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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추가 조치는 미국의 군사행동 의미"

반전평화의원 토론, “盧 리더십에 대한 회의 야기”

"이번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민족적 발상의 우선권을 포기하고 국내 정파적 발상이 우선됐다는 게 문제였다.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정상회담 결과가 여기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이 문제로 인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정책의 신뢰성,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신뢰할만한 것인가. 노 대통령의 정치적 효율성 자체에 대한 아주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지금 노 대통령은 이를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세력들과의 결합으로 풀려고 하고 있는데, 이건 오래 가지 못한다. 노 대통령 기존 지지세력의 완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엄청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노 대통령 발언 자체가 스스로 정체성의 위기가 왔다는 신호다. 철학적 비전이 확실하다면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불필요하다."

재미언론인인 김민웅 목사가 22일 '반전평화의원모임'이 주최한 '한미정상회담과 대북정책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다.

***"盧, 한반도 평화에 대한 철학적 의지 있나"**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 목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민족 생존에 대한 주도권을 미국의 세계전략 구도 속에 철저히 편입시키고 개방 압박과 '민영화(privatization)'라는 이름의, 우리 경제에 대한 미국자본의 총공세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종속적, 투항적, 선택"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또 "평화를 위한 상호체제 존중과 공존의 기반이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의 내용에 의해 적지 않게 훼손됐다는 점은 노무현 정권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적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혹을 던지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런 맥락에서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노무현 정권의 탄생으로 완료됐고 실천만 남았다고 생각됐던 정치적 패러다임 자체가 붕괴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아주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며 "현재 같은 상황이 진행된다면 대외관계, 남북관계, 정치관계 모두 상당히 비관적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방법은 사회 전체에서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의 논의를 정치권이 받아 전면에 드러내 아주 포괄적인 연대를 해야 하나 현재 정치권에선 시대적 과제를 중심에 놓고 담론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민족적 발상과 국제정세에 대한 치밀한 시각에 기반해 정치 지형을 바꾸는 포괄적 연대를 해야만 현재 위기상황을 극복될 수 있고, 노 정권의 정당성과 역사적 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 조치는 군사행동에 대한 의지 표명"**

김 목사는 또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명시돼 있는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라는 표현과 관련, "이 표현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이라크에 대해서도 썼던 표현"이라며 "미국은 이 표현에 근거해 이라크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면서 차후 침략을 위한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추가적 조치는 여러 선택 중 하나둘을 더 하겠다는 수량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선택이 가진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결국 군사적 행동에 대한 선택권을 미국이 가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추가적 조치의 판단기준이 되는 상황을 '이미 증대된 위협(increased threats)'이라고 규정, 위기 수준이 높은 것을 시사했다"면서 "판단 주체도 애매해 결국 미국의 판단이 그 준거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성명에서 추가적 조치의 필요성을 'require' 한다고 명시한 대목은 한국측 공동성명의 표현인 '이루어지게 될'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미국의 전략 자세에 대한 우리의 거부권 범위가 대단히 제약돼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정상회담, 전략적 부재의 결과"**

두 번째 발제자인 강봉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관계 조정 문제와 북핵 문제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것을 부담이자 위기로 파악한 것 같다"며 "이에 따라 두 문제를 분리,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 배치를 북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기하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과정을 보면 대미 압박 수단을 구사하지도 않았고 협상에 유용한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미군 주둔 계속이라는) 우선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제2 정책목표였던 북핵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조처 가능성에 대해 동의했다"며 전반적인 전략 부재를 비판했다.

