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엄청난 파워의 소년장사, 2000년 포스트시즌에서 결승포의 사나이, 2003년 프로야구 홈런왕. 현대의 거포 심정수의 3단계 진화가 완성될 지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정수는 14일 기아와의 원정경기에서 2회 1점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12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2위그룹인 삼성 이승엽, 마해영을 3개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는 심정수는 현재 추세라면 49.8개의 홈런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정수가 여름철 몰아치기에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5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하다는 게 야구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년장사에서 결승포의 사나이까지**
1995년 야구팬들은 '소년장사' 심정수(당시 OB 베어스)의 출현에 깜짝 놀랐다. 심정수는 홈런부문 공동 3위(21개), 장타율 4위(5할 8리)에 올라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바깥쪽 공을 밀어 때려 잠실구장을 훌쩍 넘기는 심정수의 타격과 우익수로서 강한 어깨로 포수에게 직접 송구하는 그의 수비력을 지켜보며 팬들은 새로운 스타 탄생에 흥분했다.
1999년 3할3푼5리, 110타점을 마크하는 등 맹타를 휘두른 심정수의 기록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1개의 홈런이었다. 비록 이승엽이 국내프로야구신기록인 54개 홈런을 쳐내 심정수의 홈런기록은 빛 바랜 감이 있었지만 두산이 국내에서 가장 펜스거리가 먼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쓴 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었다.
당시 두산은 김동주-우즈-심정수로 이어지는 막강 중심타선의 '웅담포'로 상대팀을 압도했다. 두산의 중심타자 세 명이 기록한 타점을 모두 합하면 295타점이나 될 정도였다.
2000년 심정수는 포스트시즌에서 '결승포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심정수는 LG와의 플레이오프 4,5,6 차전에서 연달아 결승홈런을 날려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테이크 백하는 동작없이 가벼운 스윙으로만 홈런 3방을 쳐낸 괴력의 심정수는 LG팬들의 희망을 앗아갔고 다시 한번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심정수는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기적적인 결승홈런을 추가했지만 김동주가 부상으로 빠져 전력이 약화된 두산은 7차전까지 가는 사투끝에 현대에게 무릎을 꿇었다.
***강한어깨 겸비한 거포, 심정수**
지난 해 이승엽에게 단 1개차이로 홈런왕 타이틀을 뺏겨 분루를 삼켰던 심정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파워배팅의 일인자이다. 홈런왕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이승엽과 마해영이 각각 중심이동과 노려치기에 강한 반면 심정수는 순간적으로 배트에 힘을 싣는 감각이 뛰어난 타자다. 한때 심정수는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올 시즌 한층 더 부드러워진 스윙으로 재무장했다.
이승엽과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심정수가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의 강한 어깨에 있다. 심정수는 심재학(두산)과 함께 신언호(MBC 청룡)-이종두(삼성)의 계보를 잇는 국내프로야구 강견 외야수로서 공격만 잘 하는 '반쪽짜리 선수'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하기 위해 틈틈히 영어공부를 해왔다는 심정수로서는 사상 첫 홈런왕 등극이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홈런왕 타이틀은 자신의 상품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소년장사에서 출발한 심정수가 홈런왕과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3단계, 아니 4단계 진화에 성공할 지 예의주시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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