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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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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94>

인생의 봄에 대해

우리네 인생은 긴 여정인 것도 같고, 다 살다가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찰나 내지는 수유(須臾)와도 같다고 한다. 수유란 숨을 열 번 들이쉬고 내쉬는 시간의 길이를 말하는 것이니 참으로 짧은 시간인데, 다 살고 보면 그토록 찰나간의 일로 여겨지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수유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을 이루는 찰나 찰나들이 소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살펴보면 우리의 인생에도 봄이 있고 여름과 가을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겨울이 있다. 그래서 이번부터 그 사계(四季)를 네 번에 걸쳐 명리학이 말해주는 지혜를 얘기하고자 한다.

그중 오늘은 인생의 봄에 관한 얘기다.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먼저 인생의 네 계절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아보자.

사람의 삶은 그 전체 사이클을 72년으로 보면 적당하다. 예전에는 60년이었으나, 오늘날 섭생이 좋아지면서 72년이 더 타당한 것이다. 72년을 네 계절로 나누면 한 계절은 18년이 된다. 이 얘기는 태어나서 72년을 살고 나면, 즉 우리 나이로 73세나 74세부터는 여분의 삶이라는 것이며, 그 사람이 인생과 건강을 얼마나 소중히 가꾸어 왔느냐에 따라 여분의 삶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의 주제인 봄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다.

사람의 봄은 출생부터 만 18세까지이니,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된다. 일년으로 비유하면, 양력 2월 4일경의 입춘부터 5월 6일경에 있는 입하까지의 3개월에 해당된다. 입춘(立春)이란 봄이 선다(立)는 뜻이므로 인생의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초춘(初春)의 계절**

생후부터 만6세까지의 기간이 초춘이다. 우리 나이로는 7-8세 가량으로서 전형적인 유아기이다. 초춘에 해당하는 기간이므로, 양력 2월 4일경부터 3월 5일까지의 기간으로서, 이 때는 아직 추위가 남아있어 움터오는 새싹들을 괴롭히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만6세까지의 어린이들은 잔병치레도 많이 하며 특히 감기로 인한 폐렴과 대장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폐렴과 대장질환은 체내의 금기(金氣)이상이므로 어린 묘목에게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년기의 말인 5-6세(우리나이로 6-7세)가 되면 대개 유아원이나 유치원을 다니는데 처음으로 사회란 어떤 곳인가를 익히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동시에 미운 일곱 살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조기 교육 또는 영재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사실 이 시기의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영재 교육이 아니라, 사회란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는 시기이므로 사회성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동시에 미운 일곱 살이라 부르는 것, 즉 미운 짓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아이 고유의 성격과 취향, 개성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그간 보호만 받던 아이가 자신의 힘을 한껏 주장해보는 파워 테스트 기간이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얘기지만, 이 세상은 네 혼자만의 고집과 취향대로 세상을 살 수 없다는 사실 또는 현실을 별 무리 없이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세상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이 세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부모로부터의 극진한 가호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직은 2월의 새싹이고 묘목이기에 말이다.

***중춘(仲春)의 계절**

초춘이 지난 후, 양력 3월 6일경의 경칩부터 4월 5일 청명까지의 기간이라 보면 된다. 7세부터 12세까지의 기간으로서 초등학교 시절이다. 중춘에 해당되는 이 시기는 신체가 부쩍 성장하면서 조숙한 아이들은 이미 성인의 체격에 버금가는 발육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대개 수줍음과 수치를 익히게 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사회성이 발달과 동시에 자아(自我)개념이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수치와 부끄럼을 타는 것이지, 혼자만의 세상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자신의 용모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므로 부모들은 자녀가 결코 못나게 생기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초등학교 시절을 통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기초 지식은 사실상 모두 배우게 된다. 읽고 쓰기와 산수, 우주와 자연에 대한 지식, 정치와 경제, 역사 등에 대해 기본적인 관념은 이 시기에 이미 터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의 말인 초등학교 5-6 학년 경에는 이미 성적(性的) 발달이 이루어지면서 사춘기가 찾아오는 아이들도 많은데, 3월말이면 일찍 피는 꽃나무들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계춘(季春)의 계절**

그 다음 기간은 만18세까지의 시기인 계춘(季春)이니 무르익은 봄에 해당된다. 양력 4월 5일 청명부터 5월 6일 입하까지의 시기와 같은데, 이 때 온 천지에 벚꽃을 비롯하여 갖은 꽃이 피어나듯이 이 시기는 이성에 대한 욕망이 가장 강렬한 시기이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6년간은 이 시기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시련의 기간이기도 하다.

