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최근 미 국방부 '특수작전국'의 실체를 파헤친(프레시안 16일 보도) 미 시사교양주간지 <뉴요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시의 인터뷰 내용이다.
허시 기자는 지난 6일자 <뉴요커>에 미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등 기존의 정보기관들을 누르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를 독점 제공, 전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 했던 국방부 내 임시 정보분석그룹을 소개한 바 있다.
그가 밝혀낸 것은 그러나 국방부 정보팀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취했으며 그들의 주요 정보원이었던 망명 이라크 반체제인사들의 진술조차 확대해석했다는 사실이었다. 인터뷰에서 허시 기자는 '사실만을 분석하지 말고 추측도 분석하자'가 국방부 정보팀의 원칙이라며 이를 "매우 도발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을 보고, 그들이 믿는 명제를 뒷받침할 만한 것들을 발견하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비판은 곧 배신인가?"**
특수작전국에 관한 뒷얘기 외에도 허시는 이번 전쟁 과정을 통해 느낀 부시 행정부와 언론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워싱턴에서 40여년간 군사ㆍ국방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도했던 허시는 공직자의 말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늘 그렇지, 뭘"하는 식의 2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미국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을 위험에 내모는 전쟁 결정에도 그같은 2중 잣대가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허시는 이어 "내가 전쟁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고 해서 럼즈펠드 국방장관보다 애국심이 떨어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자는 것이 아니라 뭔가 대안을 제시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자신의 보도태도를 옹호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집단적 사고에 강하게 매몰돼 있는 집단"이라며 "워싱턴에서 40년간 기자를 하면서 부시 행정부처럼 외부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결코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전쟁 보도에 대해 허시는 소위 '부수적 피해'라 할 수 있는 민간인의 피해가 제대로 보도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미 국방부의 종군취재 프로그램이 이를 조장, 보도의 자율성을 크게 헤쳤다고 비판했다. 베트남전 당시 다낭항 민간인 사살 사건이 발생 4년 후에야 보도됐던 사례를 든 허시는 "전쟁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곧 이라크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알게 될 것이고 언론은 바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7일 <뉴요커> 인테넷판에 게재됐다. 부시 행정부와 전쟁, 언론에 대한 베테랑 기자의 시선은 어떤 것일까.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전쟁과 정보**
애미 튀브케-데이비슨 : 이번 기사에서 당신은 이라크전쟁의 필요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파헤쳤다. 무엇을 알아냈는가?
허시 : 내가 알아낸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 미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등을 중심한 행정부내 정보기관을 집합적으로 부르는 말-역자)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공동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정보공동체로부터 어떻게 브리핑을 받는지를 들었다. (그러나) 그 정보공동체는 국방부의 소규모 그룹에 의해 아주 심하게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매일매일의 정보활동을 다소 침범해왔다. 나는 9.11 테러 이후 국방부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임시(ad-hoc) 정보분석그룹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 그룹은 지난해 8월에야 특수작전국(the Office of Special Plans)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작전국의 책임자는 윌리엄 루티 국방차관이고 국장은 아브람 슐스키다. 그들은 CIA는 물론 DIA, 국무부 등 다른 기관에서는 이라크와 알카에다 가 연계돼 있으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노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들 정보기관들이 제대로 된 관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느끼고 있다. 국방부 정보그룹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알카에다-이라크 연계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들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었고, 핵무기를 적극적으로 보유하려 하고 있고, 수천톤의 생화학 무기를 만들어 없애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그런 신념의 비약을 거쳐) CIA가 수집한 정보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한 전직 정보관리가 내게 말했듯이 그들은 (필요한) 정보는 분명히 있으며, 신의 힘을 빌어 자신들이 이를 발견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판단 근거는 '믿음', 망명자 진술마저 왜곡**
