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민주당 '신당워크숍'에서 비공식 신당추진위원회를 구성, '통합신당'쪽으로 가닥이 잡힌 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인적청산' 문제가 다시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인적청산 대상은 정균환, 박상천, 최명헌, 유용태, 김옥두"**
신주류 강경파인 이강철 대통령 정치특보 내정자 겸 민주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이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안이 당무회의를 통과해도 함께 못 갈 사람이 있다"며 정균환 총무 등 5명의 실명을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특보는 "누구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성향과 말해온 것으로 봐서 구주류 중진 정균환 총무와 박상천 최고위원,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추친협의회 출신인 최명헌, 유용태 의원 등은 쉽게 오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동교동계 구파 핵심인 '김옥두 의원도 해당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라고 말했다.
이 특보가 '신당 배제 5인방'을 거론한 것은 동교동계 핵심인사, 후단협 등 대선기간 중 노골적으로 '노무현 흔들기'를 주도했던 인물은 배제해야 한다는 신주류 강경파의 의중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신주류 내부에서는 비리연루 인사 5인, 탈당파 4인, 핵심 구주류 5인 등을 포함하는 '인적청산 대상 14인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고 알려져 주목된다.
이 특보는 또 내년 총선과 관련, "윤덕홍 교육부총리,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 영남 출신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릴 것"이라며 "나는 대구에서 가장 취약한 곳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해, 국정에 전념해야 할 공직자들을 벌써부터 총선에 동원하려 한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이 특보는 "그분들이 과거에 한 얘기와 행동이 있지 않느냐. 그런 차원에서 한 얘기지, 꼭 특정인을 지목해서 한 것은 아니다"고 한걸음 뒤로 뺐다.
***구주류 15인 "신당 동참 유보"**
이 특보의 이같은 발언을 접한 구주류 15명은 이날밤 긴급 만찬 모임을 갖고, 16일 결성된 '신당추진모임'에 동참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분당'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엔 정균환 박상천 최명헌 박상희 이윤수 김충조 유용태 장태완 김옥두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한화갑 전 대표는 불참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그들(신주류)이 주장하는 '통합신당'의 실체가 확실치 않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신당 추진 세력들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봐야 하겠다는 의견이 대세였다"고 말했다. 참석 의원 다수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식 신당은 거부하고, 개혁인사들을 수혈·보강하는 '리모델링 방식'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균환 총무는 "외곽에서 분위기를 조성해 밀어붙이는 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부당하게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신당을 추진하는 분들은 대통령의 측근 실세이고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할 분들인데, 당 운영을 변칙적으로 하려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 총무는 또 "국정운영도 자기들 생각대로 법을 어기고 밀어붙이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몰아붙인다면 국민이 과연 용납하겠느냐"고 말했다.
***"DJ, 신당에 대해 무심(無心)"**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17일 병문안차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했으나, 면담을 거절당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께 동교동 김 전대통령 자택을 찾았으나, 김 전대통령이 주사를 맞고 쉬고 있어 20여분간 이희호 여사만 만나고 돌아왔다. 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입원 중에도 수차례 문병의사를 타진했으나 김 전 대통령측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거절했으며, 정 대표는 이날 사전 연락 없이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한정 비서관은 "김 전대통령이 괜히 민주당에 개입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 인사는 일절 만나지 않는다며 정 대표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했다"며 "김 전대통령은 이미 퇴임한 분으로 민주당이나 민주당이 추진중인 신당에 대해서는 무심(無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최근 신당창당 과정에 노골화된 호남계 배격 및 민주당 정통성 불인정 움직임에 대한 김 전대통령의 불쾌한 심사가 우회적으로 피력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김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이 공식 파기된 데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가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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