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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류, "표적수사 아니냐?"

나라종금, 한전비리, 월드컵 휘장 수사에 초긴장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이 13일 오후 민주당 한광옥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한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 방침은 신당 창당을 둘러싼 민주당 신-구주류간의 갈등과 맞물려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 동시다발적 권력형 비리 수사**

현 정부 출범 이후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정치인들은 8~10명 정도이지만, 수사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20명 이상의 정치인들이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대표를 지낸 한 최고위원이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사법처리가 임박함에 따라 동교동계로 대변되는 여권의 구주류는 인적청산을 위한 ‘표적수사’가 아니냐고 반발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최고위원은 1999년 12월 ‘옷 로비’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 궁지에 몰렸을 때 의원직을 던지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으며, 2001년 9월 민주당 대표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1년 10개월 동안 김 전 대통령을 밀착 보좌한 동교동계 핵심 인사다.

검찰은 한 최고위원에 이어 전남 보성-화성 지구당의 민주당 박주선 의원을 비롯, 정관계 인사 3~4명에 대한 잇단 소환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언제 몇 명을 부를지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언론에서 로비연루 의혹을 제기한 인물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인사는 소환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탄납품 비리, 월드컵 휘장사업권 비리에도 구주류 연루**

나라종금 의혹 외에도 한국전력 발전용 석탄납품 비리, 월드컵 휘장 사업권 비리 사건 등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서도 여권의 전-현직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서울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석탄 납품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손세일 전 민주당 의원을 구속한 데 이어, 최재승 의원도 빠르면 이번 주말 소환될 예정이어서 정치권 스캔들로 확산될 조짐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 98년∼99년 한전에 석탄을 납품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던 중국산 석탄 수입대행업체 K사 대표 구모씨로부터 로비 대상으로 의심 되는 정치권 인사의 신원과 로비 내역 등이 담긴 수첩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는 K, S, J모 의원 등 5∼6명의 이름과 함께 금품 액수와 시기 등이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컵 휘장 사업권 비리 수사도 정치권에선 예의주시하는 사안이다. 검찰은 2001년 12월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코오롱TNS를 기존 사업체인 CPP코리아를 대체할 상품화권업체로 선정, FIFA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연루된 대대적인 로비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PP코리아측 관계자로부터 사업권 유지를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상황에 따라서는 DJ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들의 줄소환을 예고했다.

***구주류, "표적수사 아니냐?"**

법조계에선 이같은 검찰 수사가 이전부터 알려진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이라는 점에서 결코‘표적사정’이 아니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DJ 정부에서 동교동계 등 구주류 인사들이 정-관계 요직을 차지했었고,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의 검찰수사가 정치적 각본에 따른 것인지의 사실여부와는 무관하게 신당 추진을 둘러싼 민주당 신-구주류의 갈등과 정치권 판도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정치권에선 한 최고위원 등 범동교동계의 간판급 인사들이 구설수에 휘말린 데 따른 위기의식이 한층 심각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잡초론’이 구주류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까지 겹치면서 대대적 사정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구주류 인사들 사이에 파다하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한광옥 최고위원과 같은 거물급 인사를 구속하려 한다면 새판짜기의 시도라고 볼 수도 있어 주시하고 있다”면서 “신당 추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민주당 구주류의 목소리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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