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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추진위가 곧 임시지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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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당추진위가 곧 임시지도부다"

<천정배 인터뷰>"기존 최고위원 사퇴, 표대결 불사"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개혁신당’ 창당에 있어 첫 번째 할 일이자 가장 어려운 일은 당내 신당추진위원회를 꾸리는 일이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달 3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에서) 첫 번째 할일은 신당창당추진위원회 구성을 당무위원회에 상정, 통과시키는 일”이라면서 “신당창당추진위 구성은 우리당의 임시지도부 구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는 최고위원 등 현 지도부가 물러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신당창당추진위원회, 즉 임시지도부를 중심으로 신당창당과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구주류의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견이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서라도 신당창당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창당추진위가 결정된 이후에는 순조롭게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천 의원의 설명이다.

천 의원은 현 지도부에 대한 사퇴를 전제로 한 신당추진위 구성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신당은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명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와 신당추진위가 이원화되면 신당추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게 최고위원회에 보고되고 거기서 논란이 빚어지고 반대하고 이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나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 의원은 “5월 초순, 늦어도 5월 중순까지 당무위원회에 신당추진위 구성안이 상정돼야 한다”면서 “지난번에 개혁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검토해 봤는데 무난히 당무위원회에서 개혁안을 통과시킨다고 봤다”며 신당추진위 구성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을 예상했다.

***“신당은 동진(東進) 방식으론 안 된다”**

현재 민주당 상황은 ‘민주당의 리모델링’을 주장하던 신주류 중진 의원들도 점차 신당 창당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 대선 직후 ‘민주당 발전적 해체’ 주장에 동의하던 추미애 의원이 신당 창당 움직임에 반대하는 등 신주류 내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다.

이와 관련 천정배 의원은 “발전적 해체냐 창조적 계승이냐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신당 창당은) 민주당의 창조적 계승이다. 현재 민주당 가지고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민주당 밖에 있는 개혁정치세력들은 민주당의 개혁적 이념과 노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지역적 한계는 민주당 자체의 틀로는 깰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지난 4개월 동안 당 개혁 작업을 통해서도 이미 민주당 자체의 동력으로는 과감한 자기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됐다”고 ‘민주당의 리모델링’ 주장을 반박했다.

천 의원은 또 “신당의 모습은 지역별로 산술적인 안배가 있어야 한다. 동진(東進)이니 이런 방식으론 안 된다”면서 “적어도 신당추진을 제안한 소장파 의원들은 과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고, 그야말로 창당과정, 창당 주체의 범위 등 처음부터 명백하게 국민통합적 방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득권 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다 같이 간다”**

천 의원이 그리고 있는 신당의 모습은 기존 민주당에 개혁정당, 한나라당 일부 개혁세력, 정치권 밖의 개혁세력 등을 모두 포괄한 ‘헤쳐모여식’ 당이다. 이른바 ‘뺄셈 정치’가 아닌 ‘덧셈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단 “자기의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천 의원은 “국민 일부가 보기엔 뺄셈 대상이 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 어떻게 자르느냐는 문제는 결국 굉장히 자의적인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개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후퇴하자는 게 아니고 개혁적 정당을 만들기 위한 가장 현명한 프로세스는 누구든 기득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신당을 만들고 새판을 짜서 거기서 민주적 방식으로 지도부를 만들고, 이런 민주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해서 평가, 심판이 내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 의원은 ‘청와대와의 교감설’에 대해 “청와대하고 구체적 상의나 이런 것은 없다”면서 “교감이란 말도 참 의미가 다양한데, 노무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의지라는 것은 명백하게 국민들에게 천명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 더 이상 교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과의 인터뷰는 4월30일 오후 5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정관용 본지 상임편집위원의 진행으로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민주당내 공론화만 성공하면 순조롭게 진행될 것”**

프레시안 : 구상이 다 정리가 된 건가, 지금 해가는 단계인가.

천정배 : 이번에 짧게 3개항으로 발표했지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결과적으로 명쾌하게 구상이 정리됐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신당 로드맵이 마련된 것인가.