그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포괄적 일괄타결을 희망 지지한다는 중도정책에서 핵문제 악화시 미국 정부와 공조하겠다는 대북압박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입장 전환의 원인과 관련, "노 대통령의 변화를 추동한 가장 강력한 요인은 한국의 정치적.이념적 지형 및 국내 여론의 동향"이라며 "노 대통령은 자신의 노선에 대한 반대파가 원내 다수이며, 관료.경제.사회. 지식 엘리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리한 국내 여건에서 초강대국을 상대로 한 '당당한' 외교노선의 수행이 소기의 성과를 낳기는커녕 도리어 리더십의 위기를 초래할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노 대통령의 전략에 대해 "첫째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만 목표로 설정했던 것이 적절했는가, 둘째 미국 측과의 협상과정에서의 교환이 합리적이었는가, 셋째 북핵 위기 해결과 남북한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대안적 전략'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파병 반대를 주도한 의원들의 모임인 '반전평화의원모임'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당 김근태 김영환 정범구 김경천 전갑길 김성호 송석찬, 한나라당 서상섭 이부영, 개혁국민정당 김원웅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김민웅목사의 발제문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향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리의 대응**

머리말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 대한 논란이 일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무현 정권 성립을 가능하게 한 역사적 요구가 담긴 전환기적 해법의 기본 틀이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심화 때문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자신과 노무현 정권의 정책적 신뢰성, 그리고 역사적 책무와 직결된 지도력의 장래에 대한 심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의 역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노무현 정권이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근본적인 질문이 시작되고 있다고 하겠다.

지난 대선의 기간에서 제기되었던 일체의 시대적 주제들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철학과 의지가 이로써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은 민족적 과제에 대하여 국내 정치지형에 보다 결정적 비중을 두는 정파적 발상에 기초한 접근이 지금처럼 지속되게 된다면, 노무현 정권은 도리어 통치권적 위기 국면에 처하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집권과정에서 발휘했던 동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지지 기반의 표류와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지 못한 채 우리 모두를 열강정치의 높은 파고 속에 함몰 시켜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비판을 하는 동시에, 그리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 사회 운동과 정치권의 연대를 통한, "역사적 과제에 대한 발상에 중심이 바로 선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결합과 응집력"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내부적 대응에 강력하게 요구되는 기본적 전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노무현 정권의 민족적 자세와 국제적 행태도 교정의 가능성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바이다.

