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임박했던 지난 2월14일(현지시간)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는 편지를 남기고 이라크를 떠난 베른트 슈탕게 감독이 이라크축구 재건에 두 팔을 걷어부쳤다.
인터내셔날해럴드트리뷴(IHT)의 축구칼럼니스트 롭 휴스는 30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 머물고 있는 슈탕게가 UNICEF, UAE 적십자의 지원을 받아 베컴, 지단, 말디니, 피구 등 세계적 축구스타들이 참가하는 이라크아동돕기 축구대회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탕게 감독은 이라크아동돕기 축구대회를 세계축구계의 새로운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는 미셀 플라티니에게 제안해 놓은 상태이며, UNICEF의 스포츠 홍보대사 역할을 맡고 있는 라이베리아 출신의 축구스타 조지 웨아에게도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축구협회의 사람들과 축구팀의 주장 바셈 압바스와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의 계획을 알린 슈탕게 감독은 "현재 이라크 상황은 매우 좋지 않지만 이라크 축구는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뭔가 시작해야 한다"며 "거리에서 반전시위를 하던 이라크 사람들이 축구장에 모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롭 휴스는 "슈탕게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게 UNICEF 자선경기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2004년 올림픽, 2006년 월드컵 지역예선에 이라크가 참가할 수 있도록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세계축구연맹(FIFA)을 설득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공격이 계속될 때도 바그다드에서 축구경기를 할 만큼 축구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이라크의 축구는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가 지난 해 11월 축구협회를 장악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난폭한 성격의 우다이는 축구팀이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면 심복부하에게 선수들의 발톱을 뽑게하는 등 린치를 가해 세계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었다.
80년대 이라크 축구는 기량면에서 아시아 최고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라크는 걸프전 이후 국제교류가 끊기며 FIFA 랭킹 1백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리반 정권이 무너진 후 영국축구협회는 아프카니스탄과 다국적평화유지군간의 축구경기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이 '해방자'임을 선전하고자 하는 미-영의 정치적 목적이 깔린 경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반면에 잿더미 속에서 이라크 축구의 부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슈탕게 감독의 행보에 이라크 사람들은 기대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임시 슈탕게의 '이라크 사랑'이 남달랐음을 이라크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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