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을 어릴 적부터 유태인들, 특히 이스라엘 유태인들에 대한 동경을 배우며 자란다. 탈무드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 2천여년의 디아스포라(이산)에서도 민족적 전통을 꿋꿋이 지켜내며 기어이 나라를 세우고 만 불굴의 독립정신, 세계경제를 쥐고 흔드는 능란한 이재(理財), 외세의 공격에 저항키 위해 천리길 귀국을 마다않는 애국심. 배울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월간조선의 조갑제 사장은 급기야 미국의 서슬 아래서도 핵무기를 만들고 만 '배짱'을 예찬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핵보유 인정에 분개, 주말 총궐기를 준비하다가 조갑제의 '이스라엘 핵보유 예찬론'을 읽고 마음이 산란해진, 그러나 한편으로 '역시 이스라엘'을 되뇌일 한국의 우익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 한 권 나왔다.
<사진: 표지>
잔인한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관제 민족주의이자 잔인한 식민주의인 시오니즘의 신화를 폭로한 <잔인한 이스라엘>(미세기 펴냄)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복과정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연구를 제시한 '시오니즘 보고서'다.
"나는 생식기를 잘라내는 광경을 목격했고, 여자들의 내장이 튀어나온 장면들을 목격했다. 그것은 노골적인 살인이었다." (본문 52쪽)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의 비밀 비서였고 시오니즘 반대운동에 정열적으로 나섰던 저자 랄프 쇤만(Ralph Schoenman)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학살, 그 생생한 증거와 정확한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이 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영국·미국 제국주의와 시오니즘의 관계, 아랍·이스라엘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시하며 이른바 '중동문제'에 대한 철저하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이 책에 의해 밝혀진 시오니스트들은 '이 땅에는 유태인만 살아야 한다'는 한가지 목표를 달성키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력이었다. 심지어 그 목표에 도움이 된다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동족을 학살했던 나치와도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미 유태인과 시오니즘에 관한 많은 서적들이 있지만, 이 책이 차별성을 갖는 것은 이같이 새롭고 정확한 자료 때문이다.
이 책의 역자인 이광조씨는 CBS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의 PD이다. 'PD들이 받고 싶은 상을 다 받았다'라고 말해지는 이광조 PD가 이 책을 통해 깨뜨리려고 한 것은 단순히 유태인들에 보내는 한국인들의 동경심만은 아닌 듯하다.이스라엘과 북한의 핵보유에서 정신분열을 일으킬 일부 우익들을 제외하고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은 유태인에 대한 '신화'에서 벗어난 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이 책을 이 시점에 내놓게 됐나 곱씹으며 읽는 것은 <잔인한 이스라엘>을 읽는 또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