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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린 배를 살 순 있으나 정신은 못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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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린 배를 살 순 있으나 정신은 못산다"

로이터 통신이 전한 '아랍민중의 말,말,말'

미군의 바그다드 흔들기 작전이 이어지면서 이라크전의 승기가 이미 미-영군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미-영군이 "사로잡겠다"고 공언한 아랍인들의 민심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미국에 대한 분노는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7일(현지시간) 후세인의 철권통치에서 이라크인들을 해방시키겠다면서 무고한 아랍인들의 희생만을 양산하는 미국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반미감정 폭력으로 비화**

로이터 르포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 신문 '알 두스투어'에 실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 컷의 만화는 아랍인들의 냉소와 분노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사진: 삽화>

이 삽화에는 이라크인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장기와 뇌를 가리키며 “여기에 마음이 있다!” “정신도 있다!”고 반가워하는 미-영군 병사들이 등장한다. 이는 ‘이라크인들을 해방시키고 아랍인들 마음(hearts and minds)을 사로잡겠다’는 미국의 공언에 대한 실랄한 풍자로 미국에 대한 아랍 민심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친미정부가 들어서 있는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민들은 자국 영토에 미군이 주둔해 있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며 미국 상품 불매운동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같은 반미감정은 비단 냉소와 분노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미국인들에 대한 폭력과 협박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의 한 카페에서 앉아있던 아랍인들은 서방 출신으로 보이는 기자를 향해 “이라크 만세”라고 외쳤고 길거리를 지나는 서방 여성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암만의 한 택시기사는 “어디 가서 미국인이라고 하지 마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랍국 주재 미국 외교관 가족들이 테러 위험을 피해 본국으로 러시를 이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국에 대한 아랍인들의 분노가 미국 출신 민간인에 대한 분노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의상실 종업원은 “더이상 미국 물건을 사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서구식 교육을 받은 고위층 요르단 여성조차도 “분노가 너무너무 깊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한 기업가는 미국상품 불매운동으로 사우디내 맥도날드 매출이 현격히 줄어들었다고도 전했다.

미국인과 미국계 사업장에 대한 폭력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레바논 보안군은 지난 주말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한 맥도날드 상점 주차장에서 폭발물을 장착한 차량 한대를 발견했다.

<사진: 아랍 반미 시위>

***아랍인들의 말, 말, 말**

이같은 반미감정과 불신은 전쟁 이후에도 중동을 불안케 할 커다란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지 정치분석가의 지배적인 견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렇게 되면 석유를 비롯, 미국이 이 지역 점령을 통해 얻으려 했던 여러 이권들조차 보장받기 어려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전쟁 없는 승리’를 외치던 미국이 ‘이기고도 지는 전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은 로이터와 인터뷰한 아랍인들의 말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전쟁으로 굴복시키려 하는 것에 대해 아랍인들은 매우 화가 나있고 실망하고 있으며 동요하고 있다.”(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

“아랍인들의 태도는 악화됐다. 희생된 이라크인들과 이라크내 미군 검문소를 보고 반미감정은 더 커졌다. 미국과 영국이 중동에서의 장기적인 이익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자 할 때, 아파치 헬기는 민주주의를 수출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아랍인들의 여론에 달려 있다. 미국은 물과 식량으로 이라크 남부 주민들의 고픈 배를 살 수 있겠지만,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살수는 없다.”(요르단 정치평론가 우라이브 란타위)

“후세인이 제거돼도 기쁠 게 하나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바그다드에 꼭두각시 정권을 세워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할 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미국이 약속한 평화가 아닌 새로운 폭력의 물결을 볼 것이다.”(오만의 한 교사)

“불타오르는 증오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는 미국 기업들과 계속 무역 거래를 하겠지만 주민들의 불매운동이 더 커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 맥도날드에 가지 말라고 하고 내 아내는 미국 상품을 사지 말라고 한다.”(사우디 기업가이자 사우디 왕실 자문위원인 압둘-라흐만 알 자밀)

“이라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워싱턴의 전쟁은 침략군의 손에 있는 식량을 받도록 협박하는 것이거나 굶어 죽게 하는 것이다”(일간 요르단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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