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의원은 정치발전에 비약은 없다고 하면서 3.5세대 정당을 주장했다. 그러나 저는 200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 우리가 경험한 새로운 정치문화가 0.5세대 정도를 비약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본다. 대통령 후보의 국민경선, 공정한 경쟁과 깨끗한 승복, 미디어 정치와 돈 안 쓰는 선거, 정치인과 유권자 간의 투명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이런 것들이 앞 세대의 정치문화와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근거다. 지금 신당을 추진하는 뉴 리더들은 3김씨는 물론이려니와 그 앞 세대들과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
신당 논쟁과 관련, ‘제4세대 정당론’을 주장한 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가 민주당 김영환 의원의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14일 본지에 보내왔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당은 ‘국민의 정부’의 개혁과 민주당을 지지했던 개혁적 국민들이 참여정부와 신당에 분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신당,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 참여정부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3.5세대 신당이어야 한다”는 김영환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는 한국정당사 전체를 상정하고 보면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씨 등 이른바 3김 정치의 맥을 계승하자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씨가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정당 내부의 실질적 민주화는 다음 세대의 개혁과제로 넘겨졌다”면서 “뉴 리더들에 의한 제4세대 정당이 3김의 정당과 질적으로 다른 것은 신화적 카리스마가 아니라 현실세계 속의 민주적 권위를 추구한다는 점이며 대통령 후보의 국민경선이 대표적 예”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호남 출신인 신직수씨를 중앙정보부장으로 중용했다 해서, 또 전두환 정권이 호남출신인 장세동씨를 중용했다 해서 그것을 지역 안배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김대중 전대통령이 군사쿠테타 세대보다는 지역주의 타파에 힘쓴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도 제 사람 챙기기가 많았다”며 ‘지역주의 극복’이 제4세대 정당의 핵심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혁정당인 민주당을 통합시키는 것이 진정 반개혁적 통합이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4월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민주당을 재창당하면서 반개혁적 인사들도 외연확대를 위해 통합했다”면서 “과연 민주당을 순수한 개혁정당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반론 전문이다. 편집자
***2002년 경험들 역사적 ‘4세대 정당’재촉 - 정파적 이해관계가 제약요인 될 수 없어**
김영환 의원님께서 민주당 중진으로서 당내 신당 논의로 고심하시는 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신당 추진 의원들 모임에 제시한 ‘제4세대 정당’이라는 소론에 관심을 가진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제가 그런 견해를 밝힌 것은 대학에서 한국정치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자 입장에서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김 의원께서 저의 소론에 다른 의견을 낸 대목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어서 답변 드립니다. 이런 토론이 저의 연구생활에 활력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한국정치의 발전에도 보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 의원께서 새로 추진하는 신당을 제4세대가 아니라 3.5세대 정당이라고 주장하시는 것은 주로 민주당의 개혁노선과 법통 계승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입장은 국민 다수여론이 희구하는 구시대 정치의 청산에 역행해서 그것의 연속성을 수호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구시대 정치가 무엇이겠습니까. 언론 용어지만 이미 개념화된 3김정치가 그것입니다. 3김정치라고 하면 구세대의 잘못된 정치로 받아들이는 게 국민여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3김정치가 군사쿠데타 세대의 정치보다도 못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역사발전에 필요한 시대적 사명을 했지만 한계가 분명했고 폐해도 남겼습니다.
이때 세대 개념은 연령적 차이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한 제4세대 정당은 보통 말하는 세대 교체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학적 세대 개념이란 인간의 자연 연령이 아니라 정치의식과 철학에 의해서 구분되고, 구체적으로는 중요한 사건과 현상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느냐로 나누어집니다. 김 의원님의 3.5세대 주장은 민주당 내부 사정만을 염두에 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정당사 전체를 상정하고 보면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씨등 이른바 3김정치의 맥을 계승하자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3김정치가 어떤 것입니까. 지역할거주의, 보스정치, 계파정치, 사당화, 권력집중, 측근 과두정치, 내 사람 챙기기 … 이런 것들 아닙니까. 김영삼, 김대중 씨가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그 민주화란 어려운 과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헌정상의 형식적 틀을 바로잡은 데 그쳤습니다. 정당 내부의 실질적 민주화는 다음 세대의 개혁과제로 넘겨졌습니다. 바로 3김정치가 정당의 실질적 민주화를 지연시켰습니다. 그런 백해무익한 정치적 유산을 청산해야 합니까, 계승해야 하겠습니까.
