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보스턴과의 홈경기에 등판한 박찬호 투수가 상대타선에게 집중타를 내주며 비록 패했지만 7회까지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다. 당대 최고의 투수가운데 한 명인 보스턴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투수전을 펼치던 박찬호는 그러나 4회말 텍사스가 1점을 추격한 뒤 곧바로 5회에 2실점해 승부근성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보스턴이 8승2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 맞대결을 펼쳤던 마르티네즈 투수의 지명도 등을 고려했을 때 22일 보스턴과의 승부는 박찬호에게나 텍사스에게나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특히 보스턴과의 경기는 그동안 박찬호에 대해 "에이스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노골적 비판을 떨쳐 버릴 수 있는 호기였다.
22일 경기의 갈림길은 5회초였다. 2대1의 1점차 상황에서 박찬호는 접전을 의식한 듯 공이 다소 높아졌고 상승세의 보스턴 타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점을 얻어냈다. 텍사스 선수들은 1대 4로 벌어지자 집중력을 잃었고 보스턴의 슬러거 매니 라미레즈는 8회초 솔로홈런으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비록 텍사스는 8회말 3점을 따라갔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4대5로 패했다.
고질적인 등부상 때문에 7회까지 볼넷 6개를 내주며 불안한 투구내용을 보여 준 마르티네즈와는 달리, 박찬호의 투구는 시즌 초반에 비해 많이 안정됐다. 하지만 박찬호는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에서 한 수 앞선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보스턴의 승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 마르티네즈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라파엘 팔메이로(텍사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몇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마르티네즈는 고삐를 바짝 잡아당기며 좋은 투구를 했다"고 말하며 마르티네즈의 승부근성을 높이 평가했다.
마르티네즈는 아직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듯 공이 들쭉날쭉했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집중력을 발휘해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르티네즈의 투구는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어야 진정한 에이스 투수"라는 말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미국 언론이 스포츠선수를 평가하는 데 있어 'icewater in his(her) veins'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이다. 'icewater in his(her) veins'는 위기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최선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자주 텍사스가 점수를 낸 뒤에 곧바로 실점하곤 했던 박찬호가 미국 언론으로부터 'icewater in his veins'라는 논평을 듣게 될 때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으면 한다.
박찬호가 22일 경기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전체적으로 투구내용은 많이 좋아졌다. 이스마엘 발데스 등 대부분의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텍사스로서는 박찬호의 정상궤도 진입이 상당히 고무적일 것이다. 박찬호는 27일 큰 변동이 없는 한 뉴욕 양키즈의 제프 위버와 맞대결할 예정이다. 박찬호의 힘찬 부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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