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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자본축적과 지구정치경제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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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계적 자본축적과 지구정치경제의 향방

홍기빈의 '현미경과 망원경' <7> Ⅱ. 보데의 법칙? ③

***II. 보데의 법칙? :무기-석유 연합의 “차등적” 이윤율과 중동의 분쟁**

***③ 중동에서의 군수자본과 석유자본의 이익**

지난 몇 회에 걸쳐 우리는 닛잔/비클러 이론을 통하여 미국의 군수자본 핵심과 석유자본 핵심이 각각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 또 그들이 중동이라는 지역에서 같은 이익을 공유하여 동맹을 결성할 개연성을 살펴보았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무기 수출을 원하는 미국의 군수 자본과 유가 인상을 통한 이윤 확대를 원하는 석유 자본, 그리고 중동 특수를 얻고자 하는 엔지니어링 건설회사, 오일 달러를 유치하는 미국의 금융 기관 등이 유착하여 미국의 외교 정책에 강한 영향을 행사한다.
2.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3. 유가가 인상되고, OPEC 국가들의 수입과 석유 자본 핵심의 이윤이 모두 늘어난다.
4. OPEC 국가들은 늘어난 수입을 다시 미국의 금융 기관에 예치하거나 대규모 공사를 미국 건설 및 엔지니어링 대자본에 발주하거나,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미국의 무기를 구입한다.
5. 구입된 무기로 갈등의 규모가 확대된다 는 악순환의 고리였다.

그러면 이제 변죽은 그만 울리고 이러한 가설의 ‘개연성’이 어느 만큼의 ‘현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 볼 때가 되었다. 그 인과관계의 방향은 두 가지이다. 첫째, 지역 갈등의 고조가 실제로 석유 자본과 산유국의 이윤과 수입을 확대하는가. 둘째, 그 반대 방향으로, 산유국의 수입이 늘어나면 실제로 미국의 무기 수출이 늘어나는가.

***1. 지역 갈등 → 석유 산업**

1) 원유 가격과 ‘불안’ 지수

먼저 흔히 발견되는 오해 하나는 원유 가격이 ‘희소성’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석유는 그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는 자원이니만큼 귀금속이나 마찬가지로 그러한 희소성의 논리로 가격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적 근거가 희박하다. 물론 석유의 매장량은 유한하지만, 그 현실적인 ‘희소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확인된 매장량’을 ‘현재 생산량’으로 나눈 것이다. 즉 ‘현재까지 확인된 매장량은 현재 수준의 석유 생산이 계속될 경우 몇 년이나 버틸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것이다. 만약 세계 석유 생산량에 비해 새로운 유전이 활발히 탐사 확인된다면 이 지표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즉, ‘희소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4반세기 동안 바로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1960년대 중반 그 지표는 ‘30년’ 정도였으나 1990년대 초가 되면 ‘40년’으로 올라가게 된다. 만약 석유의 ‘희소성’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면 이 기간 동안 석유 가격은 크게 떨어졌어야 했지만, 실제로 벌어진 것은 그 정반대의 사태인 것이다.

원유 가격의 결정이 보통의 경제학 상식과 어긋나는 점이 또 하나 있다. 보통의 상품들은 수요가 과다할 경우 가격이 상승하며 공급이 과다할 경우 하락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70년대 이래의 석유 가격의 등락은 그 반대의 방향으로 즉 운동해왔던 것이다. 닛잔/비클러 이론은 이를 실증적으로 조사하기 위하여 ‘과다 수요’와 ‘과다 공급’을 측정할 대리 지표(proxy)로 원유의 재고량의 변동 즉 연간 소비와 연간 생산의 차이의 변동을 살펴본다. 그 결과는 아주 재미있다.

1970년까지는 원유의 경우도 재고량이 증가(즉 과다 공급의 발생)하면 그 가격이 보통 상품이나 마찬가지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1970년 이후 즉 OPEC 체제가 시작된 이후로는 그 반대가 되어, 재고량의 증감과 원유 가격의 등락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원유는 잘 팔리지도 않아 창고에 계속 쌓이는데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또 원유가 잘 팔려서 재고가 줄어드는 데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석유는 너무나 핵심적인 자원이라서 수요자들은 현재 시장에서 석유 공급이 충분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을 수가 없다. 73년의 석유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중동 지역에 무슨 일인가가 터져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하여 혹시라도 생산 중지 혹은 출항 금지(embargo) 등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하는 악몽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길들여진 상태이다. 중동이 조금만 심상치 않다 싶으면 미래의 안정적 석유 확보를 위하여 금새 더 큰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생기게 된다. 산유국이나 석유 기업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고 이 과점체들 사이의 소위 “가격 합의(price consensus)”가 순식간에 더 높은 점에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석유 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는 현재가 아닌 미래 상황에 대한 위험 평가에 근거하여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의 수급량과 거의 무관하게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리하여 닛잔/비클러는, 70년대 이후 현재의 OPEC 석유 레짐에서는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석유 공급 불안 요인이 원유 가격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는 70년대 이후의 수 차에 걸친 중동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유가 인상이 벌어졌던 사실에 비추어 반박하기 힘든 사실이라 볼 수 있다.

