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석유 매장국인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의해 설정돼왔던 생산쿼터를 무시하면서 가능한 최대한의 석유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 국방부가 임명한 이라크 석유 자문관이 17일(현지시간) 밝혀, 이라크의 국제원유시장 복귀에 따른 유가전쟁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필립 캐럴 자문관은 “역사적으로 이라크는 OPEC 생산쿼터 시스템에 비정규적으로 참여해왔다”면서 향후 OPEC 생산쿼터에 ‘이라크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과거 계약은 파기되거나 재협상돼야”**
후세인이 살았던 바그다드 대통령궁에서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캐럴 자문관은“OPEC는 회원국의 이익을 조정하기 위해 생산쿼터의 선택을 투표로 결정하면서 자신의 길을 추구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나에게 있어 그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세인 체제에서 체결된 석유 생산 계획이 파기되거나 재협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 정권은 원유 채굴과 생산 등에서 프랑스나 러시아, 중국 기업들과 계약을 맺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취해왔다"며 "캐롤은 어떤 특정 계약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세 나라의 회사를 우대하던 시스템은 후세인의 종말과 함께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 석유회사인 쉘사(社)의 경영진이었던 캐럴은 “이라크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계약인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우리의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이라크 국내에서의 부족분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석유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OPEC의 미래에 중대 변수로 등장**
캐럴 자문관은 또 이라크의 재건사업에 대한 재원마련을 위해 석유생산을 전쟁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한편, 수출을 통해 수입을 늘리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주요 목표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2위의 석유 매장국이 국제 원유시장에 재등장해 OPEC의 쿼터를 무시한다면 이미 약화된 OPEC의 가격 통제능력이 더더욱 악화될 것이며 석유에 대한 ‘가격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같은 상황은 사우디와 쿠웨이트, 이란 등 수위의 원유 생산들에게 타격을 주지만 미국내 가솔린 수입업체와 부시 행정부에게 더없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포스트는 예측했다.
한편 미국에 의해 장악된 이라크 석유부는 이미 이라크를 OPEC 회원국에서 탈퇴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최대한 많은 수출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이라크 석유부의 고위급 인사는 전했다.
***부시, 내년 재선 위해 유가 하락 희망**
이라크 석유 생산.수출 재개는 OPEC의 미래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던져 주면서 30여년간 유지됐던 국제 석유 수급체계의 큰 틀을 뒤흔들 가능성을 낳고 있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으로 노리고 있던 1차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도 대통령 재선에서 성공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부시 정권은 이라크 석유 대량수출을 통해 국제유가를 떨어트림으로써 국제적 규모로 경기부양을 하려 하고 있다.
반면에 극심한 재정적자로 부심하고 있는 OPEC 국가들은 고유가를 통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려 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금명간 '미국 대 OPEC국가'간에는 유가를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 불가피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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