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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더 완화하란 말인가”

시민단체, 재계-언론의 재벌개혁 백지화 시도에 제동

외국계 펀드인 소보린의 자회사 크레스트 증권의 SK㈜ 지분매집으로 인한 SK그룹의 경영권 위기를 계기로 재계가 출자총액제 완화를 요구하는 등 재벌개혁 정책이 후퇴할 기미를 보이자 경실련, 참여연대 경제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SK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을 필두로 한 재계와 일부 언론이 '역차별'을 명분으로 기존의 출자총액제, 새로 도입예정인 증권 집단소송제, 금융분리명령 등 일련의 재벌개혁 정책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경실련, "SK사태의 근원은 재벌의 불법관행"**

경실련은 16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들의 시정되지 않는 불법적 관행과 재벌 총수의 경영 실패에 있다”면서 “재벌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출자총액제 완화를 주장하는 등 재벌개혁 정책의 발목을 잡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재벌이 기업지배 구조를 보다 투명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등 자기 노력은 계속하지 않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역이용해 총수의 지배권 옹호에만 급급한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파행적 지배구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은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무얼 더 완화하란 말인가”**

참여연대도 이에 앞서 14일 논평을 내고 “SK㈜ 사태를 빌미로 재계가 출자총액제한 및 계열금융기관 의결권 제한의 강화 노력에 제동을 거는 것에 경악한다”면서 “소보린의 실체와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그린 메일 또는 적대적 인수로 단정하고, 나아가 재벌총수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규제 완화 내지 개혁 후퇴로 연결하는 것은 사실 왜곡과 논리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경영권의 안정을 기하고자 한다면 유일한 방법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주주와 채권단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라면서 “재계는 그러나 개혁의 후퇴를 통해, 즉 소액주주와 저축자의 희생을 기초로 재벌 총수의 경영권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관련, 참여연대는 “SK그룹의 경우 2002년 4월 현재 순자산액 17조원 중 출자총액은 6조5천억원으로 출자비율이 38.1%로 출자총액 규제대상인 12개 민간재벌의 평균 출자비율 30.6%를 훨씬 넘는다”며 “이는 시너지 효과 또는 전략적 제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과도한 부담이 돼 오늘날 SK그룹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재계가 경영권 보호를 위해 계열금융기관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전면 허용해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그동안 확인된 부당내부거래의 86.7%가 금융기관을 통한 것이었으며, 계열금융기관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 사례가 전체 부당내부거래의 51.3%에 달하고 있다”면서 “계열금융기관이 저축자의 자금을 이용해 재벌 총수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2001년말 공정거래법 개정, 2002년 초 증권투자신탁업법 및 증권투자회사법 개정을 통해 계열금융기관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는 사실상 전면 허용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무엇을 더 완화해 달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경실련, 참여연대는 정부에 재계의 이같은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들 단체는 “재벌은 SK 사태를 통해 재벌 개혁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아야 하며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도 재벌개혁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며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일관된 제도 운영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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