천정배 : 그렇게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고 큰 틀에서 정리된 정도다. 일차적으로 당의 공론화에 성공하면, 즉 신당 창당에 동의하는 다수의 당무위원들을 확보할 수 있으면 그 다음에는 순조롭게 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 첫 번째 할 일이 뭔가.

천정배 : 첫 번째 할일은 당내 다수파 확보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말하면 당무위원회에 신당추진안을 올리는 것 맞나.

천정배 : 그렇다. 가결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와 표를 확보해 놓는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당무위원회 구성상으론 좀 어렵지 않나.

천정배 : 그렇지 않다. 지난번에 개혁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검토해 봤는데 무난히 당무위원회에서 개혁안을 통과시킨다고 봤다. 오히려 당 개혁안이 누더기 비슷하게 돼 간 데에는 이른바 개혁파 내부의 문제가 많았다. 개혁파 내부의 의견통일이 잘 안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어려움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금 신당 추진 과정에서도 의견 차이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천정배 :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하다. 왜냐면 신당을 이렇게 만들자는 안 자체를 당내 개혁파 전체가 의견을 모은 게 아니고 작년 대선 직후 '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던 23명이 중심이 돼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 입장에선 우리가 제안한 신당추진 안에 대해 의견이 다르고, 여러가지 코멘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걸 하나로 통일시켜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거다.

프레시안 : 신당창당추진위원회 구성을 당무위원회에 올려서 다수 통과되도록 한다는 게 일차적 목표다. 그게 언제쯤인가.

천정배 :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겠고, 당무위원회 소집권은 대표에게 있다. 적어도 5월 초순, 늦어도 5월 중순까지라고 생각한다.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 신당창당추진위 구성까지는 모르겠지만 당 해체 결정은 당무위원회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있다.

프레시안 : 맞다. 당 해체는 전당대회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당무위원회가 일상적 당의 최고 의결기구고, 합당 등은 당헌상 당무위원회 의결만으로도 수임기구를 만들어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과거 그런 예도 있고, 실제 작년 8월 이른바 통합 신당, 나는 분열 신당이라고 봤지만, 그때 통합 신당을 만들자고 추진기구가 뜬 적도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전당대회를 열어서 당 해체를 결정하는 게 옳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당무위원회를 열어 의결해서 공식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전당대회를 열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신당추진위는 곧 임시지도부”**

프레시안 : 신당창당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다음은?

천정배 : 신당창당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명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당의 임시지도부다. 신당창당 추진을 위한 임시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 말은 최고위원 등 현 지도부가 물러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거다. 신당창당추진위원회, 즉 임시지도부를 중심으로 신당창당과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근데 실제 신당을 만들 때는 민주당 밖에 있는 여러 신당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함께해서 만들기 때문에 당내 신당추진위원회, 임시지도부는 그런 총체적 신당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결과적으론 당 외부에 신당창당추진을 위한 기구가 따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천정배 : 그럴 수밖에 없다. 헤쳐모여식 신당 아닌가. 민주당도 해체되는 거고, 개혁국민정당 등 다른 정당도 신당 창당 방안에 동의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해체하고 모일 가능성은 없겠지만 개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나라당을 나와 합류할 테고, 아직 정치권에 발을 디디진 않았지만 국민적 신망을 가진 외부 인사도 발굴돼서 함께 참여해서 신당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 당내에 만들어지는 신당창당위원회가 임시지도부가 돼야 한다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인가.

천정배 : 28일 함께 모여 신당창당 추진을 발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합의가 된 것이다. 그간 논의되어 오던 당 개혁안 내에 임시지도부라는 말이 있어서 혼동될까 봐 신당창당추진위라는 표현을 쓴 거다.

***“현 최고위는 국민적 신뢰 상실”**

프레시안 : 반드시 기존 최고위원들을 없었던 걸로 하고 임시지도부 형태로 가야 하는가.