데이비슨 : CIA에 도전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새로운 관점을 찾거나 CIA가 자체의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허시 : 물론 결코 문제될 것이 없다. 늘 제기되는 CIA에 대한 불평 중 하나는 CIA가 너무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CIA가 냉전에 잘못 대처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소련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생산하고 있었고 군수 물자에 얼마나 몰두했는지에 대한 CIA의 평가서들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CIA에 대해서도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국방부 특수 그룹의 사람들은 한걸음 더 나간다. 그들의 불만은 CIA와 그 분석가들이 실제 팩트를 분석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그 다음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 알고 있는 것만을 분석하지 말자.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추측하고 이 추측들을 (정보 분석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매우 도발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만을 보고, 그들이 믿는 명제를 뒷받침할 만한 것들을 발견하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가장 큰 문제는 국방부 정보 평가의 사실적 근거가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된 정보원은 (이라크) 망명자들의 진술이다. 그 보고의 대부분은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의 연합체인 아흐메드 찰라비의 이라크국민평의회(INC)를 통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의 진술이 실제상황과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한 전직정보 관리는 망명자의 진술을 -알카에다 조직원들과 함께 생화학무기 사용 훈련을 받았다는-기록한 비밀보고서가 국방부의 도움에 의해 유포된 사례를 말해줬다. 그것은 신문에도 흘려졌다. 나중에 CIA가 그 망명자와 그를 인터뷰했던 사람들을 따로 만났을 때, 그 망명자는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CIA에 말했다. 알카에다 얘기도 없었고 생화학무기 얘기도 없었다. 찰라비의 INC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9.11 테러가 일어나자마자, 망명자들이 연이어 나타나 알카에다와 여타 테러리스트들이 이라크에서 비행기 납치 훈련을 받았다는 아주 생생한 정보들을 진술했다. 9.11 발발 후 한두달 내에 뉴욕타임스와 PBS의 "프론트라인" 프로그램은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테러훈련, 세계무역센터 공격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망명자들의 진술을 연속보도했다. 물론 국방부에도 정보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정보건 그들의 '기존 이론(preexisting theories)'을 뒷받침하는 정보라면 그들은 이 정보를 믿었다. 이 모든 것들은 효과가 나타났다. 내 기사에 나온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의 72%가 후세인이 9.11 테러와 연계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2중 잣대가 미국의 비극**
데이비슨 : 전쟁은 마무리돼가고 후세인의 힘은 이미 권좌에서 축출됐다. 그런데 왜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전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무엇이었는가가 여전히 문제가 되는가.
허시 : 이라크로부터의 위협이란 것이 (부시행정부가) 미국인들에게 전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시키는 근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민주적 세속정부를 바라고 전쟁을 강력히 지지했던 전 상원의원 밥 커리의 인터뷰는 주목할 만하다. 그들(강경파)은 사담 후세인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토대로 한 주장은 미국인들이 전쟁을 찬성하게 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커리는 말했다.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관여했고 그의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나아가 후세인이 9.11에 관여했다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만일 행정부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미국인들을 움직이는 최선의 방법은 후세인을 미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별다른 증거도 없이-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속임수다. 우리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라고 우리의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의 아이들이 누구를 죽이거나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곳에 보낼 때에는 말이다.
데이비슨 :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정직함을 기대할 수 있나. 당신은 닉슨 전 대통령의 추문을 파헤친 바 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얘들 장난 수준이 아닌가?
허시 : 언론인으로서 나의 생각은 단순하다. 공직자들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매우 우려스럽다. 부모로서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식으로서도 우리는 부모로부터 거짓말을 듣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관계에 있어 신의를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비극은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각자의 삶에서는 매우 중시하는) 동일한 기준을 들이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가 "늘 그렇지, 뭘"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우리는 2중 잣대가 있다는 것-각자의 생활에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을 공직자들에게 용인해주는 것-그 공직자들은 우리와, 전쟁터에 나가는 우리의 자녀들, 그들이 죽일 사람들까지 지배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을 거의 거의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최선의 기준보다 못한 것들도 용인될 수 있다고 말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믿음을 토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기자생활 40년만에 처음 보는 미 행정부의 모습**
데이비슨 : 럼즈펠드나 다른 사람들은 '일단 전쟁이 시작된 이상 그같은 불평을 공공연히 말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것이다, 특히 당신의 정보소스가 되기도 했던 군인들에게 잘못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나?
