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한 봉쇄 전략이 그 실체를 잇따라 드러내고 있다. '쿠바형 해상봉쇄'를 통해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전략이다.
***NYT, "미국, 다단계 대북 해상봉쇄 취할 것"**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앞으로 북한과 협상을 계속하면서 미사일과 마약의 수출을 저지하는 해상봉쇄 정책을 단계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는 최근 북한의 핵물질 수출 저지 방법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방식은 지난달 27일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를 통해 알려진 ‘쿠바형 해상봉쇄’라고 전했다. 그후 소극적인 봉쇄에서 적극적인 나포와 수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NYT는 그러나 클린턴 정부시절 국무부의 핵확산금지분야 책임자로 일했던 로버트 아인혼의 말을 인용해, "미사일과 핵 물질 수출의 저지하기 위해 북한의 화물선을 나포하는 것은 법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불법 물질을 옮기는 것으로 의심나는 북한 배에 승선할 국제법적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같은 권한을 얻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해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동의, 그리고 중국의 협조를 얻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일수 있다는 것이 이 신문의 지적이다. 게다가 북한이 핵 물질 수출을 시도할 경우 배낭 하나 크기에 들어가는 이것을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미 정보기관은 보고 있다.
아인혼은 그러나 "(안보리 결의가 없더라도) 현재같은 상황에서는 이란으로 향하는 북한선박이 대포동 미사일을 싣고 있는 것으로 확신할 경우 미국은 이 선박에 승선해 화물을 압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또 지난달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메모를 통해 밝혀진 미 국방부 매파들의 보다 대담한 북한 고립정책도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지난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평화적인 해결책’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NYT는 그러나 평화적인 해결책에 대한 한미 양국의 생각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에서는 다소 ‘유연한’방법을 추구하는 반면 미국 매파들에게는 중국 원유 공급의 중단 같은 강경 고립정책이 더 선호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NYT는 따라서 향후 몇 달동안 북한과의 협상이 시도된 후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해상봉쇄나 고립정책이 실시될 것이라고 보았다.
***일본, 총련의 대북송금 차단**
일본도 대북봉쇄를 강화할 전망이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19일 일본 정부가 북한의 사용후 연료봉 재처리 사실이 확인되거나,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에는 일본 금융기관을 통한 대북 송금을 자체 판단에 따라 전면 중단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북한의 최대 외자 조달원인 총련의 대북 송금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북-일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총련 등을 통해 조달한 외자로 중국 등을 통해 부족한 식량등을 구입해왔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는 현행 외국환.외국무역법에 의한 송금 정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유엔안보리 결의 및 다국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앞으로는 관련법의 해석을 변경해 자체 판단으로 대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의 외무성과 재무성측은 외국환.외국무역법 내용 중 '다국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일본을 포함한 2개국의 협조에 의해 송금정지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해석변경한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 대통령안보보좌관의 일본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및 마약수출 봉쇄 요구"에 따라 금명간 북한의 수출봉쇄에 참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법해석 변경에 의거해 일본 정부는 자체적인 정책판단으로 정령을 제정해 대북 송금을 정지하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독일도 북한봉쇄에 동참**
그동안 북한문제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접근을 비판해온 독일도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종전의 입장을 바꿔,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독일제 화학물질의 북한행을 저지했다고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19일자 호에서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미국은 독일 회사가 수출계약을 체결한 시안화나트륨 약 30t의 공식 수입처가 싱가포르 무역회사로 되어 있으나 실제는 북한으로 갈 것으로 추정된다며 독일 정보 당국에 화물 반출 중단을 요청했다. 시안화 나트륨은 일반적으로 금속 가공 공정에 사용하지만 치명적 신경가스인 타분의 생산에도 전용될 수 있다고 슈피겔은 설명했다.
이 화학물질을 실은 독일 선박이 이미 출항한 것으로 확인되자 독일 정보당국은 선주에게 연락해 다음 항구에서 문제의 화물을 내리도록 했다고 슈피겔은 덧붙였다. 슈피겔은 그러나 이같은 일이 언제 벌어졌는지, 실제의 행선지가 과연 북한인 것으로 확인됐는 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무력충돌 위험성 증대**
이같은 미국, 일본, 독일의 잇따른 대북 봉쇄 움직임은 북한을 고립포위, 경제적 위기를 심화시킴으로써 북한의 핵개발 폐기라는 항복선언을 받아내겠다는 미국의 마스터 플랜에 따른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독일의 시안화나트륨 수출 봉쇄에서 볼 수 있듯, '대량살상무기에 전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 경우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북한의 대다수 수입품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오는 23일 예정된 조지 W.부시 미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간 '미-일정상회담', 이달말로 예정된 부시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간 '미-중 정상회담' 및 부시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간 '미-러 정상회담', 오는 6월6일로 예정된 노무현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총리간 '한-일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대북고립 포위전략의 큰 틀이 완성돼, 6월 중순부터는 대북 해상봉쇄 및 경제제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같은 대북 봉쇄가 본격화할 경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위기 증대시 추가적 조치"에 합의한 우리나라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북한 서해상의 봉쇄 대신에 '북한 동해상 봉쇄'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전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NYT와의 인터뷰에서 아인혼이 지적했듯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 및 북한선박 나포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고 이에 따라 북한과의 무력충돌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어, 실제로 해상봉쇄가 단행될 경우 한반도 긴장은 극도로 높아질 위험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