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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잡초 정치인’ 제거론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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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잡초 정치인’ 제거론 파문

'밑으로부터의 정치개혁' 시작, 한나라ㆍ민주 구주류 반발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공무원과 일반국민 등 5백30여만명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제기한 ‘잡초 정치인’ 제거론을 둘러싸고 파란이 일고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신당 논란으로 뒤숭숭한 민주당 구주류까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에 민주당 신주류와 개혁당은 이른바 '노심(盧心)'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개혁신당 창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盧, ‘잡초 정치인’ 적시**

노 대통령은 이날 ‘어버이 날’에 맞춰 청와대 홈페이지 가입자 20만명과 공무원 10만명, ‘아이러브스쿨’ 홈페이지 편지수신 동의회원 5백만명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정치개혁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여러분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전제, "농부의 마음을 가지면 된다. 농부는 김매기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낸다"면서 "(그것은) 농부의 뜻에 따르지 않고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 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는 일부 정치인,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 이렇게 국민을 바보로 알고 어린애로 아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여러분과 제가 할 일이 있다"며 제거해야 할 4가지 유형의‘잡초 정치인’을 적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면 된다. 어버이는 자식을 낳아놓고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잘 하면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잘못하면 회초리를 든다"고 정치인에 대한 회초리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는 이 나라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군말없이 따라야 하는 지상명령"이라며 "여러분의 관심 하나에 정치인이 바뀌고 결심 하나에 정치는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신-구주류 ‘잡초론’ 진의해석 분분**

노 대통령의 ‘잡초론’ 발언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선 계파별로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의 신당 논란과 맞물려 신주류 강경파들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을 표한 반면, 구주류와 중도성향 의원들은 “잡초 정치인에 대해선 국민이 심판할 일이지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신주류 강경파인 신기남 의원은 "4세대 정당에 대한 저항세력, 정치부패, 냉전사고, 기득권 안주세력 등을 통칭해서 한 것"이라고 인적청산과 연결시키려 했고, 이호웅 의원도 “잡초는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호남소외론 문제 등을 제기하며 안주하려는 당내인사들을 포함한 것”이라며 인적청산론으로 해석했다.

신주류측은 지난 1일 MBC TV <100분 토론>에서 노대통령이 당정분리 원칙을 이유로 신당창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말했던 "뻔한 마음"의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며, 노대통령의 속마음이 개혁신당 창당에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개혁당도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개혁신당 창당을 위한 지원사격으로 해석하며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중도계로 분류되던 함승희 의원은 "신당논의로 당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데 선동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또다른 불협화음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외부 힘에 의해 정치인을 개혁하는 것은 안되며 국민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의원은 지난번 고영구 국정원장후보 인사청문회때 이념검증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바 있어, 노대통령이 잡초정치인으로 지목한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의 범주에 속한 게 아니냐며 긴장하고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선당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에 속했던 반노성향의 최명헌 의원도 "잡초도 때론 필요할 때가 있다"고 반박했고, 이윤수 의원도 "국민이 심판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인위적 청산에 반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평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측 주장을 반박, "진의는 저버리고 말 한마디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정치권이 의식적으로 본질을 외면하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말라"고 반박했다.

***野, “낙선운동 조장하려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잡초론’이 야당을 겨냥한 발언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던 자민련도 “몰이성적 처사”라며 가세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벌써부터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주도하고 조장하려는 것이냐"고 내년 총선용 발언으로 몰아붙였다.

이상배 정책위의장도 "정치인을 선별하는 것은 국민의 몫인데 대통령이 편가르기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정치권 전체를 매도하고 국민선동과 국론분열에 앞장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야당과 국민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성명에서 "나라와 국민은 팽개친 채 오직 방송장악과 비판언론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대통령, 오기와 독선으로 똘똘 뭉쳐 개혁을 빙자해 말없는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대통령, 경제야 망하든 신당창당, 정계개편에만 매달리는 대통령, 북한이 핵을 개발하든 말든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대통령이야말로 '잡초 대통령'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도 "자기와 코드가 맞지 않는 정치인 모두를 잡초로 매도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몰이성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청와대, “원론적 얘기” 해명**

한편 청와대는 ‘잡초론’에 대한 야당과 민주당 구주류 일부가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예전에도 강연 등을 통해 수차례 사용했던 표현이며 원론적인 얘기"라고 해명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잡초론'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이고 예전부터 강연 등에서 수차례 썼던 비유라고 말했다"면서 "과거의 사례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가정의 달을 맞아 원고는 미리 준비됐던 것"이라며 "따라서 '잡초론'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일부 등 특정집단이나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의 이번 편지글은 신당창당으로 대표되는 정치개혁이 민주당내 반발로 통합신당이라는 외연확대에 머무를 조짐을 보이자, 대국민 호소 형식을 빌어 아래로부터의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돼 앞으로 정가에 일파만파의 거센 후폭풍을 동반할 전망이다.