허시 : 나는 40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그리고 나는 (군)작전상 중요한 사실들은 한번도 보도한 적이 없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자신이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언론인들도 우리 군의 생명과 우리나라의 방위력을 위협할 수 있는 비밀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논외로 하자. 내가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고 해서 내가 도널드 럼즈펠드보다 애국심이 떨어지는 미국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럼즈펠드 역시 이 점을 인정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민주국가이고 자유로운 언론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나와 만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정부 내에서 매우 민감한 지위를 갖고 있었고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신중하게) 행동했다. 불평을 늘어놓자는 것이 아니다. 뭔가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부시행정부에서 내가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 그리고 내가 기사에 썼던 것 중의 하나는 부시행정부가 집단적 사고(groupthink)에 강하게 매몰돼있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으며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진실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매몰돼 있다. 내 기사에 인용된 어떤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스스로를 천사라고 여기며 그 밖의 사람들은 바보라고 여기고 있다. 워싱턴에서 40년간 기자를 하면서 나는 그토록 외부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결코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충성심에서 우러나온 반대로 여기기보다는 곧바로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부시행정부는 정말로 분파적인 행정부다. 국무부와 국방부, CIA와 국방부 간에는 깊은 단절이 있고, 싸움에서 주로 이긴 것은 국방부다. 그들은 정보를 통제한다. 럼즈펠드는 군 사령부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 그는 모든 곳에 자기 수하의 사람들이 있길 원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 많은 이견들과 많은 불만들이 존재한다.
데이비슨 : 하지만 그들은 관료들간의 전투에서뿐만 아니라 전쟁도 이기지 않았나?
허시 : 바그다드를 향한 전투는 분명 이겼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고 언론들은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이라크 전역에 퍼진 절망도 그만큼이다. 이번 전쟁은 놀랄 만한 기술과 속도로 승리했다. 그러나 전후 이라크를 운영해갈 대대적인 계획은 사라진 듯하다. 부시행정부의 정치적 미래는 전쟁에서의 기술이 아니라 이라크인들의 일상에 가해진 피해를 복구하려하는지에 따라 심판될 것이다.
***레오 스트라우스의 영향**
데이비슨 : 신속한 승리와 관련하여, 당신이 이전 기사에서 인용한 일부 군 장성과 전쟁 계획자들을 인용하여 너무 적은 수의 군인을 보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들은 전쟁이 그토록 빨리 끝난 것에 대해 놀라고 있지는 않나?
허시 : 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후세인이 사라졌다고 믿지 않고 있다. 단지 우리는 적은 수의 병력으로 이라크 전역을 휩쓸고 바그다드를 점령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전쟁 계획자들이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려했던 점은 적절한 병력이 없다면 전쟁 이후의 불가피한 반응(약탈과 그 모든 혼란상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같은 결과는 모두 예견된 것들이었다. 내전과 시가전을 설명한 모든 문서들은 그같은 결과에 대해 경고한다. 그리고 나는 전후 처리를 논의한 미군 합동참모본부의 회의가 수개월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그다드의 경우, 미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 이상의 충분한 병력은 배치되지 않았다. 바그다드의 경우 (약탈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군이 배치된 곳은 석유부 건물뿐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진짜 심각한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
데이비슨 : 이번 기사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던 아흐메드 찰라비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는 지금 바그다드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와 인터뷰 했는데, 그는 어떤 인물인가? 이라크가 원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허시 : 결코 아니다(인터뷰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걸 말할 수는 있다. 그는 분명 품위가 있다. 매력적이고 기민하고 영리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는 수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그는 폴 월포위츠 부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인사들과 10여년간 친분을 맺어왔다. 행정부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는 CIA, 국무부와의 갈등 관계에 있는데 CIA와 국무부는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있다. 그들은 그의 비행(非行)에 대해 들어왔다. 그는 요르단에서 열린 결석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월포위츠를 비롯한 국방부 인사들은 이라크 문제의 해결책으로 그를 꼽고 있다. 그러나 찰라비같은 사람은 미국의 대리인 이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데이비슨 : 당신의 기사에서 나온 또 하나의 흥미있는 인물은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다. 스트라우스와 군사 정보의 관계는 무엇인가.
허시 : 현 정부의 많은 인물들이 레오 스트라우스의 추종자라는 사실 이상은 별다른 것을 생각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아브람 슐스키와 그의 동료들, 월포위츠와 스티븐 캠본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 등이다. 그러나 슐스키는 실제로 스트라우스와 정보활동을 연관지은 논문을 썼다. 슐스키의 논문은 스트라우스의 이론(위대한 철학자나 중요한 고대 문서의 진의는 몇몇 선택된 소수만이 알 수 있다는)에 관한 것이었다. 슐스키는 그 논문에서 스스로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 철학의 대가들은 그들의 저작 속에 은폐된 메시지를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매우 소수의 현인들만이 그 진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일반대중들에게 진실의 전모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는 뜻-역자). 이는 플라톤의 '고상한 거짓말(noble lie)' 개념에서도 나온다. 물론 이는 엄청난 단순화다. 그러나 슐스키가 썼듯, 이라크의 경우 흥미로운 것은, 속임수가 어느 정도인지 혹은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느 누구도 완벽히 알지 못한다는 스트라우스의 불평이다. 이는 자신의 실제 의도와 목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우리를 속인 후세인의 속임수도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그것으로부터의 추정도 가능하다. 이런 아이디어는 국방부 특수작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후세인과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의 질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베테랑 기자 허시가 생각하는 종군보도의 문제점**
데이비슨 : 국방부의 종군보도(embedding)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도 등록하고 싶지 않았나?
