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태규 명리학 <9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96>

인생의 가을-그대의 두 손에 무엇을 들었는지?

이제 인생의 사계(四季)에 관한 얘기도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봄과 여름에서 우리들이 겪어야 했고 맞이했던 도전들은 이 기간에 와서 결실을 맺고 정리가 된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계절은 역시 가을인 것이다.

인생의 가을은 37세부터 54세에 이르는 18년간이다. 이 계절은 앞서의 봄과 여름에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정서(情緖)와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봄에 목기(木氣)가 왕성하듯이 가을이 되면 그것과 정반대의 기운인 금기(金氣)가 강해져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金은 이제 성장발전보다는 결실과 정리를 뜻하기에 이 나이가 되면 서서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변해가기 마련이다.

***초추(初秋)의 계절;**

37세부터 42세에 이르는 기간이며, 계절에 비유하면 양력 8월 8일 경의 입추부터 9월 8일경에 있는 백로절 전까지이다. 이 기간은 말이 가을이지 여전히 여름의 무더위가 가시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곡식을 익게 만든다. 그처럼 각자가 일해 온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과 여전히 강한 체력으로 사실상 절정기라 할 수 있다.

초가을의 계절은 결실의 계절이기에 이 기간에 많은 직장인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직장에서 계속 승진하면서 대기업이라면 이제 이사의 자리를 바라보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 기간에 남자들은 자신의 갈 길을 놓고 다시 한 번 방향 설정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자부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에서 잔뼈가 굵어진 사람이 그간의 업무 경험과 지식을 살려 그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 기회, 우리가 틈새시장이라 부르는 기회를 발견했다면 독립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회사에 남아 계속 성장하다가 또 다른 기회에 좋은 직장으로 대우를 받고 옮겨가는 일도 빈번하게 있게 된다.

새로운 사업기회든 아니면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이든 간에, 그 모두가 물론 본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일하던 회사가 자신을 키워주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이직을 하든 새로운 사업을 하든 어차피 요즘 말로 같은 바닥에서 뛰는 선수들이기에 고마운 마음을 지니는 것이 향후에도 좋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독립해서 성공을 한다 해도 그 공력(功力)은 직장 생활에서 쌓은 경험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남들이 사업한다 하니, 정작 본인은 뚜렷한 사업거리도 보이지 않건만 사업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 무작정 사표를 내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분들 중에 필자를 찾아와 상담하는 분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재운(財運)이 왔을 때 사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문의하시는 데, 결과는 뻔하기에 필자는 극구 만류한다. 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재운에 시작하겠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사업가 기질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하면 얼마 안 가서 대단한 고생을 겪게 된다. 전혀 경험이 없는, 그러니 막연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그만큼 낮은 것이다. 일종의 무작정 상경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 나이의 여성들은 재운이 왔을 때 바람이 나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남자가 재운에 사업을 시작하면 실패한다고 했듯이, 여성의 경우 갑자기 틀을 깨고 바람이 나면 그 또한 후회를 남기기 쉽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싶어서, 뭔가 새로운 인생을 시도해 보고픈 마음이 그런 실수를 범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추(仲秋)의 계절;**

이 시기는 43세부터 48세에 이르는 기간이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계절에 비유하면 양력 9월 8일경에 있는 백로부터 10월초에 있는 한로절 전까지이다. 이 기간은 본격적인 가을이다. 계절로 따지면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추수(秋收)의 기간이다.

