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해 법원이 30일 영장을 기각했다.
안씨의 영장을 심사한 서울지법 최완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안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지만 선례가 없고, 실형 선고가 예상되지 않아 도주 가능성이 없는 데다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어 증거은닉이나 도주우려가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검찰 "노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계획 없어"**
법원이 안희정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동안 정치자금법 위반자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해왔던 전례에 비춰, 안씨에게만 이례적으로 구속을 결정하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검찰 일각에서도 안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안씨는 지난 99년 7월 김 전 회장의 동생 효근씨를 통해 투자받은 현금 2억원을 생수회사인 오아시스워터에 입금시킨 뒤 2000년 10월 박모씨에게 회사를 처분하면서 매각 대금 중 2억원 가량을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현 자치경영연구원)에 입금, 사용했다. 안씨는 생수회사 매각 시점에 대학 선배인 효근씨를 만나 "자치경영연구원 운영자금과 정치활동 자금이 필요하니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 투자금 반환 채무를 탕감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가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기부받은 것에 해당된다며 정치자금법 제30조 1항 위반으로 3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 효근씨는 검찰조사에서 "투자금을 줄 당시 안씨가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나중에 투자금을 반환받지 않았을 때도 자치경영연구원이 노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단체인 줄 알았지만, 2억원 탕감은 오랜 친분 관계인 안씨를 보고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안씨는 이날 밤 10시18분께 석방된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주변분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노 대통령이 2000년 11월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자치경영연구원에 관여하지 않았고, 효근씨나 김 전회장 등을 만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노 대통령에 대한 조사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법원결정에 곤혹, 한나라당 "면피성 수사" 비난**
검찰은 이날 법원에서 영장 기각 결정이 나자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정확히 판단해본 뒤 영장 재청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씨가 풀려나게 됨에 따라 당장 정치권 등으로부터 '부실수사'라는 비난이 예상되는 데다 향후 수사 행보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안희정씨의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한 논평을 통해 "검찰이 대통령 측근실세를 봐주기 위한 면피성 수사를 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또 "나라종금 로비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우리당은 특검을 통해서라도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을 계기로 청와대와의 관계가 대립국면으로 돌입했다고 판단, 안희정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고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관계 주요 인물에 대한 추가소환 실시**
검찰은 안희정 구속에는 실패했으나, 김호준 보성그룹 전회장 측에서 화의 관련 청탁을 대가로 2억8천8백만원을 받은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을 이날 밤 구속수감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검찰의 오랜 숙원인 정치적 독립이라는 과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안씨에 대한 보강수사는 물론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주요 전-현직 정치인 및 고위 관료 등을 추가로 소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검찰은 김호준 전회장,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과 관련된 주변 조사를 폭넓게 전개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 등이 다수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 등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추가 소환 대상자로는 민주당 현역중진 H의원과 전직 장관 등 3~4명이 거론되고 있으나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위법사실이 드러난 '제3의 인물'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H의원은 거명인사들은 대부분 DJ정권시절 실세들로, 자신들에 대한 수사가 신당창당을 위한 정치적 숙정 성격을 띄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