허시 : 나는 너무 늙었다. 종군보도는 전쟁을 안방으로 생중계하는 데에 대단한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전쟁의 모습을 걸러서 보여주기 때문에 스톡홀름 신드롬(73년 스톡홀름 은행인질강도 사건에서 인질과 범인이 정서적 교감을 갖게 됐던 사례를 빗대 나온 심리학 용어. 미군과 행동을 같이 하는 종군기자들이 편향적으로 보도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역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어느 정도였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나?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종군에 참여했던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비전투요원이 그들과 동행한 부대에 의해 살해됐나에 대한 섬뜩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민간인 사상이라는 측면에서 부수적인 피해가 얼마나 됐는가를 따져봐야만 한다. 현재 행정부의 공식 집계는 없다.
데이비슨 : 전장에 기자가 있었기 때문에 기자도 바뀌었지만 전쟁도 바뀌었다고 생각지는 않나? 기자들이 있으면 군대의 행동도 달라지지 않을까?
허시 : 전쟁 초기에는 물론 기자들이 (민간인에 대한) 군대의 과잉행동을 엄청나게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끔찍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전쟁 발발 2~3일 후 백기를 흔들며 미군에게 접근한 사람들이 미군을 공격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사고는 미군에 즉시 타전됐다. 우리 군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겁에 질린 19세 소년이 무기를 갖고 있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은 별로 없다. 그 후로는 이라크인들이 항복하기 매우 어려워졌을 것이다. 몇 번의 사고가 더 일어났던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우리는 바그다드에 있는 검문소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나는 본국의 미국인들에게 전쟁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기자들을 군부대에 배속시킨다는 것에 대해 냉소적이다. 기자들이 군대와 함께 움직일 때에는 수많은 의무가 따른다. 이것이 내가 냉소적인 이유다. 나는 1969년부터 베트남 밀라이(My Lai)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베트남에 없었고 처음에 밀라이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에 대해 5개의 기사를 썼다. 그러나 내가 3번째 기사를 쓰고, (CBS의 저명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가 이 기사를 받아 보도한 후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내가 보도하고 있었던 진실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신문사들이 그제서야 이같은 태도를 버렸다. 프리랜서로서 밀라이 사건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한 후 세 번째 일요일, 수십명의 베트남 파병기자들은 그들이 목격한 (미군의) 잔혹 행위에 대한 끔직한 이야기를 갑자기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비슨 : 이미 써놓았던 기사들을 보도했던 말인가?
그렇다. 그들이 써놓았던 이야기들이었다. 나에게 강한 인상을 준 이야기중 하나는 미군이 처음으로 다낭항에 정박했던 1965년 7월의 일이었다. 미 해병대가 그곳에 정박했는데 그들중 일부가 방공호에 숨어있는 민간인들에게 이틀에 걸쳐 의도적으로 발포했다. 그들과 같이 있던 그 기자는 사건을 목격했고 매우 사실적인 기사를 썼다. 그러나 그의 기사가 나간 것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969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전쟁에 참가한 종군 기자들도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실제로 본 것들을 조금씩 털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슨 : 결국 기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어떤 기준으로 기사를 써야 할 것인가게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말인가?
허시 : 종군기자들 중에는 자신이 보도한 것과는 다른, 혹은 최소한 보다 폭넓은 전쟁의 실상을 알고 있는 기자들이 있다. 나는 이들과의 사적인 대화를 통해 이를 알게 됐다. 물론 우리 군은 훌륭하다. 나는 40년간 군 관련 보도를 전문적으로 해왔다.나는 군에 훌륭한 친구가 많다. 군은 신의가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활력있는 조직이다. 훌륭한 군인만큼 명예로운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서는 별의별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전쟁의 속성이다. 결국 우리는 그것을 알게 것이다. 이 일들의 일부는 결국 보도될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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