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발(發) 신당 창당 논의가 무성한 가운데, 6월 예정인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도 본격적인 당권경쟁 국면에 돌입했다. 프레시안은 2일 오전 유력한 당권 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최병렬 의원을 만나 정국 상황과 경선에 임하는 각오 등을 들어봤다.
***“역할이 컸던 사람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게 정치적 도리**
최 의원은 “강한 리더십과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경선 출사표를 대신했다. 인터뷰 도중엔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자체 조사한 지지율 상황을 보여주며 승리를 낙관하기도 했다. 당원과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2, 3위의 순위만 다를 뿐, 최 의원은 모두 넉넉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서청원 대표의 경선 참여와 관련해 최 의원은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대선에서) 역할이 컸던 사람부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정치 도리”라고 견제했다.
경선 변수로 꼽히는 ‘창심(昌心)’ 논란에 대해서도 “밖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우리 당에서는 ‘창심’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그 사람(이회창 전 총재) 성격에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 무성한 내각제 개헌론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보면 내각제에 대한 지지도가 35%를 넘지 않는다”는 국민 정서를 이유로 반대했다. 또한 “내각제 개헌론이 현실화 되는 2005~2006년은 각 당에서 강력한 대권 후보가 유력하게 등장한 시기”라며 “그런 상황에선 (내각제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그러나 “대통령 선거하고 국회의원 선거 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4년 중임제 개헌에는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을 떠나라”**
민주당 신주류 세력이 추진 중인 신당론에 대해 최 의원은 “신당은 장난”이라고 일축했다.최 의원은 “보궐선거에서 졌다고 당을 만드는 데가 어디 있느냐”며 “당을 한번 새롭게 포장해서 호남당 이미지나 벗어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그러나 “(신당은) 영남지역 특히 PK(부산경남) 지역에 세력을 넓혀보자는 것”이라며 여권의 이른바 ‘동진(東進) 정책’에 대해선 강한 견제심을 내비쳤다. 최 의원은 “신당의 목표는 영남 공격용”이라고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자기 기반을 내주면서도 그걸 감수할 야당이 있을 수 있느냐”며 향후 강도 높은 공격을 예고했다.
특히 “DJ 정부가 실패한 것은 인사 문제와 동진정책 때문이었다”며 “지금 신당하자는 것도 다른 하나의 동진정책이며, 노 대통령이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고 이런 식으로 국정을 몰아가는 것은 거꾸로 가는 짓”이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이날(2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노 대통령의 신당불참을 촉구했던 최 의원은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당을 떠나 국정에만 전념하라”고 노 대통령의 탈당과 정치적 중립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신당의 전망에 대해 “청와대가 백업하면 어쨌거나 일(신당창당)이야 되겠지만 생명력 있는 정당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당은 성공 못한다”고 장담했다.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탈당하는 사람들은 극히 적을 것이다. 1자리 수라고 봐도 된다”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금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 합류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무현 정부에는 원칙이 없다”**
최 의원은 또 국정원 인사 파문과 북핵문제에 대한 외교적 대처능력 등을 거론하며 노무현 정부의 임기 초반 국정운영에도 우려를 표했다.
국정원 인사문제와 관련, 최 의원은 “그 사람들(고영구 국정원장, 서동만 기조실장)이 국회의원이나 장관, 청와대 가서 일하는 등의 공직에 나서는 데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국정원은) 북한 김정일 체제에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조직”이라고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이어 “대통령 공약대로 해외정보처로 개편을 하면 될 것 아닌가. 지금 국정원은 어쨌든 없애야 한다”며 당에서 추진 중인 국정원 개편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3자회담에 억지로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상황에 맞게 논리를 맞추는 데는 유능한 사람”이라며 “노무현 정부에는 원칙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미국이 노 대통령을 생각하기에 아직도 의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방미에서 노 대통령이 미국과의 신뢰 회복에 주안점을 두기를 당부했다.