1.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평가

이번 노무현-부시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담은 공동성명은 본질적으로 그 핵심적 사안에서 <민족 자해적 조처>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한미공조 공고화"는 물론이요 "굴욕", 또는 "저자세 외교"라는 관점으로는 그 실상이 정확하게 설명될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즉, (1) 민족 생존에 대한 주도권을 미국의 세계전략 구도 속에 철저히 편입시키고, (2) 개방 압박과 "민영화(privatization)"라는 이름의, 우리 경제에 대한 미국자본의 총공세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종속적, 투항적 선택"이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한마디로, 장래 우리 현실이 대단히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부시정권의 현 세계전략상 중심은 전쟁을 기반으로 한 패권적 지배점령정책이라는 점에서, 한미 공조를 내세워 이에 대한 거부 또는 견제장치 없는 비주체적 수용을 해버린 것은 우리 민족의 활로가 근본적으로 위협 당할 수 있는 위기를 자초하는 길이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절박한 민족 생존의 요구를 담아내어 전쟁의 조건을 약화,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조건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면서 항상적 긴장의 구조화가 심화, 향후 민족 내부적으로 중대한 파국이 발생할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은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예상했던 대로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격렬하게 나오고 있으며, 남쪽에 대한 극도의 위협적 발언까지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우리들로 하여금 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한 비판적 논의에 일정한 정치적, 이념적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민족내부의 결속과 주도적 역할을 규정한 6.15 공동성명의 정신과 원칙에 비추어보아도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이러한 반발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일차적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또한, 평화를 위한 상호 체제 존중과 공존의 기반이 이번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내용에 의해 적지 않게 훼손되었다는 점은 노무현 정권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적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혹을 던지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북한의 부정적 반응을 충분히 내다 볼 수 있었음에도 이와 관련한 대응의 평화 지향적 방향설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지난 북경 회담에서 제기된 북한의 제안에 대한 언급이나 평가가 일체 없었다는 사실에서 결국 북한의 제안에 대한 거부를 그 논리적 출발점으로 하여, 이른바 다자구도라는 다층적 압박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관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층적 압박전략은 "미국과의 공조와 긴밀한 협의"라는 방식으로 미국에 의한 남북간 대화구조 통제 및 차단과 봉쇄, 동북아지역에서 한-미-일 동맹체제에 의한 대북 고립, 결국에는 군사적 조처까지 포함한 대북 붕괴 해체 전략의 추진 수순을 내다보게 하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 굴복이 목표로 삼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이 말하는 "평화적 해결"은 전쟁 전 단계의 북한 붕괴를 의도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정정은 미국의 대선 일정과 맞물려 매우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미 공개적으로 거론된 바 있는 럼스펠드의 대북 정권교체 전략 내지는 점령정책의 기본내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한미 정상 공동성명이 결정적으로 겨냥하는 바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심도 깊은 논쟁과 그에 따른 여론 조성이 반드시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이른바 "추가적 조처"를 둘러싼 해석에 있어서 상기해야 할 것은, 바로 이 표현에 관련된 미국의 해석이 이라크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면서 차후 침략을 위한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던 사실이다. 이 "추가적 조처"의 영문 표현은 "further steps"으로서 여러 가지 선택 중에 하나 둘을 더 하겠다는 수량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선택이 가진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군사적 행동에 대한 선택권을 미국이 가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게다가 이 추가적 조처의 판단기준이 되는 상황을 "이미 증대된 위협(increased threats)"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위기수준이 높은 것을 시사했고, 그 판단주체가 애매해 결국 미국의 판단이 그 준거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조처의 필요성을 "require"라고 함으로써 한국어 표현인 "이루어지게 될"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의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미국의 전략자세에 대한 우리의 거부권 범위가 대단히 제약되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현 미국의 세계전략상 가장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선제공격 정책의 포기에 대한 요구를 담아 내거나 이를 제동할 수 있는 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그런 차원에서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민족적 해결의 틀 자체가 폐기되고 남북간 상호 이해와 대화의 공백 상태 속에서 우리 민족의 생존을 미국의 세계 전략적 대상으로 전락시킨 위험하기 짝이 없는 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절차적 논의의 부족함에 따른 국민적 합의 기반이 약했다고 지적해온 노무현 정권이 자신의 대북 정책과 대미 외교의 내용과 관련한 절차적 합의에 대한 일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사실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번 한미 정상 회담에 대한 평가는 바로 이 대목과 관련하여 한미 공동성명의 내용이 그대로 실현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 내부의 광범위한 논쟁을 통해 전쟁 통제력을 높임과 동시에 미국 내 여론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다차원적 접근과 노력, 외교 전략의 강구가 절실하다. 미국은 지금 대북 정책과 관련하여 하나의 기조가 아닌, <전 방위적 총공세>를 중단기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이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민족현실은 파국적 대결양상으로 가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은 이러한 실상과 전망을 널리 알리고 보다 치밀한 작업을 통해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경제 문제와 관련한 공동성명의 내용은 무역 자유화의 이름 아래 개방 압박의 고조와 우리의 공공 재산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사유화(privatization) 과정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우리 경제의 대미 종속화 심화, 그로 인한 내부적 생존권 투쟁의 격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결국 정정의 지속적 불안을 야기 시키고 정권적 차원의 대응을 보수 강경의 길로 들어서게 함으로써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일대 격돌과 혼란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에 대한 방지와는 별도의 대응이 강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을 경우,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 약화와 상실은 더욱 깊어가게 될 것이다.)

