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덕양갑의 최대화두는 '노무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덕양갑의 최대화두는 '노무현'

<4.24 재보선 현장> 최대격전지 고양 덕양갑

4.24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손꼽히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갑 선거의 최대 화두는 단연 '노무현'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처음 치러지는 선거인 이번 재보선은 정치적으로 노 정권 초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덕양갑은 지난 대선때 노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한 유시민 개혁당 후보가 출마한 지역이란 점에서 그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처럼 "안정 속의 큰 변화"를 외치는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와 "유쾌한 정치반란"을 꿈꾸는 개혁당 유시민 후보의 대결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돼 있지만,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둔 17일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재보선인 데다가 평일에 선거가 치러지며 주민 다수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이라는 지역특성상 투표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이번엔 투표 안 한다"며 선거 얘기를 꺼내는 기자를 외면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국헌, "노무현 정권은 불안하다"**

아직까지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지만 표밭을 일구는 후보들의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했다. 현재 이 후보와 유 후보가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강명용, 사회민주당 김기준, 하나로국민연합 문기수, 무소속 이영희 후보가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17일 오전 8시반, 덕양갑 지역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화정 지하철역 앞에서는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 개혁당 유시민 후보, 민주노동당 강명용 후보 등이 출근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거리 유세를 벌였다.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부지런히 악수를 청하던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는 선거 막바지 전략을 묻는 기자에게 "특별한 전략은 없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 외에 특별한 꾀나 술수는 없다. 민주당처럼 꼼수 쓰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국헌 후보는 낮 12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도 들러 참석자 전원에게 일일이 명함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이 후보측 권신일 공보팀장도 "후보가 직접 발로 뛰면서 유권자들을 만나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아마 후보들마다 만보계를 달아 누가 가장 많이 걸었나 재보면 이 후보가 1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만 다섯번째 출마이며, 지난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가 이번 선거의 막판 쟁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오류', '유시민 후보의 자질 부족'이다.

권 팀장은 "이번에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회담에서도 남한만 빠졌다"면서 "북한의 논리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실업률이 3.7%로 1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이런 판국에 유시민 후보측은 이 지역 사람도 아닌 젊은 애들을 데려다 춤추고 노래하며 유세하는데 이는 지역주민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 개인 자질을 봐도 이 후보가 훨씬 뛰어나다"면서 "이 후보는 지난 15대때 유권자연맹에서 건교위 소속 최우수의원으로 뽑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아직은 盧정권을 견제할 때 아니다"**

이에 반해 민주당-개혁당 단일후보인 유시민 후보측은 "지금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때인가, 아니면 견제비판할 때인가"라는 점을 선거 막판쟁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17일 오전에 방문한 유 후보 선거사무실은 다른 후보 사무실에 비해 다소 붐볐다. 개혁당원뿐 아니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나서 기존 민주당 조직도 선거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했다.

양순필 공보팀장은 "상근 자원봉사자 1백여명, 퇴근 후 선거사무실을 찾는 자원봉사자 1백여명 등 2백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명계남, 문성근씨에 이어 이날 탤런트 정종준씨가 지원유세를 벌이는 등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연예인들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양 팀장은 "현재 여론조사 결과 유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선거운동 과정에선 분명히 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리유세 도중 시장 골목에서 부딪쳐도 우리 후보를 대하는 분위기가 훨씬 좋다"면서 "그러나 선거 결과에서도 압승은 장담하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국헌 후보는 정해진 벽돌로 집을 짓는 것인 반면 우리는 에어돔을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에어돔이 얼마나 크고 튼튼할지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바람을 불어넣는가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양 팀장은 또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정부, 양천보단 관심이 높아 두 지역보다 투표율이 10-15%가량 높을 것으로 본다"면서 "투표율이 40%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 당일 '모닝콜 운동', 투표하고 출근하자는 '기분좋은 지각운동' 등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사민당 "개혁당은 사이비 진보정당"**

지난 대선의 축소판처럼 보수 대 진보, 안정 대 개혁으로 선거 구도가 짜여진 가운데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강명용 후보와 사회민주당 김기준 후보는 "개혁당은 사이비 진보정당"이라며 유시민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민노당 강명용 후보는 "유시민 후보는 기존 보수정당과 손을 맞잡았는데, 지난 대선때와 같은 기세나 흐름을 지금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또 "호남 출신의 민주당 지지자들을 만나보면 '민주당이 후보도 못 내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몰아준다'면서 민주당과 개혁당 선거공조에 허탈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에 이라크전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이번 기간내내 지속적으로 "전쟁 반대. 파병 반대"를 쟁점화했다. 개인적으로는 파병에 반대하나 대통령 입장이라면 파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유시민 후보와 구별되는 대목이다.

사회민주당 김기준 후보측의 이정식 대변인은 "개혁당은 지금 선거국면에서 기존 보수정치에 기초하고 있으면서 구시대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우리당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정당"이라면서 "우리는 좀더 대중적이고 이념을 명확히 하는 문호가 개방된 진보정치로 민노당이나 사회당으로 담을 수 없는 진보진영을 포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 "솔직히 투표할 맘 없다"**

이처럼 각 후보진영의 열기는 뜨거운 데 반해, 정작 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유권자들을 만나기란 너무 힘들었다. '이번에 투표할 거냐'고 묻는 기자에게 "별 관심 없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기자의 질문에 응한 시민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화정 지하철역에서 출근길에 만난 김은영씨(여.25)는 "투표를 하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는데 솔직히 그럴 마음이 없다"면서 "후보가 6명이나 나왔다던데 이름조차 제대로 모른다"고 말했다.

화정역 근처 공원에 붙은 선거 포스터를 보고 있던 박모씨(61)는 "이번 선거엔 특별히 관심없다"면서 "해봐야 1년인데 다 자기 명예 때문에 나왔지 어디 주민들 생각해서 나왔냐"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덕양구청 근처에서 만난 유모씨(40)는 "지난 대선 땐 이회창 후보를 찍었지만 일단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된 다음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기를 기대했는데 벌써부터 장관 해임안을 제출하겠다는 등 맨날 싸움만 한다"면서 "그런 꼴 보면서 솔직히 투표할 마음이 나겠냐"고 반문했다.

화정 9단지 상가 앞에서 과일을 파는 권모씨(여.46)는 "투표할 마음은 있는데 먹고살기 바빠 신경쓸 겨를이 없다. 전과 달리 선거 벽보도 보기 힘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서 "서민경제를 안정시킬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다른 재보선지역과 마찬가지로 덕양갑 역시 결국은 '조직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 냉담한 반응들이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