남성은 이 나이가 되면 정액이 분비되고, 여성의 경우도 멘스가 시작된다. 이미 생식 능력을 가졌고, 처음 느끼는 성욕이라 그 기세가 말할 수 없이 강렬하다. 문자 그대로 사춘기인 것이다. 사춘기란 이제 슬슬 섹스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아니라, 자연과 본능의 행위에 대한 욕망을 주체하기가 어려운 시기인 것이다.

이처럼 당연히 짝짓기를 해야 될 나이에 유독 인간만이 학업에 몰두해야 하니 그 고초가 얼마나 크겠는가? 원래 학업과 성적(性的) 욕망은 물과 불처럼 상극(相剋)인 법인데, 사회는 이 나이의 사람들에게 학업만 강조하니 여간 어려운 노릇이 아니며, 자연의 이치를 어기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어기는 것은 물론 이유가 있다, 인류 문명이 고도화되고 산업화되면서 생겨난 어쩔 수 없는 대가인 것이다.

그리고 사춘기는 본격화되는 시기가 사람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다. 필자가 상담에 응하는 것 중에서 적지 않은 경우가 고등학교에 다니거나 수능시험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이다. 내용은 당연히 좋은 학교, 또는 원하는 학과를 들어갈 수 있겠는지를 물어보고 답하는 일이다.

수능 수험생의 학업이나 진학과 관련하여 필자는 물론 당사자의 학업 능력이나 관심도를 보게 되지만, 그 못지않게 유심히 살피는 점이 사춘기에 관한 것이다. 해당 학생이 사춘기를 언제 맞이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만일 사춘기가 중학교 1-2학년 때, 즉 비교적 일찍 찾아왔다면 그 학생은 이미 사춘기에 내성이 생겼으므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자신을 통제해가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성적(性的) 발육이 늦은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정도에 본격적인 사춘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럴 경우 그 학생은 학업에 있어 엄청난 시련기를 맞이하게 되고 학업이 우수하던 학생일지라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성 문제로 번민하거나 관심이 그 쪽으로 가는 바람에 학업이 지지부진해진다.

이 경우 사주 자체가 기본적으로 자기통제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라면 사정은 좀 낫겠지만, 사주에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기운인 식상(食傷)이 강한 학생의 경우 지능이 우수하고 이전에 학업이 좋았다 하더라도 결코 좋은 학교로 진학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사춘기, 다시 말해 짝을 짓는 기간에 사람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산업화가 가져다 준 엄청난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서구 사회의 경우, 성의 개방풍조로 인해 그 억압의 정도가 어느 정도 완화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사회 보장이 약한 사회의 경우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생을 좌우하는 일-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이기에 부모들은 자녀가 이성 문제로 번민하는 것을 가장 금기시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의 원조 교제는 10대들의 강한 성적 호기심과 물질풍조가 빚어낸 부작용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4월이면 천가지, 만가지 꽃들이 피어나면서 짝짓기에 몰두하며, 동물들도 기후가 온화해지면서 교미에 들어가는데 유독 인간만은 콘크리트 교실 속에서 뇌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추상적인 개념과 씨름을 해야 하니 그 얼마나 힘든 노릇인가를!

하지만 이 사회의 현실은 또한 현실이므로 특히 우리나라의 10 대들은 성욕이라는 엄청나게 강렬한 본능과 싸워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리이고 억지지만, 성의 유혹을 그나마 일부 완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격렬한 신체 운동이다. 축구나 태권도, 유도, 수영 등등 에너지소모가 큰 운동을 하면 성적(性的) 욕구는 그만큼 약해진다. 또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컴퓨터 게임이다. 으레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산다고 걱정하는데 따져보면 그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컴퓨터 게임 중에서 특히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심한 게임은 10대들의 성적(性的) 방면에 대한 유혹을 완화시켜준다. 모범생 중에 컴퓨터 게임매니아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사업가 기질이 강한 학생은 운동을 좋아하고, 공부가 적성인 학생들은 비교적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거의 정확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여학생들은 컴퓨터 채팅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남자보다 대화에 능하고 즐기는 경향이 있기에 채팅에 몰두하거나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은 알고 보면 성적 유혹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업을 이어가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인 것이다.

사실 10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뿌리에서는 수기(水氣)의 공급이고, 땅 위에서는 봄날 나무가 태양을 향해 뻗어감이니, 그것은 양기인 화의 기운인데, 우리 사회는 수기(水氣)에 해당하는 교육만을 중시하고 엇나가지 않도록 하는 금기(金氣)인 절제만을 강조하다 보니 젊은 우리의 나무들은 힘겨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3년간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혼란과 혼돈의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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