2. 미국의 세계전략, 그 본질과 내용

미국 부시정권의 세계 전략적 특징은 "지구적 제국 건설"이다. 그리고 그 지구적 제국 건설은 무장력을 앞세운 지배점령정책을 본질로 한다. 부시정권 이후 확립되고 관철되고 있는 이러한 정책은 클린턴 시기의 신자유주의 위주의 세계화 전략이 점차 드러낸 한계와 모순에 대한 체제 방어적 대응으로 나타났고, 이제는 그러한 수세적 수준을 넘어서서 공세적 패권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하게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라는 냉전시대의 전략 개념이 "적"이 되는 상대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악의 축>으로 변형, 이를 선제적으로 타도, 내지는 진압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그 중심으로 삼고 있다. (*<악의 축>은 뒤집어 보면, 미국에게 있어서 지정학적 전략요충지가 되는 지역으로서 아직 미국의 패권체제 내부에 편입되지 않은 지역을 의미하게 된다.) 이 논리의 전략적 추진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 첫째는 서구 동맹체제 내부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통한 미국의 압도적 지위 확보(이라크 침략전쟁의 일차적 목적은 이 점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는 악의 축으로 명명된 국가를 겨냥한 국가소멸 및 교체 전략, 셋째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이견자에 대한 비애국자 규정을 통한 통제력 강화이다.(애국법안 제정과 수사정보기관의 통합을 특징으로 하는 조국 안보부 신설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진보적 정치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미국 부시정권이 독점 대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의 동맹체제인 파시즘화의 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대외정책의 성격이 극도의 전쟁주의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부시정권의 세계전략은 미국 외교사에서 되풀이 되어온 <함포 외교(gunboat diplomacy)>와 <달라 외교(dollar diplomacy)>의 일정한 교체에서 그 비중이 함포외교로 옮아갔음을 나타내며, 이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기반은 아메리카 제국의 선의(善意)를 절대적 전제로 내세우는 "하늘로부터 받은 명백한 사명(manifest destiny)"이라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종교적 신념과 결합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 "manifest destiny"의 수행은 (1) "적"으로 규정된 상대방에 대한 전면적 네거티브 캠페인 (2) 군사적 공세를 정당화하는 외교 전략 (3) 도발을 유도하는 봉쇄 및 포위 압박 전략 (4) 군사적 공세 (5) 군정을 통한 국가소멸 내지는 정권교체 (6) 1898년 스페인 제국의 지배를 종식시키고 쿠바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확립된 "플랫 수정안(Platt Amendments)"을 모델로 한, 미국에 의한 외교, 경제, 법질서의 주도권 확보로 정식화된다.

다시 말해서, 제2차 대전 이후 국제정치에서 운위되었던 이른바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의 지구적 확대를 목표로 하여, 미국에 대한 일체의 도전을 허용하지 않고 세계에 대한 전면지배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이는 사실상 부시 1기 정권의 <신세계 질서 전략>에 이미 명시되었던 바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한미동맹>이란 우리의 처지로서는 사실상 미국의 세계전략 구도에 하부 단위로 기능하는 구조이며 이는 상부체계의 판단과 지시, 명령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의 고착화가 된다. 이른바 공조체제는 이 하부단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며 결국에는 중국을 포위, 견제, 압박하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기본전략상의 편대로 우리의 국제적인 군사적 지위가 규정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적 목표가 이렇게 설정되는 상황 아래에서는 일체의 외교수단은 모두 이러한 목표에 봉사하는 것이 되며 여기에 강온 대립이나 외교/군사적 선택의 대립은 사실상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된다. 민주당의 경우, 이라크 문제에 대한 주도권이 공화당에게 빼앗겼다고 보고 도리어 대북 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세우는 것을 보아도 민주, 공화 누구를 막론하고 아메리카 제국 건설의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최근 일본의 군사대국화라는 파시즘화 경향과 맞물려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매우 위급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1차대전이 끝난 후 성립된 1919년 베르사이유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의 동요, 위기를 겪으면서 파산에 직면하고 파시즘의 대두로 인한 전쟁의 길이 열리면서 새로운 세계 대전을 경험했던 역사의 압축적 진행이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국제연맹의 평화유지 기능이 붕괴되고 군사주의 체제 강화를 저지할 수 있는 국제적 수단이 사라지면서 참담한 사태로 귀결되었던 상황이 동북아시아에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적극적인 무장력 강화정책에 힘을 입고 평화헌법 체제를 사문화시키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은 일본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도 관련이 있으며, 결국 일본과 미국 모두가 전쟁준비를 향한 길로 가고 있다는 징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깊게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한반도 평화는 이러한 동북아 전체의 운명은 물론이요, 세계의 판도를 군사적으로 장악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말미암아 대단히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해서, 우리의 대응은 미국의 전쟁논리와 전쟁전략에 최대한 휘말려 들어가지 않는 선택을 위한 의지의 집결과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내부의 정치구도 마련이 중차대 해진다.

