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22일 공식적으로 업무복귀를 한 데 이어 23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 정부의 개혁성을 볼 때 김대중 정부에 비해 나아진 것이 별로 없으며, 현재로서는 노사정위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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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애매모호한 정부”**
단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자본가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후보 때보다 인수위에서 후퇴했고, 취임 뒤 더 후퇴하고 있다”며 “일부 긍정적인 면을 보였지만, 현 정권은 애매모호한 입장이거나 자본 쪽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위원장은 또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주5일제 노동) 고용허가제 등의 문제에서 자기 입장을 갖지 못한 채, 대안 제시를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개혁적인 정부라고 하는데, 정부가 구체적인 개혁추진을 할 때만 민주노총이 정부를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위원장의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노동, 경제정책에서 지난 김대중 정부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의 참여에 대해서도 단위원장은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단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노사정위 참여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며 “김금수 위원장이 노사정위 위원장이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민주노총의 참여문제는 다른 문제이다”고 말했다.
***“현재 노사정위 참여 계획 없어”**
단위원장이 노사정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정부의 노동계 요구 수용의 자세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사정위가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위원장은 “노사정위는 역사적으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권이 세워졌을 때, 정부 자체가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적극 수용할 의지를 갖고 노동자와 계급적 타협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실제로 노무현 정권이 노동자와의 계급적 타협을 전제로 하고 현 정권의 정책을 입안해나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하지만 단위원장은 “민주노총 내에서 현재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노사정위가 신뢰의 모습을 보이고, 중층적 교섭구조, 예를 들면 산별교섭이나 대정부교섭의 틀을 만들어주면 참여할 수 있다고 정리했기 때문에 정부에서 새로운 안을 제시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혀, 이후 노사정위에 대한 논의 진행 추이를 봐서 참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
일부에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등의 문제에 대해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 실천이 없고, 대기업노조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단위원장은 비판 받을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올해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차별철폐 투쟁에 예산을 상당히 높은 비율인 15%를 책정하는 등 2003년 민주노총 투쟁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대기업 노조 중심의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일부에서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는데, 이는 건전한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깝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을 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단위원장은 이밖에 “민주노총의 정책 대안 제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구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면 복권 잘된 일이지만 아쉬운 점 남아”**
22일 정부는 시국 공안사범 1천4백18명에 대해 특별사면 및 복권 조치를 취했다. 단위원장도 이번 조치로 복권됐다. 그런데 시골에 사는 단위원장의 숙모가 TV에서 사면 복권 조치 뉴스를 보고 전화를 걸어 잘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 위원장은 “이게 바로 정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단위원장은 “단병호의 복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사면에서도 아직 미결로 남아있는 많은 노동자와 수배 자들이 제외됐다”며 “정부는 정치적 선전효과보다는 실질적으로 미결수와 수배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위원장은 20개월의 형기를 채우고 만기출소 했다.
***“시대가 좀 바뀐 것 같다”**
단위원장은 수감생활 동안 세상이 좀 바뀐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위원장은 “시청 앞 보수 세력의 집회, 중소기협협회의 고용허가제 반대 플래카드 등을 봤다”며 “그들은 옛날에 그럴 필요가 없던 사람들이었는데, 사회전체 구조가 바뀌어 그들이 그럴 필요가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해 진보세력이 과거에 비해 사회적으로 많이 성장했음을 시사했다.
단위원장은 감옥에 있는 동안 많은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탈리아의 공산당 지도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와 한겨레 논설위원 손석춘씨의 ‘아름다운 집’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했다.
특히, ‘감옥에서 보낸 편지’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두고 있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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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장’에 돌아온 단위원장**
23일 95개 사업장의 금속노조가 산별교섭을 실시하기로 사용자측과 합의했다. 임단협을 산별연맹 차원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중앙의 역량이 계속 축소되고 지도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투쟁의 전선’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비정규직 문제, 주5일 근무제, 고용허가제, 경제특구법, 노사정위 참여 문제 등 수많은 노동계 현안에 직면해 있다.
“가족들 못지않게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지’들에 대한 갈증에 목이 탔다”는 단위원장은 ‘현장’에 돌아와 당장 5월 1일 노동절 등의 큰 행사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단위원장의 복귀와 함께 어떤 변화를 보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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