. 오전 9시 전후

년 신사(辛巳)
월 정유(丁酉)
일 정축(丁丑)
시 갑진(甲辰)

음양 오행에 대해 상식이 약간 있는 분이라면 연월일의 지지가 사유축 금국(金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금의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으며, 년간이 신금(辛金)인데 월의 정화(丁火)가 공격하고 있다. 또 한번, 월이 년을 공격하는 하극상의 형국임을 알 수 있다.

이 테러 사건은 뉴욕의 1백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완파하고, 수천명이 희생당하는 엄청난 참극을 자아냈다. 나아가서 사건 이후 세계는 크게 달라졌는데, 과연 이 일이 계시하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이 사건은 앞서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앞서의 사건은 기술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인재였다면, 이번 사건은 상호간의 불신과 증오가 짙게 배어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사건의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이 이슬람을 모독했기에 공격한 것이라고 분명히 그 의도를 밝히고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즉각 선포하고 나섰지만, 그 본질은 상호간의 증오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9.11 테러는 문화간의 충돌을 암시하고 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오사마 빈 라덴이나 후세인 모두 미국이 이용하기 위해 한 때는 키워준 인물들이었다는 점이다.

오사마의 경우, 아프간 전쟁 당시 직접 개입을 꺼려한 미국의 CIA로부터 무려 17억 달러에 달하는 장비와 군사작전능력, 게릴라전 능력 등을 교육받았다. 그 무기들은 파키스탄을 통해 노새 등에 실려 험한 산을 넘어 오사마 에게 전달됐다. 후세인 역시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아 중동의 맹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미국은 자신들이 키운 사냥개에 크게 물리고 나서, 다시 철저한 응징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니 그것이 아프간에서의 전쟁이고 올해의 이라크 전쟁인 것이다.

이 같은 9.11 테러가 계시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음양 오행상의 삼합이 말해주는 것부터 얘기해 보자.

2001 신사(辛巳)
2005 을유(乙酉)
2009 기축(己丑)

미국은 계수(癸水)의 나라이고 그 활력은 을목(乙木)이다. 불로 인해 소련이 붕괴했듯이 미국은 금으로 인해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2001년은 신사년이고 사유축을 연결하면 금의 사이클이 형성된다. 이번의 경우 역시 미국은 2005년 을유년에 가서 정점을 맞이하겠지만, 결과는 2009년 기축년에 가서 커다란 좌절 내지는 국력의 피폐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올해 유행하는 말이 일방주의(unilateralism)인데, 이 같은 일방주의가 극성에 달하는 시기가 오는 2005년이라는 얘기이고, 그 후유증은 2009년에 겪게 된다는 뜻이다. 필자는 그래서 2009년부터 미국의 국력은 크게 후퇴하면서 세계 제국으로부터 물러서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11 테러는 결국 미국의 세계 통치가 종료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얘기인데, 당시 무너진 건물은 흔히 쌍둥이 건물로 알려진 세계무역센터이다. 이는 글로벌리즘(globalism)의 쇠퇴를 의미한다. 글로벌리즘이란 결국 해양 국가 미국에 의한 세계화, 즉 미국화(Americanization)를 의미하기에 그 유행이 퇴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역시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이 일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한국은 갑목(甲木)의 나라이고 그 활력은 불이다. 그리고 그 불의 활력을 제압하는 기운은 물이므로 물의 삼합 사이클을 늘어놓고 그 해에 있었던 일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992 임신(壬申)년
1996 병자(丙子)년
2000 경진(庚辰)년

이 것이 신자진(申子辰) 삼합 물의 사이클이다. 외환 위기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의 문제점은 외국돈이었다. 외국돈들이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를 받고 마치 극장에 불난 듯이 일시에 빠져나간 것이 IMF 통치를 불러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 외국돈들이 언제부터 우리 금융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는가? 바로 1992년 8월부터였다. 즉 1992, 임신년 8월 무신월, 월의 무토가 년의 임수를 제압하는 하극상의 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우리 증시는 종합지수 456포인트를 기록할 정도로 대 폭락 중이었는데, 외국인들의 투자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증시가 반전의 기틀을 잡았던 것이다.

외국돈이 들어오면서 1994년 갑술년에는 1145포인트라는 우리 증시 사상 최고의 기록을 보였지만, 그 해 성수대교 붕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졸속과 성급함이었고, 결국 1996 병자년 다음 해인 정축년 겨울에 우리 증시는 급격히 하락하면서 외환 위기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 여파는 2000년 경진년까지 기업들의 일대 구조 조정과 금융 기관들의 부실화로 인한 막대한 공적 자금 투여 등 엄청난 어려움을 연이어 발생시켰다.

여기서 문제는 증시 개방이 아니라, 이미 88올림픽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탄력은 크게 수그러들었건만, 증시 개방이라는 외부 힘을 빌어 경제를 인플레로 끌고 간 점이 잘못이었던 것이다.

결국 1992년에 와서 이미 속 빈 강정이 된 우리 경제에 있어 섣부른 증시개방은 당시를 지배했던 경박성의 산물이었고 그것이 우리를 그처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는 분명 ‘한국병’이라는 어휘를 쓸 정도로 우리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치료는 되지 않았고 급기야는 구조조정이라는 엄청난 외과 수술을 통해 일부나마 치료가 되었던 것이다.

역사의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고 만물은 끊임없이 변해간다.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 징조를 통해 일부나마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은 시대정신 내지는 시대 풍조를 보는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어떤 일이 있기 전에 그 징조를 보이며 그 징조 속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지금, 2003년 5월, 우리 사회를 말해주는 풍조는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기를 권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알리는 말씀: 연초에 얘기했던 필자의 홈페이지가 이제 사용이 가능합니다. 홈페이지 주소는 www.saeviti.co.kr, 이며. 주소창에 한글로 "새빛"을 넣으면 됩니다. 그리로 가시면 ‘김태규 고문 코너’가 있어, 제 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연재되는 제 칼럼들과 전에 얘기했듯이 좀 더 깊은 이해와 해설, 그리고 제 칼럼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논리와 음양오행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등에 관해서는 ‘음양오행 산책’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많은 방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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