3. 이른바 핵 위기에 대한 이해와 대안적 접근

소위 "북 핵 위기"라는 개념과 어법은 한반도 문제의 실체와 그 본질을 인식하는 것을 가로막는 기능을 하고 있다. 위기의 발생과 증폭은 북한 주도의 대미 또는 대남 적대정책에 의한 핵무장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1) 미국의 제네바 협정 불이행 (2) 대북 적대 및 선제공격전략 유지 (3) 남북 및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생존환경 조성의 자율성 차단정책에 의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의 존재는 그 원인을 따지는 것과는 별도로 동북아시아 정세의 군비경쟁 격화와 북한의 고립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이의 저지는 당연히 요구된다. 그러나 사태전개의 과정에 대한 점검 없는 현실인식과 평가는 올바른 문제해결의 길을 막을 것이다.

북한이 그 어떤 상황과 정세의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핵무장을 함으로써 전쟁의지를 관철시키겠다고 한다면 북한은 그야말로 위험한 국가이며 인류적 차원의 응징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북한은 줄기차게 대미 관계 개선을 요구해왔으며,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의 변경을 바라고 있다. 한마디로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불가침 조약 체결의 논리는 이러한 대미(對美) 평화정책의 산물이다. 그래서 핵무장의 길로 갈 이유가 없는 정세를 만들자는 것이 북한측 제안의 핵심이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에게도 유리한 것이며 한반도 전체의 평화적 공존과 국제정세의 안정을 위해 실현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의 대북 선제공격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북한의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극도의 국가적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정당 방위적 조처조차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미국에 의한 <벼랑 끝 전술>이며, 일체의 자위적 수단의 선택마저도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공격적 위협"으로 간주되고 마는 상황을 의미하게 된다. 주권국가로서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나라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주권적 존엄과 생존기반을 침해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실, 지난 해 10월 미국의 켈리 특사가 방북했던 시기에 북한은 대단히 중요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즉, 남한과 경제교류와 각종 철도 잇기, 육로관광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 러시아와의 시베리아 철도 논의, 중국 후진타오 체제와의 새로운 관계 강화, 그리고 특히 일본과의 일인 납치 문제와 식민지 배상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지음으로서 북한 자신은 물론이요 동북아시아 전체에 의미 있는 생존환경의 변화가 기대되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내부의 경제개혁이 진행되고 신의주 특구를 비롯한 이른바 개방조처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제기된 핵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북한의 생존전략과 동북아시아의 자율적 변화에 중대한 제동을 건 것을 뜻한다.

미국으로서는 핵 비 확산 체제의 유지가 중요했음은 물론이겠지만, 그 보다는 이 확증되지 않은 핵문제 제기를 고리로 하여 동북아시아 전체의 정세 동결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패권유지가 타격을 입게 된다고 보았던 것이며 이것이 보다 본질적인 핵 위기 발생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을 봉쇄하는 일뿐만 아니라 대북 송금문제의 정치적 제기를 유도해낸 것 역시 북한의 생존전략에 타격을 주는 고사작전이며 핵 위기 조성으로 북의 고립화를 강화하여, 동북아 정세를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 통제, 관리하려는 의도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장 불용이라는 원칙적 입장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의 대북 문제 접근은 (1) 핵무장의 길로 가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의 결여, (2) 핵무장의 길로 갈 이유가 없는 환경 조성 노력 부재 등으로 인해 북한의 생존전략에 타격을 주는 미국의 대결주의적 적대정책을 추종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있다.