다음은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관용 상임편집위원이 진행한 인터뷰 요지.
***“당의 사이버화, 정책정당화로 시스템 개혁”**
프레시안 :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인가?
최병렬 : 며칠 전 가까운 의원들을 모아 선언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은 경선캠프에 직책을 맡지 못한다고 규칙이 바뀌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다른 후보들도 좀 더 있다 한다고 해서 며칠 미뤘다. 이 말은 나서겠다는 뜻 아니겠나.
프레시안 : 구호는 정했나?
최병렬 : 강력한 리더십, 당 단합을 통한 당의 변화와 같은 의미가 담긴 구호를 만들려고 한다.
프레시안 : 요사이 흐름 가운데 하나가 ‘제왕적 총재 폐지’와 같은 것인데 ‘강력한 리더십’이란 걸맞지 않은 것 아닌가?
최병렬 : 우리 당이 처한 특수한 사정이 있다. 이회창 전 총재가 7년을 당을 이끌다가 대선에 패배하고 떠난 후 사실상 현재 당은 중심 없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또 노무현 정부가 계속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우리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한나라당만이라도 중심을 딱 잡고 명확하게 할 일을 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프레시안 : 당의 변화라면 어떤 변화를 말하는 것인가?
최병렬 : 요사이 여도 야도 모두다 개혁이라고 말하는데, 어떤 개혁이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네가지 중요한 개혁이 있었다. 첫째 대통령직선제 한 것이다. 둘째 정치인 후원회제도가 정착된 것이다. 과거 내가 어린 정치부기자 시절에 정치인들 보면 모두 도적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라고는 못해도 거의 98% 정도는 후원회제도를 통해 정치자금을 운영한다. 셋째 각종 공직후보 선출과정에서 경선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넷째가 당권.대권 분리다.
이런 성과에 바탕을 두고 현재 우리 당에 필요한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건 시스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당을 사이버화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중앙당, 지구당에서 문서 주고받고 팩스 보내고 하는 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디지털마인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둘째는 진정한 의미의 정책정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에 한 1백50명 가량의 전문인력을 둬서 북핵문제, 재벌정책 이런 모든 문제들에 대해 우리 나름의 중도우파적인 분명한 노선을 갖는 구체 정책들을 내놓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거다.
프레시안 : 그리고 최 의원은 다음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 대권주자들을 키우겠다는 인큐베이터론을 펴지 않았나.
최병렬 : 인큐베이터론은 아니고 내게 이번에 당을 맡겨달라, 그러면 총선에 승리하겠다, 과반수가 목표지만 원내 제1당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당이 희망을 잃어 다음 대선에 나설 힘을 잃는다, 이런 얘기다.
양김씨처럼 강력한 지역기반이나 그런 걸 갖고 있으면 몰라도 내가 무슨 계보가 있나 뭐가 있나. 또 이제 다음 대선이 되면 내가 69세인데 상식적으로 내가 나서는 건 맞지 않고, 내가 당을 맡아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그 과정에서 우리 당에 강재섭, 박근혜, 손학규, 이명박 같은 사람들이 부각될 수 있지 않겠나. 요즘 보니 하루아침에 엄청 크데.
프레시안 : 당을 단합해서 시스템을 바꾸는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당장 내년 총선에 임할 전략으로 보긴 힘든데, 신당이 나온다는 전제 아래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전략이 있나.
***“역할이 컸던 사람이 대선패배 책임져야”**
최병렬 : 금방 성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시스템은 일단 빨리 만들 수 있어도 그 성과는 오래 지나야 나온다. 하지만 신당이 나오건 말건 우리가 잘하면 된다. 하루 빨리 당을 디지털화해서 홍보면에서 완전히 바꾸고, 당의 정책정당화를 통해 중요 정책들 하나하나에 한나라당의 분명한 입장을 담은 정책들을 내놓으면 국민들은 우릴 지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 국민들 다수가 현재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이 하는 일에 불안해 하고 있지 않나.
