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철도 파업을 앞두고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언론들이 떠들었지만, 철도 물류 수송량은 전체의 10%도 채 안된다. 화물차가 파업하면 진짜 물류대란을 어떤 것인지 보게 될 것이다. 고속도로 저속운행 투쟁은 자그마한 이벤트에 불과하다.”
지난 1일 노동절에 저속운행 투쟁을 벌였던 한 화물노조원이 했던 말이다. 그의 말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포항, 마산 화물연대 전면 파업, 전국으로 확대될 조짐**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포항지부와 경남지부 소속 차량 1천여대는 지난 2일부터 6일 현재까지 닷새동안 ▲운송요율 인상 ▲경유가 인하 ▲지입제 폐지 ▲다단계알선 금지 등을 요구하며 포스코 정문을 막고 파업중이다. 광양, 충북 지회도 잇따라 파업을 결의하는 등 연휴가 끝난 6일부터 물류대란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포항지역의 철강공단, 특히 포스코는 도로 물류가 막혀 매일 2만3천톤씩 재고가 쌓이고 있으며, 경남지부가 속한 마산, 창원에 공장을 둔 한국철강도 2만여톤의 고철 원자재 물류 수송이 중단돼 공장 조업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1>파업현장
현재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는 자체 도로 물류 운송 시스템을 갖추고 않고 화물운송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화물연대의 파업에 취약할 수밖에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하루 3만4천톤의 출하제품 중 1만1천톤을 선박을 통해 수송하고 있으나, 하루 2만3천톤의 육로 운송 물류가 막혀 매일 1백1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는 이에 노조 지도부 2명을 업무방해로 고소했으나 파업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뛰는 경유가, 제자리 운송료. 화물차 운전자 불만 극에 달해**
이렇게 화물연대가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게 된 데 대해, 전국운송하역노조 정호희 사무처장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3월부터 ‘도로비 인하’, ‘경유가 인하’, ‘지입제, 다단계 알선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대정부 협상을 벌여왔으나, 지난 2일 도로공사로부터 ‘도로비 인하 불가’ 결정만을 통고 받았다. 이에 화물연대는 파업을 통한 실력행사에 돌입했고, 그 중 포항,마산,창원 공단이 첫 번째 목표가 됐다.
화물연대는 “포스코, 한국철강 등 화주업체들에게 대화를 요구했으나 화주업체들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운수업체들은 화주업체들의 압력에 밀려 대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스코 등이 최저입찰제 등을 통해 사실상 화물차 업계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포항지부 소속의 박상준 화물차 운전사가 부채에 시달리다 지난달 자살하는 사건까지 있어 화물연대 파업에 불을 지폈다.
***물류대란, 정부-화물운송업체-화물연대가 풀어야**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포스코와의 계약 당사자는 화물운송업체이고 포스코가 화물운송업체에 압력을 넣은 일도 전혀 없다”며 “화물차 운전자들와 운송업체간의 교섭을 통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화물운송업체, 화물차 지입차주, 정부와의 갈등에 직접 당사자가 아닌 포스코가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해명이다.
실제로 이번 파업은 정부와 교섭을 진행중인 화물연대가 정부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벌인 성격이 강하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요임의 인상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경유가 인상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경유가 인하를 계속 주장해 왔다. 또한 지입제, 다단계 알선 등의 전근대적인 화물운송체계로 화물차 소유 운전자들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협상에 난항을 겪어 왔다.
<사진2>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화물운송체계 제도 개선 시급**
현재 국내 화물운송체계는 97%가 지입차주제로 돼 있다. 자신이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등록은 화물운송업체에 해 지입료를 내고, 여러 통로를 통해 물류를 배당 받아 운전하는 하청체계이다.
이들은 원래 노조를 구성하고 있지 않았고, 개인사업자로 등록이 돼 있기 때문에 노동법 적용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사이에 화물연대에 1만5천여명이 가입할 정도로 화물차 지입차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고, 현재도 매일 1백여명씩 화물차 지입차주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와의 도로비 인하 교섭이 결렬되자, 6일부터 고속도로 준법투쟁에 돌입하는 등 앞으로 정부와의 교섭 결과에 따라 투쟁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도로 물류수송 분담 비율은 94%에 달하고 있으며, 도로물류 수송화물차의 97%가 지입차주제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모두 파업에 나설 경우 심각한 국가적 물류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12위의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는 전근대적 지입차주제가 지금 시련을 맞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근대적 화물운송체계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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