천정배 : 그래야 된다고 본다. 지금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나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기존 지도부를 그대로 두고, 신당추진위를 만들 수 있다. 굳이 기존 지도부를 없애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보는 이유가 뭔가.

천정배 : 신당은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명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원화되면 신당추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게 최고위원회에 보고되고 거기서 논란이 빚어지고 반대하고 이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최고위원회는 어찌 보면 대선직후에 이미 사퇴했어야 됐다. 그때 신기남 추미애 의원이 사퇴했고, 그 이후에 한화갑 대표도 물러났다.

프레시안 : 당무위원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어서 가결됐을 경우엔 얘기가 쉽지만 부결된다면.

천정배 : 부결돼선 안 된다. 가결시켜야 된다. 가결된다.

프레시안 : 부결될 경우의 수는 없다?

천정배 : 현재로서는 가결된다고 보고 있고, 반드시 가결시키겠다. 아직 부결된다는 불길한 경우에 대해 확실한 방침을 정해놓은 것은 없다.

프레시안 : 부결될 것 같은 상황이라면 표결까지 안 갈 것인가.

천정배 : 한두명이 반대한다고 해서 그걸 통과 안 시킬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 표결에 갈 수 있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당무위원회가 콘센서스를 이뤄 신당추진에 합의하는 것이겠지만 80여명의 당무위원 중 아주 소수의 당무위원이 결사반대한다고 해서 신당추진위를 안 만드는 것은 논리에 안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엔 표결이라도 해서 당의 의사를 결정해야 될 것이다.

프레시안 : 만약 부결되는 경우라면 신당창당추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당을 떠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천정배 : 부결되는 경우는 아직 상정할 수 없다. 부결되면 민주당 망하는 거다.

프레시안 : 표대결까지 가서 가결돼도 반발하는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천정배 : 반발하는 분들이 자기 선택을 할 것이다. 전체적인 당의 민주적 절차에 승복하고 동참하겠다는 분들이 있을 거고, 아무리 다수 결정이라도 나는 죽어도 못하겠다 이런 분들이 있을 거다. 나름대로 자기 선택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 발전적 해체와 창조적 계승은 동전의 양면”**

프레시안 : 최근 성명파 의원 중 추미애 의원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받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소리가 같은 건가, 다른 건가.

천정배 :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신당은 민주당을 진정으로 계승.발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창조적 계승이다. 현재 민주당 가지고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런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서 민주당의 역사, 정체성과 위업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긍정적 위업을 가지고 가면서도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한계, 지역적 한계와 정치개혁적 측면에서의 낡은 틀을 명백히 극복하기 위한 신당이기 때문에 이건 민주당의 창조적 계승이라고 생각한다. 발전적 해체냐 창조적 계승이냐는 것은 동전의 양면 아닌가. 신당추진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부인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한다. 혹은 극소수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지역주의적 틀에 입각한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고의로 신당추진에 대해 민주당의 부인이라고 규정하고 공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프레시안 : 주로 호남쪽 의원들?

천정배 : 호남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주 노골적으로 말하면 민주당 뿐 아니라 현재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분열구도의 수혜자들이다. 내가 내년에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 출신의 표를 얻을 필요가 없다. 수도권에 있다 하더라도 지역의 호남 출신 표를 중심으로 고정표를 잘 다지면 유리하다. 따라서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이란 신당의 명분은 사실 기존 의원들의 이해와는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런 기득권을 과감히 버려야 정치발전이 있다. 그게 국민이나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나도 호남 출신인데, 호남을 위해서라도 지역구도는 깨져야 한다. 지역분열구도가 깨지지 않으면 호남은 늘 소수자로 차별받고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민주당을 위해서도 그렇다. 민주당이 지역구도에 안주하는 한 내년 총선에서 1당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프레시안 : 요즘 호남소외론과 관련, 호남민심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신당을 만들면 호남 민심이 따라올 것으로 보는가.