그런데 IMF 이후, 우리 사회는 이 나이의 직장인들을 이제 부려먹을 만큼 다 부려먹었으니 이제 그만 두시죠 하는 사오정의 풍토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그간 일한 공로를 인정해서 다소 능력에 쇠퇴 기미가 보이더라도 함께 먹고 삽시다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는데, 생산성이라는 신화가 강조되고 글로벌 경쟁이 강조되면서 버려야 할 구습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직장인의 사이클이 단축되는 것 또한 문제가 크다. 젊은 후배들은 선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성공을 기도하거나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희박해질 수 있다. 심지어는 한탕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결과는 뻔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이 나이의 사람들을 위협하는 요소는 건강 문제다. 체질적으로 취약한 부위에서 슬슬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증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고, 성 기능이 약해지며, 특히 당뇨나 간 기능 약화, 탈모 증세, 폐경전 증후군, 30 대의 젊은 시절에 무리하게 몸을 쓰다보니 나타나는 증세가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중고차량이 된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은 본인에게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변수로서, 건강의 약화는 사람의 사기와 자신감을 크게 위축시킨다. 직장은 불안하고 건강에도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 기간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나이부터가 본인의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염려하고 관리에 들어가야 할 시간인 것이다. 중고차라 할지라도 잘 관리하면 아주 오래도록 쓸 수 있듯이 건강에 유념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양력 9월에 백로절이 있듯이, 이제 이슬이 맺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 나이의 사람들이 준비해 둬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제2의 인생을 대비해서 뭔가 배우거나 자기만의 특기와 전문성을 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공인중개사나 기타 여러 가지 자격증 시험이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대유행인 것도 그런 준비의 일종이라 하겠다.

***계추(季秋)의 계절;**

이제 늦가을, 또는 만추(晩秋)의 계절이다. 이 시기는 49세부터 54세에 이르는 기간이니, 인생의 가을이 깊은 것이다. 계절에 비유하면 양력 10월초의 한로부터 11월초에 있는 입동(立冬) 전까지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나이의 사람들이다. 얼굴에는 풍상을 겪어온 관록도 있어 보이고, 적당히 백발이 비치면서 보기에도 좋은 나이이다. 성공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늦가을에는 온 산에 단풍이 화려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것은 겨울이 오기 전의 화려함이다. 다시 말해 이 나이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여유와 관록, 연륜의 깊이는 겨울이 오기 전의 단풍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꽃피는 봄의 발랄함이 아니라, 시들기 전에 맞이하는 화려함이기에 그 속에는 가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이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실 진실로 좋은 계절은 역시 봄과 여름이다. 끊임없이 불안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던 젊은 날이 좋은 것이다.

이 시기의 성공한 사람들을 우리는 연부역강(年富力强)하다고 좋게 표현하지만, 그런 얘기가 귀에 달콤할 정도면 실은 해 묵은 인생인 것이다. 단풍에 대해 역사가 토인비는 ‘늦가을의 회춘(回春)’이라고 표현했는데 참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나이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성공한 인생은 많지 않기에-은 체력도 저하되기 시작하고, 중년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그리 쉽지 않다. 아직 직장을 다닌다 해도 언제 그만 두라고 할 지 몰라서 노심초사할 것이며, 사업을 하는 분들도 끊임없는 돈 걱정으로 마음 편할 날이 드물다. 그 바람에 화려한 단풍놀이 한 번 펼치지 못하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가기 쉬운 것이다.

또 한가지, 이 기간의 여성들 역시 어려운 문제를 겪게 된다. 대부분 이 기간 중에 폐경을 맞이하게 되고, 자녀들도 거의 성장해서 그간의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 결과 난 여태껏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지 하는 회의와 자책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왔다면 사실은 대성공을 한 것이다. 다만 갑자기 역할이 시들해지면서, 자신의 인생을 놓고 늦가을에 와서 돌이켜보니 ‘잘 못 살아온 것이 아닌가’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제 때는 늦은 가을인데, 조만간 겨울의 혹한이 밀어 닥칠텐데, 손에 쥔 것이 없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고 쓸쓸하겠는가!

이 나이의 끝 무렵에 와서 사람들은 그래서 인생의 실패를 느끼고, 지난 세월의 그 많았던 기회를 살리지 못했음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포자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은 좌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생은 이처럼 가을에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더 살고 난 노년에 가서 느끼는 사람들이 실로 허다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이든 분들이 ‘내 나이 10 년만 젊었어도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진실로 농(弄)이 아닌 것이다.

“진실로 지혜로운 자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다.”는 칼릴 지브란의 역설(逆說)처럼 인생의 늦가을일지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무엇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날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운 자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