(인터뷰 진행 도중 모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경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음. 당원 1천명,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일반국민 가운데 2천명 대상 조사인데, 두 조사 모두에서 최 의원이 1위를 달리고 있었음)
프레시안 : 1등을 달리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최병렬 : 글쎄 잘 모르겠다. 우리 당원이나 국민들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자세히 알다 보면 지금 당을 이끌만한 사람이라고 믿고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참 겸손하게 표현한다. 서청원 전 대표의 경선 참여에 대해 어떻게 보나.
최병렬 : 옛날에 신문사에도 같이 있었던 사람이다. 후배가 나온다는데 내가 이러쿵저러쿵 말 할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을 싫어하는 게 우선 부패한 사람이고 또 거짓말하는 사람 아니냐.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졌다. 그렇다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정계은퇴한 이회창 총재가 책임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면 역할이 컸던 사람부터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정치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서청원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당을 맡아 솔직히 많이 컸다. 그런 것을 바탕 삼아서 이번에 과거 정치인들이 밥먹듯 말 바꾸고 거짓말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겠다 하면서 나오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이회창 전 총재의 이른바 ‘창심(昌心)’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최병렬 : 밖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우리 당에서는 ‘창심’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리고 내가 이회창 총재를 잘 안다. 깨끗한 사람이다. 그 사람 성격에 그럴 사람이 아니다. 지난번에 잠깐 들렀을 때도 이런저런 사람 많이 만났는데 경선 얘기만 나오면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일절 얘기를 하려하지 않았다. 또 과거 이회창 총재 가까웠던 이른바 측근들 가운데 나를 미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 다음으로는 강재섭 의원을 밀고. 특보들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대다수다.
프레시안 : 개헌문제가 당 대표경선에서 직접 쟁점은 아니지만 최근 김덕룡 의원도 개헌 얘기 하고, 대표경선에서 하나의 쟁점은 될 듯 한데.
최병렬 : 개헌에 대한 내 소신이 있다. 최소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원 선거가 시기가 안맞아 매년 선거를 치르는 경우도 생기는 것은 바꿔야 한다. 내각제 생각도 없진 않다. 하지만 국민들이 내각제를 많이 바라지 않는다. 여론 조사를 보면 내각제에 대한 지지가 35%를 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개헌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려면 적어도 2005~2006년은 돼야 한다. 하지만 그때쯤엔 각 당에서 강력한 대권 후보들이 유력하게 등장한 시기다. 그런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대통령 중임제 개헌이 필요할 것 같다.
프레시안 : 내각제와의 절충형인 이원집정부제 개헌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가.
최병렬: 그런 문제는 그때 상황을 봐서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당을 떠나라”**
프레시안 : 이제 정국문제로 돌아가서 오늘 아침에 기자간담회를 했던데, 민주당의 신당 추진을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최병렬 : 한마디로 좀 심하게 얘기해도 되나(웃음). 내가 보기에 신당은 장난이다. 보궐선거에서 졌다고 당을 만드는 데가 어디 있나. 지금이 보통시기인가.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북핵문제 어쨌든 불안하고, 사회 도처에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사업할 의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부분에 대통령이 머리를 싸매고 달라붙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국정 현안이 있는데도 대통령은 뭐하고 있나. 언론하고 전쟁을 하고, 의회 특히 야당하고 오기싸움을 하고 있다. 풍비박산 난 야당하고 오기싸움을 할 이유가 뭐가 있나. 한판 붙자는 것인가 뭔가. 도대체가 이해가 안가는 사람이다. 이런 모든 국정현안들이 결국 대통령 책임인데, 그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사람이 무얼 하고 있나.
