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상가지역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14명이 사망한 데 이어 28일 또다시 5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이라크는 ‘평화’가 아닌 ‘전쟁’을 택한 부시에 대해 노골적인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다.
***‘민간인 밀집지역 폭격으로 분노에 떨고 있는 이라크 시민’**
로이터는 28일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이 있은 뒤 부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이라크 인들의 외침을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
바그다드 야채시장에서 놀다가 폭격으로 5살짜리 아들을 잃은 라소울 하메드 나지드는“이것은 범죄행위다. 내 이빨로 부시를 갈갈이 찢어 죽이고 싶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말문이 막힌 채 서 있는사드 아브드 카심의 친구들은 “카심의 아이들, 부인, 그리고 며느리는 이번 폭격으로 모두 죽었다”고 전했다.
30세의 에야드 아바디는 “폭격기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소리를 들었고 우리는 폭탄이 우리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폭발음을 들었다. 내 가게는 무너졌지만 나는 무사해서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28일에 있었던 미국의 공습은 주로 시아파 회교도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바그다드 북서부의 인구밀집지역인 슐라에 퍼부어졌다. 이 폭격으로 대부분의 단층짜리 가게는 폐허로 변했고 곳곳에는 깨진 유리창과 피로 뒤덮였다.
로이터 통신의 현지 특파원은 10구의 시신을 목격했다. 그는 또 너비 2m, 깊이 0.5m의 포탄자국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폭격으로 심하게 손상됐다. 아부다비 TV는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은 아마 이 시장(알 네세르 시장)을 폭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군은 주초 바그다드 민간인 거주지역을 폭격한 것은 이라크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까지 미군은 금요일 민간인 지역 폭격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부상당한 시민들을 돌보기 위해 친지들이 모여든 알 누르 병원 주변은 혼돈과 공포의 장면 그 자체였다.
폭격으로 3살박이 아들이 심하게 부상당한 알리 카딘은 “부시가 말하는 인간애가 이것인가? 그에겐 자비로움이 전혀 없다. 신이 그를 심판할 것이다”라고 절규했다.
의사인 오사마 사카리는 “폭격으로 55명이 사망했고 47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특히 그중 15명은 어린아이였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공보부 장관 모하메드 사에드 알 사하프는 “적어도 5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카리는 “이 병원에서 모든 부상자를 치료할 수 없어서 우리는 부상자들을 바그다드에 있는 두 개의 다른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카리는 “나는 만약 그들의 자식이 부모의 품 안에서 죽는다면 그들은 어떤 느낌일지 부시와 블레어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부시와 블레어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의를 한 후 이번 전쟁은 대량 살상용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는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금요일 민간인 밀집지역에 행해진 미국의 폭격을 보면서 아랍권을 비롯한 전세계의 방송은 이라크 사람들에게 미국의 공격이 (이라크 민간인이 아닌) 후세인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명분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고 논평했다.
다리에 큰 자상을 입은 사딜 자바 후세인은 “나는 금요일 폭격당한 시장의 이름이 ‘승리(Nasr)’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부시와 블레어가 화가 나 공격을 한 것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폭격은 이라크인들의 항전의지에 불을 붙였다”**
한편 캐나다 일간지 터론토스타도 지난 27일 미국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평범한 이라크 시민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 신문은 미군의 폭격이 있기 전까지 바그다드 시민들은 '평화'를 얘기했으나 미군 폭격이 시작된 이후에는 복수심과 함께 항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온 평화운동가 로버트 터콧은 “이라크 인들은 (연일 계속되는) 미국의 폭격으로 그들의 형제자매들을 지켜야 한다는 항전의지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터콧은 “이라크 인들은 폭격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평화’만을 외쳤지만 가족친지들이 부상당하면서 그들은 항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이 원인을 제공한 (이라크인들의) 분노는 결국 더 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죽을수록 더 많은 이라크 사람들을 싸우게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지난 2월 기독교 평화운동 단체의 일원으로 이라크를 찾은 리사 마르텐스는 “지금 바그다드에 사는 것은 죽음의 공포 속에 있는 것과 같다”며 두려움을 표시했다. 마르텐스는 “폭탄이 당신에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비참한 일이다”라며 주로 사막지대에서 전투를 했던 걸프전때와는 달리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이번 전쟁의 현실을 고발했다.
5개월전 바그다드에 와서 머무르고 있는 뉴욕시 출신의 54세의 간호사 캐시 브린은 “(최근의 폭격은) 내가 봤던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브린은 “이것은 학살이며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고 밝혔다.
브린은 이어 한 이라크인 친구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당신네 대통령에게 이제 '인도주의적 원조'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말라고 전해 주시오. 부시에게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고 말해 주시오. 우리의 생명과 우리의 집이 파괴되고 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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