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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든지 비리나 저지르지 않았으면…”

<4.24 재보선 현장> 냉담 그 자체, 서울 양천을

4.24 재보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서울 양천을 지역에 출마한 각 후보 진영의 선거 캠프는 방문객들과 선거운동원이 뒤섞여 부산했다. 민주당 양재호 후보와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의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마다 막판 승기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선거캠프 분위기와는 달리 이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냉담했다. 뚜렷한 이슈가 없는 데다가, 주민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치공약에 대해서도 후보들간에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저마다 내세우는 지역발전 공약에 대해서도 임기 1년짜리 '짜투리' 의원에게 그다지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호남 표심이 최대 변수**

민주당 양재호, 한나라당 오경훈, 민주노동당 민동원 후보가 출마한 양천을 재보선은 양 후보와 오 후보간 박빙의 접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별한 쟁점이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양 후보와 오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론'과 '견제론'을 각각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양재호 후보측은 "접전 속에 박빙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선거 중반 판세를 진단했다. 선거캠프의 김영문 총무부장은 "단순 지지율에선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적극 투표층에선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중앙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정당연설회를 계기로 승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특히 양 후보의 공천에 반발했던 김낙순 전 시의원이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조직력도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역구의 35%에 달하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상기류는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는 "지난 3년동안 지구당 활동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나름대로 열심히 했으니 주민들도 좋게 봐주지 않겠느냐"고 승리를 낙관했다. 오 후보는 "한나라당이 좀 안정지향적인 이미지인 반면에 나는 젊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매치가 안된다고 생각할까봐 처음에는 약간 우려했는데, 유권자들은 오히려 정반대의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 캠프의 송태영 부대변인은 "이 지역에 호남출신들이 많이 사는데 '호남 소외론' 때문에 상당수가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양천지역이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돼 있는 것도 민주당에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약진할 수 있을 것인지도 양천지역 선거의 관심사다.

민노당 민동원 후보는 지역 케이블 방송의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계기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 후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타운 건설, 재건축 등을 지역발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이것은 돈 없는 서민들을 양천에서 쫓아내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 후보는 "합동토론회를 계기로 판세는 3강구도로 정착됐고 민노당 후보에 대한 호응이 좋아 15% 가량의 지지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민층이 대부분인 지역이라서 '부자들은 나를 찍지 말라'는 구호가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 없다"**

그러나 각 선거캠프의 열기와는 달리 재보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간혹 지나다니는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만 요란할 뿐, 만나본 주민들의 절반 이상은 후보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그나마 선거에 관심을 보인 유권자들도 아직까지 누구를 찍을지 판단을 못 내린 경우가 대다수였다.

신월동 재래시장에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진호씨(43)는 "주위에 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며 "누가 나왔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만 잘되게 해준다면 당장이라도 그 사람 찍겠지만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정치권에 대한 냉소를 드러냈다.

가전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종원씨(54)는 "이번에 뽑아봐야 (임기가) 1년밖에 안되는데 (각 후보들이) 다 해줄 것처럼 말한다"며 "여태까지 달라진 게 없는데 그런 공약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김명자씨(38, 주부)는 "후보들이 말하는 것이 다 똑같은 것 같아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잘 하는 건 둘째 치고 누가 되든지 중간에 무슨 비리 저질러서 그만두게 됐다는 소리나 안들었으면 좋겠다"고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하차한 김영배 전 의원을 꼬집었다.

그나마 선거에 관심을 보인 유권자들도 후보보다는 기존에 지지하던 정당에 따라 투표를 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양천 지역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조영호씨(59, 부동산중개업)는 "민주당이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대통령에게 힘을 좀 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민주당 양재호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이슈가 된 '호남 소외론'에 대해선 "신문에서 그런 얘기를 보기는 했지만 여기(양천 을)하고는 상관없는 말 아니냐"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순철씨(53, 음식점)는 "민주당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이 나왔지만 경제는 더 어려워지지 않았느냐"며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민주당 양재호 후보를 한나라당 후보로 오인하고 있을 정도로 후보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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