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니는 1984년 이후 인도네시아 자바섬 남부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에서 노동단체와 지역노동조합 운동을 해 온 활동가로서 2006년 족자카르타에서 발생한 지진 직후에는 지진회복 심리치료팀에 참가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연을 맺고 있는 한국의 국제연대 활동가들을 통해 <전태일통신>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번역은 <전태일통신> 편집위원회가 맡았습니다. <편집자>
최근 인도네시아에는 수많은 자연재해가 일어났습니다. 쓰나미, 지진, 홍수, 화산폭발, 산사태 등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 불행하게도 이런 자연재해들은 인도네시아가 1997년의 통화위기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가혹한 고통을 겪고 있는 데서 아직도 사회경제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가 2006년 5월 27일 토요일에 발생한 자바섬 중부 족자카르타와 인근 지역의 지진입니다. 이 지진은 리히터 규모 5.9의 강도였습니다. 대략 6000명이 죽었고 3만 이상이 다쳤으며 5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집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시설 대부분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재해지역에는 식량과 의약품, 위생병 등등이 지원되었습니다. 그런 지원은 인도네시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예를 들면 외국의 정부와 회사, 사회단체와 개인들로부터도 왔습니다. 비상센터가 설치되어 식량을 나누어주고 의료서비스와 심리적 도움을 제공해주고 또 주택 재건축에 필요한 물자를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원은 진실로 희생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2006년 11월인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여전히 비상 텐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자지원은 아니더라도 또한 수많은 인도적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들에게 재해 현상과 이를 피하는 기초훈련을 책을 통해 교육하고 있습니다. 책이라는 매체는 그같은 중요한 정보를 사회화하는 데 다른 무엇보다도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해를 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인도네시아는 지진(환태평양 화산대에 있는)에 아주 취약한 지역입니다.
위에 언급한 지원 활동들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게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서로 구제하고 서로 돕는 것입니다. 다음은 제가 2006년 6월에서 8월까지 족자카르타와 인근 지진 지역에서 인도적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실제 현지에서 보고 겪었던 일입니다.
한달 내내 매일같이 트럭들이 자원봉사자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자원봉사자의 대부분은 희생자들을 돕고 재난지역의 무너진 건물들을 치우기 위해 중부 자바의 여러 지역에서 온 농부들과 건설노동자들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끊임없이 교대로 매일매일 지역을 바꾸어 몰려 왔습니다. 그들은 작업 장비를 포함해서 스스로 필요한 물품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중부 자바의 워노소보 농부들은 그들이 기른 야채 등등의 먹을거리를 정기적으로 희생자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역시 중부 자바의 워노기리 농부들은 자신들의 생산품, 즉 희생자들이 집을 다시 지을 때 꼭 필요한 대나무들을 보내주었습니다.
자바 서부 자카르타 길거리에서 음식물을 파는 노점상 협동조합은 희생자들에게 매일 일정량의 무료 빵을 제공하는 무료 급식센터를 열었습니다.
세리캇 부루 레지날이라는 동부 자바 수라바야의 지역노동조합은 지진 지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조합원으로부터 모금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노동조합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모금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처럼 연대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고통에 처한 사람들을 즉각적으로 돕는 일입니다. 그것도 값비싸고 돈이 많이 드는, 언론이 펼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거액의 모금 캠페인보다 풀뿌리 인민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자신이 가진 것을 베푸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연대란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어려운 이웃을 서로 앞장서서 구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그러한 진정한 연대가, 세상을 밑에서부터 바꿀 수 있는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006. 12. 3 수라바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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