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 대해 "명분론에 발목 잡혀 한미관계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보다 우호관계와 동맹의 도리를 존중,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주고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파병동의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후 첫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이라크전 사태에서 보았듯 미국은 북핵문제에 관해 명분에 따라 태도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굳건한 한미동조가 중요하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울 위한 파병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등한 한미관계는 국민의 안전이 확보됐을 때 의미가 있다"며 "명분을 중시해온 제가 파병을 결정한 것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전쟁을 막아야할 책임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어려운 경제도 생각한 것"**
노 대통령은 또 "많은 국제투자자들을 만나본 결과, 전쟁의 현실성보다 한미관계의 갈등을 더 큰 불안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파병결정은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파병 결정은 경제도 고려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의원들에게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이는 대통령의 성의를 보고 결정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당당하게 소신을 가지고 국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며 파병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는 "이라크전 파병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도 "대통령이 고심했다는 흔적이 드러났다"면서 "국익을 우선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당은 이날 오후 2시 열릴 본회의에 앞서 의원 총회를 갖고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파병 동의안 표결은 당초 한나라당이 3일 처리를 주장했으나 이날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되도록이면 2일 처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 총무는 파병 찬반 토론자 수를 각각 2명으로 제한할 것을 민주당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날 노 대통령 연설문 중 이라크전 파병 문제와 관련된 연설 부분이다.
***노대통령, 파병 관련 연설 전문**
많은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이라크전 파병을 반대하고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이번 전쟁이 명분 없는 전쟁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이라크전에 파병했을 경우 미국이 북한을 침공했을 경우 이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명분론에 근거한 현실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세계질서도 명분에 의해 움직여가는 시대가 와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아직은 명분이 아니라 힘의 질서가 국제질서를 움직이고 있다.
저는 명분을 중시해온 정치인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이상으로 추구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고 심지어 정치인으로서 자질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3당 합당 때도 그랬고, 95년 통합 민주당이 분열될 때도 그랬다. 지난번 대선 때 정몽준 의원과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이후 공동정부를 요구해왔을 때 많은 참모들이 그 제안을 수용하라고 권고했다. 그렇게 하면 이기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다고 했다. 차라리 저는 패배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명분을 선택했다.
그렇게 했던 제가 이번에는 파병을 결정하고 여러분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다. 저에게는 여러분의 안전을 지켜야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 선택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정에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을 수도 잇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즈음 책임 있는 당국자들도 미국의 대북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래서 저는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과의 이견은 대화를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다행히 이견은 해소됐거나, 해소되고 있는 상태다. 지금은 미국의 어떤 책임자도 대북 공격을 언급하지 않는다. 윤영관 외교장관은 최근 방미했을 때 파월 미 국무부 장관, 라이스 미 안보 보좌관을 통해 이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이제 겨우 발등의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
저는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명분론에 발목 잡혀 한미관계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 보다는 오랜 한미동조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는 어떤 전쟁도 없다. 우리와 합의가 없는 한 북핵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등한 한미관계는 국민의 안전이 확보됐을 때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당선자 시절부터 선(先)북핵문제 해결 후(後)소파 개정을 얘기해왔다. 이라크전 사태에서 보았듯 미국은 북핵문제에 관해 명분에 따라 태도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굳건한 한미동조가 중요하다.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하겠다. 저는 국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한반도에 전쟁이 없을 것임을 국제투자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본 결과, 전쟁의 현실성보다 한미관계의 갈등을 더 큰 불안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파병결정은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이는 대통령의 성의를 보고 결정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당당하게 소신을 가지고 국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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