더군다나 생존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면 핵 위기는 자연 소멸되어 가는 문제임에도, 북한의 생존환경 개선과
관련한 경제교류나 협력 또는 지원 문제를 핵 위기 해결양상과 연계하는 본말이 전도된 접근을 수용함으로써 근본적인 핵 위기 해결의 길에서 더욱 멀어졌다. 그리고 이 문제를 고리로 전방위적 공격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과 적대적 균열을 심화시키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 붕괴전략으로 인해 북한이 실제적으로 붕괴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태의 발생은 남북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의 전개이자, 북한 지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 강화와 이에 대한 유혈적 저항, 진압의 전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나리오 추진을 경계해야 한다. 이라크 점령정책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침략전쟁보다 이후 지배정책의 관철이 더욱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 붕괴를 통한 통합전략은 민족적으로 말할 수 없는 참화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4. 우리의 대응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최대의 관건은 발상과 의지의 문제에 집약된다. 약소국으로서 세계 최강의 제국과 일정한 외교적 위상을 가지고 협상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끈질긴 협상력으로 전환함으로써 사태의 악화를 막고, 민족생존의 주도권을 점차적으로 회복해나가는 노력을 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첫째, 미국의 세계전략상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오늘날 대단히 높아졌다. 이것은 미국이 한반도 남쪽에서 영향력을 잃게 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기존의 방향으로 가게 될 경우, 한반도 내부의 반발과 저항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 미국이 원하는 한미동맹체제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일깨워야 한다. 즉,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가 미국과 한반도 전체의 이익에 모두 장기적으로는 부합할 수 있음을 설득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둘째,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이룩한 민족 내부의 신뢰구축과 민족문제해결의 상대적 자율성이 압축된 6.15 남북 공동성명을 보다 집중적으로 조명, 이의 실천을 위한 정치 사회적 논쟁과 정책의 수립에 주력한다. (*서해교전 재발을 막기 위한 꽃게잡이 공동 어로 구역 획정 노력 필요)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족 문제 해결과 관련한 역할의 재평가와 깊은 관련을 갖게 되며 평화개혁세력의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연대를 위한 정치철학적, 정책적 논의의 단서를 마련해주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의 주도에 의한 대북 네거티브 캠페인 또는 정보왜곡 (disinformation) 전술에 시기 시기와 현안마다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는 전쟁의 제1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사태를 굴러가게 할 것이며 그로써 우리 사회는 물론이요 미국과 세계여론의 전쟁 기정사실화 내지는 대북 압박정책의 불가피론을 견제 내지는 억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넷째,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 정치권 및 언론의 인식 변화와 정책 변경을 위한 다각도의 대미 외교와 언론활동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영어가 능통하고 우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리고 국제정세 파악에 수준 있는 역량을 가진 인적 자원의 투입이 절실하다.

다섯째, 핵 위기 해결의 장으로만 보려는 미국의 남북관계에 대한 관점과 인식, 그리고 접근에 대하여 민족공조의 영역을 독자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 매우 활발한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세계적으로 과시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사람과 자원이 오고가며 여러 경제 활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펼쳐질 때 세계는 한반도의 현실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될 것이며 미국의 패권전략에 따른 위기조성은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여섯째,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최근의 대미 관계, 대북 관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주, 평화, 개혁의 원칙을 적극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한반도 평화의지를 명백히 하여, 대미 외교에 있어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내부적 환경조성을 만드는 일이 절실하다.

일곱째, 한미동맹 50주년을 떠받치고 있는 정전협정 50주년의 의미를 조명하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위한 절차와 정책 추진을 통해 동맹의 일방적 성격을 변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작업은 미국의 군사적 기능이 한반도에서 한층 더 강화되도록 한 이번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내용에 대한 심도 깊은 비판적 논쟁이라고 하겠다.

이 모든 대응의 초점에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적 이해와 우리의 민족적 이해가 적대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민족 생존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후퇴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결의가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 모든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집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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