***0.5세대 비약 국민경선과 촛불시위로 충분**
김 의원께서는 정치발전에 비약은 없다고 하면서 3.5세대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200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 우리가 경험한 새로운 정치문화가 0.5세대 정도를 비약하는데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 후보의 국민경선, 공정한 경쟁과 깨끗한 승복, 미디어 정치와 돈 안쓰는 선거, 정치인과 유권자 간의 투명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이런 것들이 앞 세대의 정치문화와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근거입니다. 지금 신당을 추진하는 뉴 리더들은 3김씨는 물론이려니와 그 앞 세대들과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제1세대 정당 정치인 해방정국의 김구, 이승만, 신익희, 조병옥 선생과 한독당, 한민당, 민주당, 자유당은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흔히 그러듯 카리스마적 권위에 의존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라 불렀던 기억도 납니다. 그들이 첫 문민 정부를 수립했지만 리더십의 내용은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는 2차대전 후 독립한 거의 모든 신생국의 ‘국부’들에게서 볼 수 있는 문제였지요. 지금의 뉴 리더들은 그런 카리스마가 없습니다. 모든 권위와 정당성의 근원을 국민 동의와 지지에서 구하고 있습니다.
제2세대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로 군사 쿠데타 주모자들이었습니다. 박정희와 김종필 씨, 그리고 그들과 자연적 연령은 차이가 나지만 정치학적 세대 개념에서 동질적인 전두환 노태우씨 그룹입니다. 그들이 집권자로서 필요에 따라 공화당과 민정당, 그리고 민자당을 조직했지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정치적 결사로서 정당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야당까지도 집권당의 제2중대식으로 어용야당을 만들어 주었고 야당 의원도 정해준 예를 알고 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신당은 굳이 그런 쿠데타세대와의 차이를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2세대 정당 시절 야당에서 새로운 리더들이 잠시 반짝였던 적은 있었습니다. 1970년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나왔던 40대 기수론이 그런 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허리와 하체가 튼튼하지 못한 채 40대 정치인 3명만이 대통령후보로 나선 스타 플레이에 불과했습니다. 그 정당의 지도부가 새로운 세대로 구성된 것도 아닌데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 의식이 바뀌지 않았지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제4세대 정당 리더십은 팀 플레이라고 해야 할까요. 민주화와 합리화가 확산돼서 많은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그것을 공유한 새 시대라는 것입니다.
제3세대 정당 정치는 19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정치활동을 본격화한 김영삼 씨의 통일민주당, 민자당, 신한국당과 김대중 씨의 평민당, 국민회의, 민주당이 주역이었습니다. 여기서 민자당이야말로 새로운 3세대 정당이 못되고 2.5세대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앞의 쿠데타 세대와 완전히 구별되는 정당이 아니라 쿠데타 세력의 민정당과 통합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지요. 바로 김 의원께서 정당의 세대를 구분한 방법으로 제시한 0.5세대의 의미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두 김 씨는 오랜 동안 쿠데타 세대를 상대로 몸 던져 민주화투쟁에 앞장섰습니다. 거기서 또 하나의 새로운 문민 카리스마가 세워진 것입니다. 카리스마적 권위는 법적, 제도적 권위로 분권화와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어야 정치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권위와 권력을 나누거나 민주화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신민주공화당과 자민련을 창당한 김종필 씨도 가세했지요. 바로 3김정치가 타기시된 이유입니다.
***노무현 당 아닌 차기 대권주자 키우는 당**
뉴 리더들에 의한 제4세대 정당이 그런 3김의 정당과 질적으로 다른 것은 신화적 카리스마가 아니라 현실세계 속의 민주적 권위를 추구한다는 점이지요. 대통령 후보의 국민경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게 대중적 지지를 받아서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 역사적 전환이 김대중 민주당 총재의 당내 위상이 건재할 때 가능했을까요. 그가 아들들의 부패 때문에 정치적으로 추락하고 당에서 떠난 이후 실질적 당내 민주화 바람이 불었지 않습니까. 비교하건대 제3세대가 정치적으로 종식되지 않은 자민련은 4세대 정당이 탄생할 여건이 못됩니다. 또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리더십도 3세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고 봅니다.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를 거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진보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당내 민주화 문제로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지요.
