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들은 대북송금 특검법안 개정 문제와 관련, 법안 명칭을 제외한 다른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따라 대북송금 특검 수사 기간은 1백20일로 하되 북한 관계자 등은 익명으로 처리하기로 했으며 비밀 누설시 처벌 조항을 삽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검법안 명칭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삭제해달라는 노 대통령의 요구를 한나라당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특검 명칭은 합의 못해, 민주당 구주류 반발**
노 대통령은 17일 충북 청원군 청남대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 민주당 정대철 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 등 여야 3당 대표와 만찬회동을 갖고 대북 송금사건 특검법안 개정 문제를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특검과 관련, “수사시기와 법안 명칭에 대해 여야간 이견이 있다”고 말하자 “수사기간은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2차 연장기간까지 합쳐 총 1백20일로 하자는 한나라당 입장을 수용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뭔가 예단하는 명칭은 안 된다"며 특검법 명칭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박 대행에게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결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필 총재도 법안 명칭에 대해 "포괄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에 박 대행은 “명칭은 재론하지 않겠다. 당초 약속도 되지 않았다”며 노 대통령 제안을 거절했다.
특검법 개정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이날 회동에서 합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개정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정대철 대표는 “특검제 명칭 부분은 내일(18일)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18일 노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간 회동에서 합의된 특검법 개정 내용에 대해 "야당 총무가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이 받아들여진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혀 이날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신.구주류간 대립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盧 “북핵3자 회담 유감 겸허히 수용”**
이날 회동에서는 특검법 개정 문제 외에 북핵문제, 언론정책 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고 청와대 송경희 대변인이 전했다.
박희태 대행이 “북핵 3자회담에 한국이 배제돼 깊은 유감이다”이라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박 대행의 깊은 유감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양자 회담과 다자 회담 사이에서 절충해 회담을 시작한 것이다. 핵문제 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은 아주 시급한 문제인 만큼 경제의무 부담이 있지만 국익을 지켜내도록 가능한한 당사자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또 "우리는 북한을 생각하는데, 북한은 우리 생각을 안 하지 않느냐"며 "유엔 인권문제 표결에 우리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3자회담에 왜 우리나라를 배제하느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일리 있다"면서 "그러나 핵문제 해결이 시급하므로 일단 이렇게 풀어나가고 앞으로 한국의 국익을 지켜내겠다"고 답했다.
***盧 “취재 자유 보장하겠다”**
박 대행은 언론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박 대행은 "언론을 장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역대 정권의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면서 "전두환 전대통령의 ‘언론통폐합’과 김대중 전대통령의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용수철은 당기면 늘어진다"고 문제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정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를 청산하려는 노력으로, 정권과 언론이 정도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취재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이 정권 탄생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것은 성공하지 못했고, 언론이나 정권이나 각기 자기 갈 길을 가야하는데 언론이 정권을 길들이기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각기 불신이 있지만 갈 길을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종필 총재는 “리스트릭트(restrict), 어느 나라에 가든 취재를 못하는 영역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런 것을 하자는 게 대통령의 뜻이고 정상화하자는 것인데 잘 받아들여야 한다”며 노 대통령을 감쌌다.
***"실탄 많이 가지고 오셨다" "이심전심으로 합시다"**
18일 청남대 개방을 앞두고 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 대해 송경희 대변인은 “매우 격의없이 허심탄회하게 진행됐지만 주제에 따라 매우 진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남대 별장내 본관 뒤뜰에서 진행된 만찬에는 노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외에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김원기 민주당 고문 등이 참석했다. 또 청와대 수석과 여야 대변인 등도 별도로 마련된 식탁에 배석했다.
이날 만찬에서 노 대통령과 박 대행은 서로 ‘뼈 있는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해양수산부 장관할 때 박 대행이 농림해양수산 위원이었는데 그때 한 말씀이 정말 속 뒤집기 좋은 얘기만 하더라"면서 "그런데 준비해서 답변을 하려고 하면 안 계셔서 답변 못하고 판판히 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행은 "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이런 영광이 있는 겁니다"라고 받아쳤고 다시 노 대통령은 "그래서 제가 (후임) 장관들에게 박 대행이 질문하거든 즉시 답변하라고 다 일러줬다"고 말해 폭소가 터져 나왔다.
노 대통령은 또 박 대행에게 술을 건네면서 “박 대행께선 오늘 실탄을 많이 준비하셨다면서요. 그렇지만 겨누기만 하고 쏘진 마세요”라고 했고, 이에 박 대행은 “그렇게까지야...이심전심으로 다 통하면 되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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