2) 원유 가격 등귀의 결과

<엑셀 그림 첫번째 넣고 [그림 1]이라고 표시해 주십시요>

[그림 1]은 7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석유 레짐이 “자유로운 흐름(free flow)”에서 “제한된 흐름(limited flow)”으로 극적인 변화를 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70년대 이전까지 원유 가격은 조금씩 하락했지만(그림은 'spot price'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서 멈춰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의 고도 성장으로 인한 수요의 확대에 힘입어 산유국 원유 수출량은 계속 증가하였고 석유 자본 핵심의 이윤도 계속 늘었다. 그러다가 70년대가 지나게 되면 석유 자본 핵심의 이윤이 증대되는 주요 메카니즘은 원유 가격 인상으로 변한다. 또 앞에서 말한 “불안” 요인 때문에, 가격이 계속 인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산유국 수출량은 증대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그림에서의 원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되는 계기는 예외없이 중동 지역의 군사 분쟁이었음을 상기해보라.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지극히 낮은 석유 산업의 특성상 산유국과 석유 기업의 이윤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가격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지역에서의 갈등이 원유 가격을 매개로 하여 산유국의 석유 판매 수입과 석유 기업의 이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원유 수출 증대 → 무기 수입**

이번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의 연관관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를 알아볼 차례이다. 즉, 정말로 OPEC 국가들의 석유 수출로 인한 소득 증대가 생기면 더 많은 무기의 구입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엑셀 그림 두번째 놓고 [그림 2]라고 표시해 주십시요>

이 그림은 해당 년도의 무기 수입액과 그 3년전의 석유 판매 수입의 관계가 어떠한 추이를 갖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무기 거래는 보통 계약에서 현물 인도가 벌어질 때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을 갖는다. 이 그림의 무기 수입액은 현물 인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석유 판매액과의 관계를 살피기 위해서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그림에서도 70년대를 전후한 OPEC 석유 레짐으로의 구조적 변화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간단한 회귀 분석을 해보면, 73년 이전에는 석유 판매 수입이 1% 증가할 때마다 무기 수입이 3.3%씩 증가했음을 볼 수가 있지만, 그 이후에는 그 반응도가 0.4%로 떨어지게 된다. 73년 이전에는 석유 판매 수입의 액수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을 무기 구입에 지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73년 이후에는 절대적 크기 자체가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에(그래프의 양축이 로가리듬 스케일로 그려져 있음을 주의하라), 그 중 국내의 각종 건설 공사라든가 또 외국 금융 기관에의 자금 유치 등으로 지출되는 부분이 급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실로 인상적인 것은, 이 석유 판매 수입의 증감과 무기 수입액의 증감의 관계가 거의 선형(linear)에 가까운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는 점이다. 실로 73년 이후로는, 어느 한 쪽의 수치만 알아도 다른 쪽의 수치를 대충 계산할 수 있을 지경이다! (다시 한번, 로가리듬 스케일로 그려졌음을 상기하자.) 이는 무기 산업의 실정을 생각해보면 실로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 닛잔/비클러의 지적이다.

무기의 거래에는 수많은 외적 환경이 개입하게 되어 있다. 몇 개만 언급해보아도, 냉전 당시였으니 미 소 양대국의 지역 정책과 허가, 국내 무기 산업의 발전, 지역 분쟁의 고조, 등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관한 한, 무기 수입액은 석유 판매 수입과 거의 선형의 비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니, 오히려 그렇게 수많은 ‘외적’ 요인들이 거꾸로 이러한 군수 자본의 이익의 결과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양 방향으로의 연관관계를 밝혀놓아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과연 그 집단들의 이익이 영향을 받는구나’하는 연관 관계 이상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인 것이다. 연관관계는 분명코 ‘인과관계’와는 다르다. 이 지역의 군사 분쟁이 늘고 원유가격이 오르면 미국 군수 자본 석유 자본이 이익을 본다는 ‘연관관계’가 있다는 말과, 그 지역의 군사 분쟁은 그 군수 – 석유 자본 동맹이 좌우하는 이 지역의 미국 외교 정책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코 다른 느낌이니까. 그런데 필자는 앞 장에서 분명히 ‘CIA의 총탄’ 운운 하면서 대담하게도 후자의 가능성을 암시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이것을 증명하려면, 인과관계의 방향이 군수 – 석유 자본의 행위에서 중동 분쟁의 발생으로 향하도록 한 번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닛잔/비클러도 바로 이러한 방향의 실증 조사를 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실로 괄목하지 않을 수 없는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편에서 보도록 하자.

***추기**

이 연재에서 훌륭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죠나단 닛잔(Jonathan Nitzan) 교수와 심숀 비클러(Shimshon Bichler)의 연구 성과로 돌려야 한다. 필자는 단지 그들의 연구를 소개하는 역할만 하고 있으며, 본문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와 분석은 모두 그 두 사람의 성과물이다. 물론 소개하는 과정에서의 실수와 착오는 모두 필자의 몫이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다음의 아카이브에서 원문으로 구해볼 수 있다.

http://www.bnarchives.net

참고할만한 닛잔, 비클러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Bringing capital accumulation back in: the weapondollar-petrodollar coalition-military contractors, oil companies and Middle East ‘energy conflicts’", 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2(3), 1995.

Ch. 5 “The Weapondollar-Petrodollar Coalition” in The Global Political Economy of Israel, (London: Pluto,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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