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는 인생의 봄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오늘은 인생의 여름에 대한 차례이다.
인생의 여름은 우리 나이로 20세, 즉 대학교 1학년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만으로 19세부터 36세까지의 18년 동안이다. 이 기간을 지배하는 코드는 불(火)이다. 심장 박동이 강해지고, 간담(肝膽)이 왕성해져서 이른바 혈기로 넘치는 시간들이다.
음양오행상 불이 의미하는 것은 사물이 극성(極盛)을 향해 지칠 줄 모르고 뻗어 감을 상징하기에 이 시기의 삶을 우리는 젊음이라 부른다. 정말이지,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이기에 '가슴을 활짝 펼' 시기인 것이다. 그러기에 혈기의 젊음은 무수한 실수와 좌충우돌을 빚어내기 마련이다. 특히 초기의 젊음은 울분과 좌절로 가득 찰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가진 밑천이라곤 새파란 젊음이 전부이기에 그들은 기본적으로 프로테스탄트이고 프롤레타리아트인 것이다.
그러면 이 젊음의 계절, 인생의 여름에 대해 다시 월별로 나누어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해보기로 하자.
***초하(初夏)의 계절;**
이 기간은 만 19세부터 6년간이며, 계절로 보면 양력 5월 5일경의 입하(立夏)부터 6월 6일 망종(芒種)에 이르는 기간이며, 본격적인 여름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아직 더위가 치성을 부리는 시기는 아니지만, 여름은 분명 여름인 것이다.
이 기간은 학부 시절이며, 남성의 경우 군대를 갔다 오거나 군복무 중에 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학부에서의 전공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성에 관계없이 학부 전공은 36세까지 이르는 여름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전공이란 직업을 결정하는 가장 커다란 요소이며, 직업이란 고대인들의 사냥터와 같은 것이기에 장차 경제적으로 자립할 기반은 이 시기에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를 다니는 학생들과 관련하여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도 어렵다. 몇 년 전부터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이공계 위기설도 만만치 않다. 왜 그런 지를 간략하게나마 알아보기로 하자.
어떤 학문이건 간에 결국은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사회적 수요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인문학과 중에서 기술학에 속하는 법학이나 경영학-이미 경제학도 비인기학과이다-등만 수요가 있고 따라서 취직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이공계열은 의대나 컴퓨터를 다루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급속도로 그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과거의 단순 임가공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첨단 기술을 현장에서 익힌 인재가 필요한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국내 명문대에서 석사나 박사를 취득했을지라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가 않는 것이다. 그 바람에 이공계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젊은이들은 또 다시 포스트 닥터 과정을 위해 미국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최근에는 인문계, 이공계를 떠나 모조리 고시(考試)라는 좁은 분출구로 몰려들고 있으니 실로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또 다른 의미에서 인생의 4월은 잔인한 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하(仲夏)의 계절;**
이 기간은 24세부터 6년간이므로 30세, 우리나이로 31세가 될 때까지이다. 계절로 치면 6월 6일 망종부터 7월 7일경의 소서(小暑) 전까지. 태양의 일조량이 최고도에 달하는 하지(夏至)가 이 달 중에 있듯이, 모든 면에서 양기가 최고도로 오르는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시기의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부담감과 문제점들을 안겨주고 있다.
예전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여성의 경우, 결혼하여 출산을 하게 되는 나이였지만, 요즘에는 달라졌으며, 근본적인 이유는 취업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채용하는 인원은 인문계와 이공계를 합쳐 연간 2만명을 넘지 않지만, 졸업생 수는 수십만에 달한다.
여기에 앞서 말한 문제점들이 개재되면서 상당수가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유학을 떠난다. 학력 인플레가 생겨난 것이고, 자연히 대학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석사 정도의 학위를 가져도 좋은 기업으로의 취업은 전혀 보장이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이 시기는 결혼 적령기인데, 남성들이 직업상의 이유로 결혼을 늦추다 보니, 그 상대가 되는 여성들도 결혼이 늦어지고, 여기에 성 개방 풍조가 곁들이면서 사회 전체적인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란 결국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데, 결혼이 늦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든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부양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나이의 젊은이들은 이미 멋도 내고 싶고 자신의 생활공간을 가지고 싶기에 돈이 간절한 나이인데, 여전히 부모로부터 타서 써야 하는 입장이니 죽을 맛이고, 부모들도 괴롭기 그지 없다.
