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003 프로농구 포스트시즌에서는 '홈 스위트 홈'이란 말이 무색하다. 원정팀이 포스트시즌 15경기중 11게임을 이기고 있는 기현상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LG와의 준결승에서 홈경기는 모두 패하고 원정경기에서 3승을 낚았던 TG는 동양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원정 2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7일 홈구장인 원주에서 펼쳐진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TG의 전창진 감독은 초반부터 경기가 불리하게 전개되자 ‘체력비축’을 염두해 둔 듯 베스트 멤버를 벤치로 불러들여 경기를 포기했다.
9일 펼쳐지는 동양과 TG의 챔피언결정 4차전은 TG 전창진 감독의 체력비축 전략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 모션 오펜스**
동양-TG가 펼치게 될 4차전의 첫번째 변수는 김승현이 주도하고 있는 동양의 모션 오펜스를 TG가 어떻게 막아내느냐이다. 3차전에서 경기를 포기한 채 주전들의 체력을 비축한 TG는 김승기, 양경민 선수의 수비력에 기대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흔히 동양의 농구를 ‘신바람 농구’라고 부른다. 팬들을 열광시키는 속 시원한 속공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동양의 농구스타일은 사실 잘 짜여진 모션 오펜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의 모션 오펜스는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과 김승현의 재치있는 패스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스피드가 빠른 김승현과 나머지 동양 선수들의 한 발 빠른 움직임에 또다시 분위기를 뺏긴다면 TG는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도 어려운 경기를 풀어야 할 것이다.
반면 TG는 파이팅이 좋은 김승기 선수가 동양의 ‘컨트롤 타워’인 김승현의 패스와 골밑 돌파를 무디게 하고 양경민이 1,2 차전과 같이 김병철의 외곽포를 잠재운다면 승리를 얻을 확률이 매우 높다.
4차전에서 동양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TG는 동양 수비를 일격에 무너뜨릴 수 있는 촌철살인의 어시스트와 안정된 볼 핸들링을 할 수 있는 ‘농구9단’ 허재의 게임 조율이 절실한 상황이다.
***스파크플러그 박재일 vs TG의 보물 양경민**
동양의 박재일은 명지대 시절부터 잠재력을 보유한 선수로 통했다. 농구계 일각에서는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된 수비력에 190cm의 신장에 비해서는 날렵한 몸놀림을 가진 박재일이 슛의 기복이 심하다는 한 가지 약점만 제외하면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다라는 말을 해왔다.
큰 경기에서는 간판선수들의 활약이외에도 속칭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박재일 선수는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TG의 주포인 데이빗 잭슨을 7득점으로 꽁꽁 묶었으며 공격에서도 스스로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등 팀 플레이에 앞장섰다. 박재일 선수가 4차전에서 잠잠했던 농구코트에 갑자기 불꽃을 튀기는 스파크플러그의 역할을 재연출한다면 TG는 힘든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한편 TG는 양경민 선수가 공,수에서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잭슨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양경민의 중거리 포는 TG 공격의 숨통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왔으며 김병철의 전담 수비요원으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3차전 3쿼터부터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 양경민이 발빠른 김병철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가는 4차전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세트 오펜스’에 능하지 않은 팀은 큰 경기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NBA의 속설이 있다. 오늘 펼쳐질 동양과 TG의 게임에서도 누가 더 안정된 세트 오펜스를 해 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세트 오펜스’라는 측면에서 김승현을 보유하고 있는 동양은 TG에 비해 우세하다. 하지만 TG도 김주성, 데릭스의 인사이드 플레이가 호조를 보인다면 동양과 세트 오펜스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다.
정신력으로 동양에 맞서고 있는 TG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LG와의 플레이오프 때 겪었던 ‘홈구장 패배’의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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