이번에 국정원 인사를 한 걸 봐도 그렇다. 나는 고영구, 서동만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한다든지 장관을 한다든지 청와대 가서 일 한다든지 하는 공직을 맡지 말라는 것 아니다. 공직에 나서는 데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하지만 간첩을 옹호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공작을 할 수 있겠나. 내가 정보위에 있어봐서 국정원이 어느 정도의 예산을 어디에 쓰는지 들어서 조금 안다. 국정원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간첩을 잡는 일이고 거기 필요한 공작을 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북한을 이해하고, 간첩을 옹호했던 사람들이 공작을 할 수 있겠나. 이런 일은 북한 김정일 체제에 적개심이랄 것 까지는 없는지 몰라도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조직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남북관계도 변했고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들어가서 국정원을 바꾸어 낼 필요도 있지 않은가.
최병렬 : 그런 취지라면 우리 당 얘기대로 국정원을 개편하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공약했고 이회창 총재도 대선 때 공약했던 사항이다. 국정원을 없애고, 공약대로 해외정보처, 이건 미국의 CIA가 되는 거지, 그렇게 만들고, 간첩 잡는 일은 검찰이나 경찰, 기무사 이런데로 수사권 같은 걸 옮기고 이렇게 개편을 하면 될 것 아닌가. 지금 국정원은 어쨌든 없애야 한다.
프레시안 : 고영구 원장 등이 그런 개편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최병렬 : 이미 들어 갔는데 어떻게 그런 개편을 하나. 이미 국정원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 올랐는데.
프레시안 : 신당 얘기 하다가 노 대통령이 할 일은 안 하고 다른 일 한다는 얘기로 번졌다.
최병렬 : (웃으며) 다시 신당 얘기로 돌아가자. 민주당 신주류다 구주류다 남의 당 일 갖고 반대당의 나이 먹은 사람이 뭐라 말하긴 좀 그렇다.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들의 의도는 당을 한번 새롭게 포장해서 호남당 이미지나 벗어나자는 것이고, 영남지역 특히 PK(부산경남)지역에 좀 세력을 넓혀보자는 것이다. 거기에 한나라당을 흔들어서 데미지를 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DJ 정부가 실패한 것은 인사 문제와 동진정책 때문이었다고 본다. 그렇게 보면 지금 신당하자는 것도 결국 다른 하나의 동진정책이다. 노 대통령이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고 이런 식으로 국정을 몰아가는 것은 거꾸로 가는 짓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을 떠나라는 것이다. 당을 떠나서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프레시안 : 신당을 주도하는 사람들 주장에 의하면 과거 DJ 식의 동진정책의 한계를 그들도 스스로 인정하고, 이번 신당은 그런 게 아니라 당의 기본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최병렬 : 전술적으로 방법론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표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목표는 분명한 것 아닌가. 총선에 이기기 위해 특히 야당을 공격하고 영남에서 의석을 얻자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그러니까 대통령이 신당을 함께 하면 야당을 적대시할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당을 떠나라는 것인가.
최병렬 : 그렇다. 민주당이야 어떻게 하건 대통령은 안된다. 대통령이 스스로 새정치, 상생정치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야당을 깨겠다는 신당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
프레시안 : 아까 신당을 장난이라고 표현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최병렬 : 신당은 성공 못한다. 정당을 만드는 것은 중심이 있어야 한다. YS, DJ는 그럴 수 있었다고 쳐도, 지금 민주당 세력은 그 중심이 없다고 본다. 청와대가 백업하면 어쨌거나 일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생명력 있는 정당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당 성공 못한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하는 사람 극히 적을 것”**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한나라당에서 탈당 하는 사람들도 극히 적을 것이다. 1자리 수라고 봐도 된다. 생각해 보라.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금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 합류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나. 많지 않다.
프레시안 :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봐도 상당수 사람들이 지금 한나라당, 지금 민주당 갖고는 표를 못 주겠다. 뭔가 새로운 당이 나오면 지지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 같은 경우 흔들릴 수도 있겠는데.
