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발데스를 비롯한 선발투수진의 구멍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정평이 난 텍사스의 라파엘 팔메이로가 11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생애통산 5백호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역대 메이저리그 선수 중 19번째로 5백호 홈런 고지에 올라 선 팔메이로는 현재까지 2천6백66안타를 마크하고 있어 3천안타까지는 3백34개만 남아있는 상태. 생애통산 5백홈런과 3천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홈런왕’ 행크 아론, 윌리 메이스, 에디 머레이 세 명뿐이어서 야구전문가들은 팔메이로의 안타행진에 관심을 쏟고 있다.
***팔메이로,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할까**
스포츠전문 웹사이트 ESPN은 팔메이로가 5백홈런을 달성하자 두 명의 칼럼니스트를 내세워 팔메이로의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을 대조적으로 분석해 주목된다.
칼럼니스트 롭 네이어는 “1루수로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선수는 이미 21명이나 된다. 물론 팔메이로가 훌륭한 타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는 동시대의 1루수 가운데 6~7위에 해당된다. 적어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려면 2~3 시즌은 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거나 선수생활동안 그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가 돼야 가능하다”며 팔메이로의 명예의 전당 행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존 스타크는 “명예의 전당 선정기준에는 꾸준한 성적이 크게 좌우된다. 팔메이로와 같이 8시즌 연속으로 38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야구선수는 아무도 없다. 더욱이 팔메이로는 1루수로서 좋은 수비를 보여 줘 세 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며 팔메이로의 명예의 전당입성을 적극 지지했다.
한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인터넷판은 “팔메이로는 배팅의 정교함과 파워를 갖춘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며 스위치히터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에디 머레이와 같은 명예의 전당급의 통산성적을 쌓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팔메이로, 질투는 나의 힘**
팔메이로는 반 카스트로 주의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5살 때 쿠바를 도망쳐 자유의 나라 미국으로 건너왔던 선수이다.
미시시피 주립대학에 입학한 팔메이로는 동기인 윌 클라크와 쌍벽을 이루는 좌타자 듀오로 성장했다. 두 선수는 1984년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는 악조건 속에서 펼쳐진 사우스 캐롤라이나大와의 경기에서 2루타와 홈런을 연달아 작렬해 지역언론은 두 선수의 별명을 ‘천둥과 번개’로 명명했다.
대학시절 동료로서 활약한 팔메이로와 클라크는 프로입단 후 숙명의 라이벌이 됐다. 클라크와 팔메이로의 악연은 1993년 찾아왔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37홈런 , 1백5 타점을 기록한 팔메이로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부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낸 클라크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부터 클라크의 그늘에 가려있던 팔메이로는 기자회견을 통해 텍사스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구단의 이런 푸대접은 팔메이로 성공을 뒷받침했다. 팔메이로의 한 동료에 따르면 “팔메이로에겐 클라크에게 자리를 뺏긴 것이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됐다”라며 “복수심에 가득 찬 팔메이로는 이때부터 더욱 훌륭한 선수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팔메이로는 이후 파워배팅의 감을 살리며 좋은 성적을 냈고 클라크는 연이은 부상으로 전성기때 만큼의 기록을 올리지 못하며 조금씩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팔메이로는 1997년 SI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클라크와 나는 단 한번도 친구였던 적이 없었지만 선수로서 그를 존경한다. 클라크는 메이저리그 데뷔 때부터 나보다 주목을 많이 받아왔고 나는 그냥 꾸준히 활약을 했을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찬호,마이너리그 추락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라**
최근 최악의 투구로 실망감만 줬던 박찬호를 두고 말이 많다.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 "그 정도 구속으로는 국내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라는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텍사스 이적 후 에이스다운 투구를 하지 못했던 박찬호를 코너로 몰아 세우고 있으며 텍사스 구단조차 박찬호에 대한 혹평을 간간이 흘리고 있다.
그 어떤 멘트로도 박찬호의 부진은 설명될 수 없다. 박찬호로서는 오직 좋은 투구내용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밖에 없다. 팔메이로가 대학시절 동료에게 자리를 뺏기는 아픔을 이겨내고 5백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듯이 박찬호도 이번 마이너리그 추락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위기는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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