다음은 노대통령이 8일 발송한 '대통령의 편지' 전문이다.

***대통령의 편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저에게는 큰 절을 두번 하는 날입니다.
한 번은
저를 낳고 길러 주신 저의 부모님께 감사 드리는 절입니다.
또 한번은
저를 대통령으로 낳고 길러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리는 절입니다.

저는 경남 김해 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판자 석자를 쓰시는 아버지와
성산이씨셨던 어머니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세속적으로 보면 저도 크게 성공한 사람이지만
돌이켜 보면 부모님이 많은 것을 주셨기 때문에
오늘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난을 물려주셨지만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도
함께 물려 주신 아버지셨습니다.
매사에 호랑이 같았던 분이지만
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신념도 함께 가르쳐 주신
어머니셨습니다.
'내가 아프면 나보다 더 아픈 사람,
내가 슬프면 나보다 더 슬픈 사람,
내가 기쁘면 나보다 더 기쁜 사람,'
오늘 그 두 분에게 하얀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어버이는 국민입니다.
국회의원의 어버이도 국민입니다.
한 인간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개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마음먹기에 달린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이 나라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군말없이 따라야 하는
지상명령입니다.
여러분의 관심 하나에 이 나라 정치인이 바뀌고
여러분의 결심 하나에 이 나라의 정치는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 관심과 결심 또한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어버이는 자식을 낳아 놓고 '나 몰라라'하지 않습니다.
잘 하면 칭찬과 격력를 해주고 잘못하면 회초리를 듭니다.

농부의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농부는 김매기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 냅니다.
농부의 뜻에 따르지 않고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
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 하는 일부 정치인.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

이렇게 국민을 바보로 알고 어린애로 아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국민여러분과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어떤 저항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의무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지키는 것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헌법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하실 일은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시고
농부의 마음을 가지시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에게도 어버이의 회초리를 드십시오.
국민여러분의 회초리는 언제든지 기꺼이 맞겠습니다.
아무리 힘없는 국민이 드는 회초리라도
그것이 국익의 회초리라면 기쁜 마음으로 맞고 온 힘을 다해
잘못을 고치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 있는 국민이 드는 회초리라도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드는 회초리라면
매를 든 그 또한 국민이기에 맞지 않을 방법은 없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너 내 편이 안되면 맞는다'라는 뜻의 회초리라면
아무리 아파도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큰 뜻을 위배하라는 회초리라면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굴복하면 저에게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은
기댈 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굴복하면 저에게 희망을 걸었던 많은 국민들은
희망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런데 하나 경계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집단이기주의입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기 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권변호사로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힘있는 국민의 목소리보다
힘없는 국민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체질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할 때는 그 누구에게
혹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 수 없습니다.
중심을 잡고 오직 국익에 의해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중심을 잃는 순간,
이 나라는 집단과 집단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통치는 다릅니다. 비판자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다른 것입니다.
저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이라는 중심을 잡고 흔들림없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이루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이익집단은 있지만 집단이기주의가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와 민족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대한민국.
좀 더 가지고 덜 가진 것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돕는 대한민국.
동(東)에 살고 서(西)에 사는 차이는 있지만
서로 사랑하는 대한민국.
바로 화합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입니다.

다른 하나는 세대 차이는 있지만 세대 갈등은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자식은 부모세대가 민주주의를 유보하며 외쳤던
'잘 살아 보세'를 존중하고
부모는 내 아이가 주장하는 '개혁과 사회정의'를 시대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대한민국.
자식은 부모에게서 경험ㅇ르 배우고 부모는 자식에게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배우는 대한민국.
자식은 밝게 자라게 해 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부모는 자식의 밝은 생각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대한민국.
바로 사랑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높은 자리, 많은 돈을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것,
사랑하는 아이를 한 번 더 안아 주지 못한 것,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답니다.
저도 IMF 후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전국의 노동자들을 설득하러 다니느라고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일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저의 이 편지가 부모님의 은혜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
대한민국이라는 가족공동체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효도 많이 하십시오.

우리 모두의 가슴에
마음으로 빨간 카네이션을 바치며...

2003년 5월 8일
대한민국 새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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