제4세대 정당 정치의 시작은 2002 대통령 선거과정이었고 그 첫 리더는 노무현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때 선거용 신당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내년 총선거가 있지만 선거용 통합정당을 창당하려 했다면 대통령 선거 때 진작 만들었겠지요.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신당 창당이 논의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신당에 대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집권자의 당 아니냐는 비판도 근거가 약하다고 봅니다. ‘노무현의 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노무현 정권을 넘어선 대의명분으로서 제4세대 정당의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차세대 정당을 창당하면서 현 정권의 친위역할에 목표를 두는 집단이라면 무슨 생명력이 있겠습니까.
신당 지지자들의 특성을 조금만 헤아려 본다면 쉽게 수긍이 갈 것입니다. 유권자 중 인터넷 문화를 꽃피운 신진 정보화세대가 또한 4세대 정당을 앞 세대와 구획짓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들은 2002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 응원단으로 세계의 갈채와 놀라움을 함께 끌어 냈습니다. 그들은 ‘노사모’ ‘창사랑’ ‘몽사모’ 같은 정치인 팬클럽을 결성해 자발적 참여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들은 또 촛불시위로 자율의지와 성숙한 모습의 광장 시민운동을 선 보였습니다. 이런 수준높은 시민의식이 새로운 정당을 갈구할진대 그것이 어떻게 앞세대의 포말정당과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4세대 신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의 후보들을 키우고 다른 정당을 상대로 수권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현 정부가 개혁정책을 잘 수행하면 여당으로서 뒷받침하겠지요. 그러나 잘못한다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심판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정당입니다.
***4세대 정당 정체성은 실질 민주화와 사회개혁**
위의 서술이 4세대 정당의 당위성에 관한 제 총론입니다만, 김 의원께서 질의하신 데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신당의 이념과 정치노선을 물었고, 제가 제시한 7대 시대과제가 민주당의 정강정책 내용과 차이점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제4세대 정당의 이념과 정치노선은 앞 세대와 차별화되는 민주화의 실질적 정착과 선진적 개혁정치,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바탕으로 동북아 시대를 선도할 다변화의 시대사조라 표현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민주당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질의했습니다. 민주당과 함께 한나라당을 포함한 앞 세대의 정당 정치가 민주화를 말한다면 그것은 껍데기만의 민주화였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분권화와 분점이 이루어지지 않은 소수 과점의 정치는 형식적 민주화에 불과합니다. 신진 엘리트의 진입이 자유롭고 원활하지 못한 정당은 기득권 체계이지 개방형 대중정당이 아닙니다. 그런 구세대의 정당과 구분되는 실질적 민주화가 내재된 것이 4세대 신당의 정체성이어야 할 것입니다.
김 의원께서는 또 제가 신당 창당의 대의명분 중 하나로 제기한 7대 시대과제의 해결을 위한 비전에 대해 역시 민주당의 것과 다른 게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예컨대 한반도 평화정착은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이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정책이라는 말씀입니다. 제 자신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온전하게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 대북포용 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이 국회 외교통상위에서 윤영관 외교부장관에게 “노 정부가 대북포용 정책에서 조차 김대중 정부와 차별화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추궁한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반도평화의 정치노선이 비록 그 목표에서는 민주당과 신당이 동일할지라도 본질적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향후 대북정책은 앞 세대와 다르게 국민 동의와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진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북한의 인권문제가 유엔 결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국제문제화한 상황에서 김 정부 시절에는 없었던 대북 인권정책에 대한 접근 방법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저는 여기서 정책이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곧 지금은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평화협상을 벌여야 할 시대지, 인권개선을 요구할 상황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유럽 각국이나 옛 동서독에서는 평화와 인권이 병행해야 할 보편적 가치였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상황은 다릅니다. 우리는 남북한 간에 전쟁을 치른 후 극단적으로 대립해 온 적대적 분단체제가 아닙니까.
