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0일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에 따른 국가정보원 수뇌부 후속인사를 확정,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국정원 기조실장엔 서동만 상지대 교수 임명을 강행했다.
또 이날 인사에서 1차장(해외담당)에는 염돈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국정원 출신, 전 독일공사), 2차장(국내담당)에는 박정삼 굿데이신문 대표(전 한국일보 취재본부장)가 각각 임명됐다. 3차장(대북담당)에는 김보현 현 차장이 유임됐다.
***"북한을 잘 아는 것과 친북은 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서동만 기조실장 임명과 관련, "자질과 도덕성을 문제로 삼았다면 국회의견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분열주의적 이념공세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으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브리핑>이 전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국정원 인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나라당은 서 교수가 과격하고 친북적이라고 얘기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특히 북한을 잘 아는 것과 친북은 달라 한나라당 생각이 우리와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또 "서 교수는 통일, 안보분야의 전문가로 개혁성향의 인물이어서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정 보좌관은 이어 "염 1차장은 해외정보 전문가로 업무추진력이 우수하고 화합중시의 원만한 성품"이라며 "박 2차장은 기자 출신으로 상황 판단력과 조직관리능력을 갖춘 사람이며, 김 3차장은 대북정책 전문가로 내외 신망이 높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국회 정보위의 '부적절' 의견 제시에도 고영구 국정원장을 임명한 데 이어 정보위가 '불가' 의견을 낸 서동만 기조실장 임명도 강행, 한나라당과의 대치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과 청와대 정무파트의 반대에도 불구, 국정원 예산과 조직 운영을 맡는 기조실장에 서 교수를 임명한 것은 당초 구상했던 고영구-서동만 카드를 통해 국정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교수는 현재 여야 정치세력들에게 누출되고 있는 국정원 정보 차단과, 국정원내 정치세력의 숙정을 국정원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서동만 교수의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을 계기로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 개혁 드라이브가 시작되고, 그 파장은 곧바로 기존 정치권에도 파급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盧 내년 총선행보 시작한 것 아니냐"**
그동안 "서 교수 임명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한나라당도 이번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노대통령의 서동만 기조실장 임명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서동만 기조실장 임명은 여야 밀월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며 "노 대통령 측근세력들인 민주당 신주류가 신당창당을 선언한 데 이어 서동만 교수까지 기조실장에 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동원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강경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이와 관련, 지난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와대가 연속적으로 최악의 수단을 선택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만일 서 교수마저 임명한다면 국민이 아무도 국정원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었다.
한나라당은 서 교수의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이 현실화할 경우 인사청문회법 개정, 정치적 예산삭감 등의 카드를 밀어붙이면서 강도 높은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행은 이와 관련, "부득이 지금과 다른 모양의 2단계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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