천정배 : 안 따라올 이유가 없다. 신당은 민주당의 리더였던 김대중 전대통령의 철학과 노선과 이념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다. 이걸 호남 분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역주의 사고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호남출신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또 국민통합에 대한 열망도 높다. 민주당 광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입증된 바 있지 않나.

***“민주당 자체 동력으론 과감한 자기개혁 불가능”**

프레시안 : 기존 민주당의 정통성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이고, 기존 민주당의 고정 지지기반인 호남 지지 기반이 따라오는 것이고, 당무회의에서도 다수가 지지할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렇다면 신당창당 형태를 밟아야 할 필요가 있나. 민주당 안에 다른 외부의 세력들을 영입하고 당 이름을 바꾸고 이런 방법도 되는데.

천정배 : 민주당의 리모델링이면 되지 않겠냐는 지적인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민주당 밖에 있는 개혁정치세력들은 민주당의 개혁적 이념과 노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지역적 한계는 민주당 자체의 틀로는 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당 개혁 작업을 통해서도 이미 민주당 자체의 동력으로는 과감한 자기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됐다.

프레시안 : 기존 지지 기반은 그대로 두고 플러스 알파를 하기 위해 또 깜짝쇼를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천정배 : 기존 지지기반이 따라온다는 것과 우리가 지역구도에 안주해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그 지역에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것하고는 다른 거다. 나는 우리를 지지했던 분들의 높은 정치인식을 믿기 때문에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믿는 거다.

지난 번에 당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혁이 특정 계파가 특정 계파를 자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고, 그래서 의원이나 당무위원들이 자신의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또 당 개혁을 지루하게 끌어오면서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당이 분열로 가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신당의 창당 이념에 동의하는 분들이라면 모조리 함께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국민들한테도 이건 분열적 모습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가능하면 많은 분들이 함께 하자는 덧셈정치 아닌가. 하지만 뭔가 새로와지려면 뺄셈도 일정정도 필요한 것 아닌가.

천정배 : 결과적으론 뺄셈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 일부가 보기엔 뺄셈 대상이 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 어떻게 자르느냐는 문제는 결국 굉장히 자의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개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후퇴하자는 게 아니고 개혁적 정당을 만들기 위한 가장 현명한 프로세스는 누구든 기득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신당을 만들고 새판을 짜서 거기서 민주적 방식에서 지도부를 만들고, 이런 민주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해서 평가, 심판이 내려지는 것이다. 미리부터 누구누구는 안 되니까 못 와. 이런 게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프레시안 : 새로 만들어진 당의 기본틀은 민주당이 갖고 있던 개혁안 수준인가, 더 개혁적인가.

천정배 : 나는 민주당 개혁안을 만드는데 열심히 참여했으니까 그 정도면 상당히 잘 만든 안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신당을 만들게 된다면 민주당 기존 세력 뿐 아니라 더 큰 세력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논의해 봐야 한다. 그러나 확실한 정치개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신당을 하는 목적이 없다.

프레시안 : 지금 한나라당이나 개혁국민정당 등 다른 세력과 논의가 진행 중인가.

천정배 : 구체적으로 아직 그렇진 않다. 이상수 총장이 야당의원들과 접촉했다고 말씀했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 같은데 난 잘 모르겠다. 신당추진을 제안했던 23명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런 얘기는 없었던 것 같다.

프레시안 : 청와대 쪽과의 교감도 궁금한 사안인데 할말 없나.

천정배 : 청와대하고 구체적 상의나 이런 것은 없다. 교감이란 말도 참 의미가 다양한데, 노무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의지라는 것은 명백하게 국민들에게 천명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 더 이상 교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일부 언론에서 ‘노무현 당’이란 표현을 쓰는데, 그렇게 써도 되나.

천정배 : 어떤 의미로 노무현당이란 걸 읽느냐에 달린 문제다. 노 대통령이 과거 정치역정에서 보여준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정신이 신당에서도 공유된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건 ‘노무현 당’이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과거 ‘누구누구당’할 때처럼 그 사람이 절대적인 권위와 카리스마를 가지고 시키는 데로 따라가는 것이란 의미라면 명백히 아니다.