인생의 계절로 보면 한 여름이라 한창 일하고 성취해야 나이이건만 경제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애매한 과도기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 엄청난 국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원룸이라도 하나 있어야 보이 프렌드, 혹은 걸 프렌드와 편안하게 성욕을 해소할 수 있을 텐데, 할 수 없이 러브호텔을 들락거릴 수밖에 없고, 대학원을 다녀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끊임없이 이 시기의 젊은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 같은 세태는 IMF 이후, 더 일반화되고 있고 고학력 실업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집안의 경제적 여력이 되는 경우, 직장이 없어도 일단 결혼을 먼저 시키는 부모들도 있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될 것인가. 사실 이 나이의 젊은이들은 직장에서 그리고 아니면 진작 자신의 작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왕성하게 젊음을 발산시켜야 할 나이인데, 적은 용돈을 민망한 얼굴로 받아쓰면서 대학원의 어둔 교실 사이를 서성대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은 젊음의 또 다른 무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은 일찌감치 남자를 고를 때, 집안 배경이나 금전적인 면을 최우선하게 되고, 이에 가슴이 피멍이 들고 울화가 쌓인 우리 젊은 남성들은 자칫 사회와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피 끓는 젊은 말들이 초원을 달리지 못하고 좁은 골짝을 서성대고 있는 광경이 떠오르지 않는가! 일견 우리도 이제 경제대국이니 하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 힘과 정열을 발산시킬 배출 구조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은 내부적으로 극도의 불안 상태를 확대 재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만혼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상당수의 여성들이 혼기를 놓치는 것도 문제다. 사실 결혼운이란 10년의 기간 중에 2년간인데, 좋은 인연이 생겨도 그저 친구 사이로 선을 긋다보니 더더욱 늦어지는 것이다.
***계하(季夏)의 계절;**
이 기간은 31세부터 6년간이므로 36세, 우리나이로 37세가 될 때까지이다. 계절로 치면 가장 더운 여름으로서, 7월 7일경의 소서(小暑)부터 8월 7일경의 입추(立秋) 전까지다. 하지를 지나 일조량은 이미 적어지고 있지만, 열기와 습기가 가장 치성을 부리는 기간이다. 이처럼 이 시기의 젊음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혈기를 자랑하지만, 동시에 그에 따른 문제와 도전도 많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거나 자기 나름의 작은 사업을 하고 있을 나이이다. 이 시기의 문제는 현재의 직업에 대한 불만이 주류를 이룬다. 가령, 제법 그럴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해도, 그 직장과 직업의 장래 비전에 대해 불안감과 열등감이 극심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친구 중에 누구는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세계적인 투자은행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석 투자역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또 누구는 고시에 붙고 현재는 로펌의 변호사로서 억대 연봉을 자랑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또 누구는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서 근무하다가 수십억을 벌어서 투자자문사를 차린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또 누구는 유학 가서 박사를 마친 뒤 세계 유수의 전자기업에서 연봉 수십만 달러를 받는다는 소문도 듣게 된다.
게다가 이 시기는 인생의 가을을 생각하는 나이여서,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의 공포도 엄습해온다. 그다지 남에 비해 뒤진 것도 없다 싶었지만, 직장을 다니는 스스로의 모습이 초라하고 한심해지는 것이다. 언론이나 잡지를 보면 30대 중반에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가 풍성하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젊은이들을 기죽이는 얘기이고, 지극히 유해한 자극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그런 행운을 누리는 사람의 비율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된다고 그러는지, 원, 참!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런 복을 누리는 사람은 전체의 0.01퍼센트도 되질 않을 것인데 말이다.
그러다 보면 이 시기의 사람들은 뭔가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좀 더 확고한 미래를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나와서 사업을 하려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필자를 찾아와 상담하시는 분들 중에 상당수가 사업을 해 볼까 하는데 어떻겠느냐 하는 내용이다. 패기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일간과 같은 기운이 들어오는 해가 되면 독립을 꿈꾸게 된다. 가령 당신의 일간(日干)-태어난 날의 음양오행-이 계수(癸水)라면 올해가 계미(癸未)년이니 사업해보고픈 마음이 최소한 한번쯤은 들게 되어있다.
이 문제를 놓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작 그 사람이 사업해서 성공할 타입이냐 하는 것이다. 운이 왔을 때, 그런 마음이 드는 거야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사업이란 직장 생활보다 훨씬 어려운 법이고, 위험도 더 많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하니, 나도 용기를 내어야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신이 엄밀하게 따져서 사업가형인지를 판단하는 냉철함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인생은 실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서 인생의 여름에 대해 계절 별로 조망해 보았다. 이를 전체적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여름은 봄에 뿌린 싹이 자라는 기간이며, 여름 기간을 얼마나 충실히 보냈느냐에 따라 가을의 모습이 정해진다. 하지만 이 시기의 사람들은 조급하게 인생 대역전을 기도하거나 꿈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등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밟고 그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2등 인생도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은 대단한 용기이며 지혜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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