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인내성 오판 말라"…朴대통령 지하벙커 발언 비난

을지훈련 직접 비난은 자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을지훈련 첫날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 벙커' 회의에서 확고한 안보태세를 주문한데 대해 "공공연한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20일 대변인 담화에서 "을지 프리덤 가디언 전쟁 훈련이 개시된 것과 때를 같이해 남조선 당국자는 청와대 지하의 전쟁지휘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라는 것을 벌려놓고 반공화국 대결과 북침 전쟁태세를 고취하는 놀음을 벌였다"며 "남조선 당국자는 이 전쟁 모의에서 '남북 관계와 주변 정세의 변화에 관계없이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느니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느니 하는 호전적 망발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았다"고 했다.

조평통은 "이것은 모처럼 마련된 북남 사이의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평화를 지향하는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로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온 겨레의 염원을 무시하고 대화 상대방을 모독하는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했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자들은 우리의 성의와 인내성을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며 "계속 우리와의 대결을 추구한다면 북남 관계는 또 다시 악화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며 수습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을지 국무회의'에서 "천하가 비록 태평하다고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며 "국가 비상사태 대비는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에 가장 필수적인 것이고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데 이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나온 조평통 담화는 박 대통령의 을지훈련 발언을 빌미로 내놓은 북한 공식 기구의 첫 반응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실명 대신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조절했고 을지훈련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도 자제했다. 과거 북한이 을지훈련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운운하며 위기 지수를 높여왔던 것에 비춰보면 최근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