북한의 인권 문제는 정치범 등 주민 일부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평화협상이 깨져서 전쟁이 터지면 한반도 주민 전체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합니다. 평화협상을 위한 남북대화의 전제는 상대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한다는 약속입니다. 상호 이념과 체제의 이질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인권이란 바로 이념과 체제의 중심가치이지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체제가 각기 강조하는 인권개념이 다릅니다. 그런데 남한 정부가 대북 인권정책을 펼 경우 남북대화와 평화협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한반도의 경우 동서독과 달리 평화를 먼저 정착시킨 뒤 인권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정책이론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 의원께서 고수하자는 국민의 정부와 민주당에는 그런 정책이론이 없었다는 사실을 아시겠지요.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했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국민이 납득할만한 논리를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낡은 의제로 보이는 것은 피상이고 그 접근 방법과 내용이 새로운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7대과제 중 하나만 더 설명하자면 사회개혁과 언론 정상화가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었지만 사회지배 세력의 개혁과 교체가 수반되지 못해서 그 역사적 의미는 제한적이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아래서 특혜특권을 얻어 사회지배 세력으로 자리잡은 집단이라면 군벌, 재벌, 언론족벌, 지역할거파벌, 일류학벌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정부는 심지어 김영삼 정부가 숙정한 정치군벌 하나회를 복권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였어요. 재벌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초기부터 자민련의 비호에 부닥쳤지 않습니까. 언론족벌과는 처음에 잘 지내려고 온갖 제스츄어를 보내다가 잘 안되니까 그 본령적 개혁에 손대지 못한 채 경영상 비리인 탈세 탈루로 처벌했습니다. 지역할거 세력과는 국민통합과 화합이라는 미명아래 심지어 영남권 5공세력과도 손 잡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시겠지요. 일류학벌을 타파한다면서 잘못된 신지식인 개념을 내세웠습니다. 그것은 전통적인 장인정신 보다도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사회개혁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졌었다 해도 4세대 신당이 채택해야 할 기본 정강정책과는 세대를 격하는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신당 추진그룹 유의점도 있어**
김 의원께서는 둘째로 지역주의 극복도 앞 세대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지역주의가 고질병으로 뿌리내린 박정희 정권 당시도 지배세력은 언필칭 인사에서 지역안배와 균형발전을 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박정희 정권이 호남 출신인 신직수 씨를 중앙정보부장 등으로 중용했다 해서 그것이 지역안배입니까. 또 전두환 정권이 호남 출신인 장세동 씨를 그렇게 중용했다 해서 그것이 탕평책입니까. 그것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제 측근 챙기기에 불과한 것이지요. 김대중 전대통령이 군사쿠데타 세대보다는 더 지역주의 타파에 힘 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도 제 사람 챙기기가 많았습니다. 제4세대 정당 정치는 명실공히 전국정당화로 지역할거주의를 혁파해야 할 것입니다. 거기서 호남 정치인 물갈이론이 제기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자질 부족한 정치인들이 김 대통령의 제 사람 챙기기 덕으로 거저 국회의원에 오른 예가 어디 한둘입니까. 김 대통령이 공천장만 주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곳이 호남지역이었고 호남 인구가 많은 수도권 선거구였습니다. 그런 정치를 정상화하는 것을 인적 청산이라고 매도하는 게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셋째, 개혁정당인 민주당을 통합시키는 것이 진정 반개혁적 통합이냐고 물었습니다. 민주당을 순수한 개혁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대통령은 2000년 4월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민주당을 재창당했습니다. 그러면서 반개혁적 인사들도 외연확대를 위해 통합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전에 평민당과 국민회의 창당도 그런 방식이었지요. 물론 한나라당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수세력 뿐 아니라 개혁파를 가능한대로 끌어 안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3세대 정당은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선거용 통합정당이라는 얘깁니다. 무분별한 통합정당의 모델이 지금 존재하는 3세대 정당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헤쳐모여식 정계개편 요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지요.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 정치인들끼리 헤쳐 모여서 제4세대 정당 체계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저의 글은 김 의원님의 질의에 대한 답장이기 때문에 균형잡힌 내용이 못될 수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예컨대 신당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저의 4세대 정당 이론에 맞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포함시키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평가하기엔 아직 좀 이른 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로서 저의 소론은 당위성이 섞여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치현장의 실천자들은 그런 당위적 이론에 가능하면 근접한 신당을 창당하기를 저는 기원합니다. 현실논리 때문에 당위론적 요구가 지나치게 간과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통합 대상을 정하기 전에 먼저 제4세대 개혁정치를 위한 정강정책을 분명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신당 추진그룹이 유의해야 할 사안도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여기는 그것을 상술하기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열한 정치현장에 계시는 김 의원님께서 연구자의 소론에 대해 깊이있는 코멘트를 해주신데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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