***“신당, 지역별로 산술적 안배 있어야”**

프레시안 : 80년대 이후 현대 정치사를 돌아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 만드는 데는 도사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갖고 있는 호남의 고정 지지기반에 플러스 알파를 끊임없이 넓히기 위한 얼굴 화장 바꾸기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경우도 똑같은 것 아닌가.

천정배 :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모델링에 반대한다. 그렇게 해가지고는 백날가도 안 된다. 적어도 신당추진을 제안한 소장파 의원들은 이 문제에 관해 과거의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고, 그야말로 창당과정, 창당 주체의 범위 등 처음부터 명백하게 국민통합적 방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당의 모습은 지역별로 산술적인 안배가 있어야 한다. 동진(東進)이니 이런 방식으론 안 된다.

프레시안 : 현실적으로 보면 정치가 스타에 의해 이끌려 가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 아닌가. 스타급이란 분들은 민주당에서 온 사람이 절대 다수일 텐데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그만큼의 파워를 가질 수 있나.

천정배 : 현실적으론 있을 수 있는 지적이고 걱정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신당추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젊은 의원들은 호남출신들이 많지만 적어도 호남출신으로서 지역적 한계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또 전국 각지의 개혁세력을 규합해 내년 총선을 통해 상당부분 국민 통합적 면모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에서 어느정도 동참할 것이라고 보는가.

천정배 : 잘 모르겠다.

프레시안 : 현실적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은 제한돼 있다. 과연 얼마나 새로운 인물이 신당에 참여할까도 의문이다.

천정배 : 외부에서 좋은 분들이 과감하게 정치에 뛰어들어서 같이 해야 될 것이다. 그런 점에도 신당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개혁이란 측면만 보면 대체로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 했던 양강,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정치개혁이란 좁은 측면에서만 본다면 오랫동안 뚜렷한 성과를 못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분들은 대체로 제3세력으로 모여 시도를 많이 해 봤는데 그 시도는 번번이 깨졌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크게 보면 민주당이란 틀 내에 있는 정치인이지만 사실 3세력의 철학과 지향을 가진 분이다. 그런 정치인이 국가 지도자가 됨으로써 정치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호조건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제3세력을 형성, 정치개혁을 성공시키려 했던 많은 분들이 있지 않나. 이런 분들과 새롭게 신진으로 정치개혁과 나라발전을 열망하는 분들이 현 시기의 역사적 중요성을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과감하게 우리가 만들려는 신당에 함께해 내년 총선을 통해 신당이 다수당이 됨으로써 정치개혁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최악의 경우 민주당은 쪼개지고 한나라당이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쪽은 별로 없고 이런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천정배 :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기운이 우리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굉장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머뭇거리면 언제 다시 지역 구도를 넘어서서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신당 창당 시기는 언제 끝나게 되나. 7월이란 얘기도 있던데...

천정배 : 현실적 준비기간도 있어야 될 것이고, 또 우리가 당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국회나 정당이 해야될 본분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감안했을 때는 일차적으로 정기국회 이전인 7-8월까지 신당이 만들어져서 정기국회 때 국민들에게 개혁정치세력으로서 든든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거처럼 신당이 전격적으로 급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 하고, 더구나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선 기간당원, 진성당원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7.8월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꼭 창당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라도 정당에 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창당을 완료하는 것은 12월 정도로 잡아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신당 만드는 게 무슨 정치개혁이냐는 공격도 있을 수 있다.

천정배 : 국민 판단만이 지고지선은 아니겠지만 국민 수와 정치학자들이 정치개혁의 요체라고 생각하는 게 정치적 이념과 노선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분명한 폴리티컬 라인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 행동하라는 거 아닌가. 정치개혁에 있어 정당개혁이 가장 선행 과제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신당의 선거제도에 관한 안이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안 등을 묻는 것은 좀 이른 것 같다.

천정배 : 그렇다. 내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있는데 그런 제도적 안은 아직 민주당도 없고 한나라당도 없는 것 같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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