최병렬 : 보궐선거를 보는 여러 시각이 있는 것을 안다. 내 생각에 의정부는 원래부터 홍문종 후보가 되는 곳이었다. 예상대로 됐지 않는가. 고양에서 유시민씨가 됐는데, 그것도 우리 이국헌 후보가 사실 너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다운 선거운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양천에서 오경훈이 당선된 것도 그 사람이 젊어서 된 것이 아니다. (민주당) 양재호씨도 49살인가 젊다. 중요한 건 그 지역의 호남 출신 사람들이 투표를 안했다는 것이다. 그 지역은 호남 사람들이 엄청 많은 지역 아닌가.
프레시안 : 최 의원은 평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라는 구분법을 사용해 왔는데.
최병렬 : 지향은 그리로 가야한다. 그렇게 한쪽은 개혁적 보수, 한쪽은 합리적 진보로 나뉘어 있는게 맞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봐도 요즘은 둘 사이가 좁혀지는 추세다. 또 그렇게 나뉘려면 우선 정책정당 중심이 돼야 한다. 현재 우리 당만 보더라도 주류는 중도 우파적이다. 거기에 약간 리버럴한 세력도 함께 가고 있다. 변화가 시작되는 과도기로 봐야한다. 정책을 바꾸는 개혁이 우선 돼야한다. 완전히 정책정당이 되면 정책 때문에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못 견디고 나가게 되어있다.
프레시안 : 어쨌든 신당이 그렇게 노선과 지향 중심으로 가자는 것, 또 영남은 전부 한나라당, 호남은 전부 민주당 식의 구도를 깨겠다는 것은 정치발전에 긍정적인 것 아닌가.
최병렬 : 정치 발전을 위한 설계라기보다는 전략적인 면이 크다. 내가 남의 당 속사정을 얘기하기는 뭣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다. 그런 전략은 성공할 수가 없다. 총선 앞두고 급조된 당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나. 오히려 한나라당이 당과 정치를 바꾸고,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협조할 것은 과감히 협조하고 잘 못한 것은 단호하게 못했다고 지적하는 그런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국민 정서에 맞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을 보면 헤쳐모여하는 방식으로 신당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목표는 부산 경남을 부수자는 것 아닌가. 영남 공격용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될 수가 없다. 지역구도 깨겠다는 것도 영호남이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와야지, 일방적으로 자기 기반을 내주면서도 그걸 감수할 야당이 있을 수 있나. 정치는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에는 원칙이 없다”**
프레시안 : 어제(1일) TV토론에서 노 대통령이 3자회담에 한국이 참여하는 걸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기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최병렬 : 외교 문제에서도 전술, 전략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외교에선 프린시플, 원칙이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에는 원칙이 없다. 가만히 보니까 노 대통령이 상황에 맞게 논리를 맞추는 데 유능한 사람이더라. 말이 현란하다. 그런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는 안된다. 외교문제를 현상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국가의 정책은 원칙이 있어야 하고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운명을 결정짓는 문제인데 우리가 마땅히 참여해야지 어떻게 빠질 수 있는가. 또 이 과정에서 우리와 미국 사이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추측이지만, 미국이 남한 참석 없이는 안 된다는 확고한 게 있었다면 벌써 남한이 참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괜히 참석해서 저쪽(북한) 편이나 들고 그럴 것으로 봤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남한 참석을 말한 것은 립 서비스다. 속내는 다를 수 있다.
프레시안 : 한미관계와 관련해서 이번 노 대통령 방미에 주문할 것이 있다면.
최병렬 : 정말 잘 해주기를 바란다. 이건 중요한 문제다. 사실 나는 친미주의자가 아니다. 옛날에 잠깐 미국에서 공부하기도 했지만 나도 미국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수도 복판에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 자존심 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나. 다만 나는 나를 용미주의자라고 하겠다. 미국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안보는 외교관계를 통해서 의탁하면서도 경제 쪽에서 투자나 교류를 하면 득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번 방미에선 부시와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노 대통령을 생각하기에 아직도 의심을 가지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리고 말조심해야 한다. 너무 말에 자신을 한다. 그런 것들 조심하면서 솔직한 대화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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