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오는 20일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대구기관차 소속 조달수(기관사, 45)씨가 퇴근직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조달수 기관사, 대구 포항간 1인운행, 석달간 닷새 휴무**
고 조달수씨는 대구-포항간 도시통근형동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로, 이 구간은 '1인 승무'를 시행하는 구간이다. 조씨는 기관사 인력부족으로 최근 3달간 단 닷새밖에 쉬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과로에 따른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근경색은 뇌졸중, 간질환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과로로 인한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질병이다.
철도노조는 16일 이에 “철도청이 인력충원을 등한시하고 1인 승무를 강행해 일어난, 과도한 노동강도로 인한 예정된 살인”이라며 즉각적인 인력충원을 촉구했다.
철도노조의 집계에 의하면, 철도관련 산재 사망사건은 지난 2월 7명의 외주용역노동자가 신태인역 선로보수공사를 하다 반대편에서 진행하던 열차에 치어 사망한 사건 등을 비롯해 올해에만 고 조달수씨 포함해 12명이 사망했고, 2002년 22명, 2001년에는 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노조는 “현재 철도의 인력 상황은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청은 계속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화, 외주용역화를 통해 노동강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력충원을 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할 것임을 재천명했다.
***정부 "철도파업은 불법, 형사구속 및 민사상 손배·가압류할 것임"**
정부는 철도노조의 20일 파업방침에 대해,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강경대응할 것을 밝혔고 이에 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단병호, 민주노총)이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춘투를 앞두고 정부와 노동계 간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민주노총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철도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단정 짓고 주동자 사법처리, 대체인력 투입, 손배·가압류 청구 등 노무현 정부의 새로운 노동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강경대응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가 철도 파업에 강경 대응할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정부가 “민간기업인 두산중공업 사태 해결과정에서 정부당국이 보여준 대화를 통한 사회갈등 해결의지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기관인 철도 노사관계를 푸는 데서는 납득할 수 없는 강경태도를 고집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며 “책임 있는 교섭진용을 꾸려 대화와 교섭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철도노조, 인력확충 손배·가압류 철회 요구**
현재 철도노조의 요구사항은 ▲부족인력충원 ▲외주용역화 철회 ▲해고노동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철도민영화법 폐기 등이다.
현재 노사간 최대쟁점은 앞서 언급했듯 인력충원 건이다. 철도노조 주장에 의하면, 철도청은 지난 2000년 기관차 1인승무제를 실시하기 위해 1천4백81명의 정원을 감축하고 1인승무를 위한 장치비로 3백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안전문제로 1인승무제를 실시 못하자 그 부족인원을 역, 시설, 전기 부문에서 편법적으로 무리하게 차출한 결과 과로사,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청은 현재 부족한 부문의 인력을 외주 용역화하고 있는데, 이 또한 업무 파악과 연동성이 떨어져 지난 2월 신태인역 참사같은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이에 철도노조는 인력충원과 관련, 감축정원 1천4백81명을 환원하고, 안전을 위한 열차감시원 2백24명 충원, 수원-병점간 전철 연장개통에 따른 1백52명 증원, 고속철도 파견으로 인한 부족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청은 오히려 “2000년 1인승무 방침을 정한 뒤 9백여명을 줄였으나 아직 정원에 비해 5백여명이 많다”며 “외주용역을 통해 9백81명을 추가 감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철도청이 인력충원을 하지 않는 것은 현재 철도의 누적적자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데다가, 구조개혁법안 통과를 앞두고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기 전에 조직을 최대한 작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철도청, 풀었던 가압류 번복**
이밖에 철도청이 약속한 복직 대상자 45명에 대한 복직과 손배·가압류 철회, 철도 민영화법 폐기 등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같은 노조 요구에 대해 건교부와 철도청은 "복직은‘공무원 인사규정’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철도 민영화법 폐기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철도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고 배달호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조합원에 대한 손배·가압류 문제도 다른 공기업인 발전회사 등은 이미 조합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푼 상태다. 그러나 철도는 오히려 지난해 3월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철회했다가, 지난해 11월 철도노조가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바꿈과 동시에 다시 손배·가압류를 청구해, 노조로부터 "민감한 현안에 대한 협상을 앞두고 철도청이 협박성 가압류를 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낳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노동현안이 이슈화되지 못하던 상황에서 불거진 철도노조의 파업선언과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은 춘투를 앞두고 벌이는 노-간 전초전 성격이 강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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