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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탁상행정으로 '사스 방어망' 구멍 뚫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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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탁상행정으로 '사스 방어망' 구멍 뚫려

사스 2차감염 의심환자 잇따라 발생, '총체적 위기' 국면

정부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방어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표출이자 '총체적 위기'의 도래다.

***사스 의심환자 아들, 고열. 기침 증상으로 격리입원**

사스 의심환자 임모(27, 여)씨의 생후 6개월된 아들이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여 지난 22일 서울 K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2차 감염에 의한 사스 확산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임모씨는 앞서 그녀의 입국 검역을 맡았던 검역관도 감염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사스 의심환자 중 가장 증세가 심했던 환자로서, 아이에게 2차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씨가 입국하는 과정에서 검역을 맡았던 30대 검역관도 사스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였었다. 아이의 정확한 조사결과는 이번 주말께 나올 예정이다.

만약 사스위험지역을 여행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 국내에서 위험지역여행객과의 접촉으로 인해 사스에 감염된 사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한국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하는 '사스위험지역'에 공식적으로 포함되게 된다.

임모씨에 의해 두번이나 사스 2차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국내 사스 의심환자 및 위험지역 여행객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검역관을 2차감염시킨 임모씨를 퇴원시켰고, 그 결과 자택에서 6개월 된 아이에게서도 2차감염 현상이 나타나기에 이르른 것이다.

***"일선 격리병동 지정 병원, 시설 갖추고 있지 않아"**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이뿐이 아니다. 사스 의심환자 격리병동으로 지정된 병원이 제대로 된 격리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일반병동에서 의심환자를 치료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스환자로 의심돼 입원했던 경기도 2개 병원에서는 격리병동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며 "직원들은 해당병원으로 지정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고 당연히 교육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국립보건원 지정 격리병원을 조사한 결과, 모 병원에서는 사스 의심환자를 3인용 병실에 입원해 치료를 하고 퇴원시키는 등, 사스 의심환자 4명이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특히 "국립보건원의 사스환자 관리지침에 따르면 격리병상은 외부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음압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실제 사스 의심환자를 치료한 병원에는 음압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국립보건원 관리지침에는 ①문을 닫은 음압시설이 된 방 ②화장실이 있는 1인실 ③공기순환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화장실이 있는 집단격리실(cohort) ④공기순환이 독립적이지 않은 경우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가 잘되도록 한 격리실 순으로 격리 치료하게 돼있다.

노조는 사스 의심환자의 격리 수용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립보건원에서 다 해결하고 있다', '예산이 없다'고 떠넘기고 있으며, 국립보건원은 실지로 병원현장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지난 IMF기간 중 공공의료기관의 경영개선이라는 이유로 격리병동 등을 거의 없앤 결과"라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와 아파트단지 근처에 웬 사스 전용병원?**

정부는 또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에 바짝 붙어있는 민간병원을 사스 전용 격리병원으로 지정했다가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로 취소하는 실수를 되풀이하는 등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24일 서울시내 마장동의 D병원을 사스 격리병원으로 지정했다. 지정병원을 통보받은 병원(2백병상)측은 격리병동을 마련하기 위해 입원환자 50여명을 타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하고 몰려들기 시작한 인근 지역의 학부모들과 아파트주민들은 밤 9시가 되자 5백여명으로 늘어났으며, 2백여명은 25일 오전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학부모들이 강력반발한 것은 지정병원과 학교가 불과 20m 떨어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이날밤 병원앞 도로에 봉고차와 가로등을 연결, 비닐천막을 설치하고 도로를 점거했으며, 천막에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은 병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밤새 시위를 계속했다. 학부모들은 또 병원측이 기존환자의 이송을 시도하자 병원 출입구를 모두 막아 입원환자 20여명을 남긴 채 이송이 중단됐다. 학부모들은 또 25일 오전 등교거부에 나서 해당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1천여명 중 5백여명만이 등교했다. 병원에서 반경 1km이내 초.중학교 3곳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다.

밤샘 대책회의를 벌이던 서울시측은 이날 오전 현장을 방문한 정두언 정무부시장과 박주웅 시의원을 통해 "해당 병원이 유일하게 병상이 많이 비어있어 격리병원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주민 반발이 심해 포기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전달했고 그제서야 시위대는 해산했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부처간 비협조로 자택격리조차 안돼**

설상가상으로 자택격리된 사스 의심환자의 통제조차 관련부처간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30대 사스 의심환자가 자택 격리를 잘 지키지 않고 외출과 대인 접촉을 하고 있다"며 서울시등 관계당국에 강제격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해당 사스 의심환자가 이미 사스 발병 잠복기간이 지난 데다, 인권침해의 우려를 고려해 강제 격리 할 수 없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사스를 1급전염병에 준해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사스는 전염병 관리법상 4군에 속해 강제격리의 법적 근거가 없다.

당초 사스의 잠복기간은 7~10일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장 14일의 잠복기간 후 발병 사례가 보고 돼, 국립보건원은 잠복기간을 최장 14일로 늘려 잡고 있다.

방역전문가들은 "현재 사스 의심환자는 개인의 신고로만 파악이 되고 있어, 실제 당국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의심환자가 더 많을 수 있다"며 "사스 발병 원인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도 면역력이 강한 경우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2차 감염이 됐을 때는 발병 가능성이 높고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준전시체제에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사스 대응 태도는 한량하다 못해 한심스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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