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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이라크 반체제세력의 고민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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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이라크 반체제세력의 고민과 희망

‘미 군정 오래가지 말고 민간인 피해 줄여야’

전쟁이 끝나고 후세인이 몰락한다는 가정하에 미국은 벌써부터 전후 복구와 통치 계획을 세우며 동맹국인 영국과의 이권다툼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 철권통치를 피해 이라크를 떠난 이라크 반체제 세력들은 미국의 군정이 단기간에 마무리돼 이라크인들로만 구성된 과도정부가 조속히 세워지길 바라고 있다.

반체제 인사들 중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세력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반 후세인 봉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이 증명되자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에 손실을 입은 미국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해 민간인 피해가 양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이들이 미군정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또하나의 이유기도 하다.

다음은 이집트 최대 일간지 알 아람의 주간판 알 하람 위클리 최신호(3월 27일자)에 실린 ‘최악과 싸우기(Bracing for the worst)’라는 제목의 기사다. 떠나온 조국에 대한 이들의 절망과 희망을 들어보자.

***‘최악과 싸우기’**

이라크전쟁 발발 1주일이 지났고 이라크군은 예상외로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라크문제 전문가들과 망명 이라크인들은 이같은 저항이 계속된다면 미국이 첨단 무기를 사용해 전쟁을 끝내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첨단무기의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미민주주의기금(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의 이라크문제 전문가인 리스 커바 박사는 “이것은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망명한 이라크 반체제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커바는 대부분의 망명 이라크인들 사이에서 그같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은 민간인들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미-영군이 이라크 남부 바스라를 공격 목표로 하겠다는 결정을 한 후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커바는 미국의 승리를 의심치 않으면서도 미국은 지금의 전략을 계속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두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첫째는 전쟁을 느리게 진행시키면서 후세인 체제의 붕괴를 기다리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특정 표적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무력으로 이라크의 기반시설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커바는 이 경우 민간인들이 치러야할 대가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이라크 반체제인사들도 이같은 우려를 갖고 있으며 미국이 예상치 못했던 손실을 앙갚음하고자 보복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갖고 있다.

전쟁이 2주일째에 접어들고 이라크의 저항도 계속되면서 이라크 반체제 세력 일부에서 내놓았던 이라크의 구도가 비현실적이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서구 언론들은 전쟁이 나면 이라크 내 시아파 국민들과 북부 쿠르드족이 미국을 도울 것이라고 관측했었다. 그러나 개전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 예상은 맞지 않고 있다.

커바는 이라크국민의회(INC) 소속 인사들을 비롯해 이같은 억측을 내놓은 반체제 인사들을 비난했다. 카밀 알 마흐디 영국 엑스터 대학 중동 경제학 교수의 견해도 커바와 같았다. 망명한 이라크 반체제인사이기도 한 마흐디는 이라크 내부의 반란은 오히려 부시 행정부와 동맹관계인 이라크 반체제 그룹들을 당황스럽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그룹들은 미군이 이라크에 들어가면 이라크 내부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억측을 늘어놓았었다. 마흐디는 “이라크 반체제인사들 중에는 이번 전쟁이 미-영 군대가 공원에 산책하러 가는 것인 양 묘사한다. 그들은 이라크 공화국수비대가 180도 입장을 바꿔 후세인에 대한 시아파들의 봉기에 합류할 것이라고 미국인들을 현혹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체제 인사들 이라크 현실 모른다"**

알 마흐디는 이라크의 강력한 저항을 언급하면서 반체제세력들 이라크의 현실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이라크인들의 이해관계와 의지를 대표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그들에게 후세인 이후의 지배를 맡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망명한 주요 이라크 반체제 세력 어느 누구도 전쟁의 장기화에 대한 논평이 없었다. 그러나 여러 이라크 반체제 단체의 대표들은 전후 자신들의 역할과 전후 이라크 운영에 관한 미국의 논의에서 배제된 사태에 관해 비밀 회의를 가졌다고 런던에서 발행하는 알 하야트 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쿠르드민주당(KDP), 쿠르드애국동맹(PUK),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회의(SCIRI), 이라크국민회의(INC)의 대표들은 성명서에서 “후세인 몰락후 이라크를 이끌 과도정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라크 과도정부에 관한 논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몫인 것 같다. 한편 전후 이라크 운영에 관해 두 사람간의 미묘한 의견차가 있는데, 블레어 총리는 재건 과정에 유엔이 참여해야 한다고 분명히 인정하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은 유엔이 전쟁 직후의 인도적인 지원에만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전후 이라크 운영을 위해 만든 영국의 비밀 기구가 미 국방부와 수주동안 후세인 축출과 군정(軍政)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타임스는 퇴임 미국 장성들이 군정의 주요 직책을 맡게 될 것이고 외교관과 보좌 인력들이 “미 국방부에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내용을 확인한 뉴욕타임스는 25일 제이 가너 예비역 육군 중장이 민정 총 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너는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다.

***미 군정보다 유엔 신탁통치 선호**

이같은 사실은 유엔이 별다른 역할을 맡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언론들은 또 미 국방부가 이미 군정의 핵심 인물들을 임명했으며 모술, 바그다드, 바스라 등을 통제할 지역 통치자들도 정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들은 각각 약 12명의 핵심 보좌관들을 거느릴 것이며 대량 1백여명의 “자유 이라크인”을 망명 세력이나 이라크 현지 잔류 세력들 중에서 뽑아 임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를 듣고 커바는 점령국이 될 미국이 결국 국제법에 따라 이라크를 운영하고 이라크의 민간 정부가 들어설때까지 법과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체제 세력에 가담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는 최소 몇 주에서 최대 두 달정도의 단기간동안 미국이 책임을 지고 그후에는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과도 정부로 통치권을 넘겼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목표의 달성을 위해 4백~5백여명의 망명한 반체제 지식인과 정치인 등이 참가하는 회의가 2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릴 계획이다. 이 회의를 주도하는 이라크민주연합의 알 타허는 이 회의의 참석자들이 이라크인들을 대표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에 의한 신탁통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는 상황을 목격할 것이나 미국의 점령기간이 짧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해 민간정부를 구성하는데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알 타허는 미국과의 어떤 사전 조율도 없다고 말했으나 런던에서 열릴 회의에는 “미국 대표”도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는 이라크인들을 대표할 정당성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있을 예정이고 이라크에서 자유선거를 치르기 전까지 과도정부를 구성할 사람들도 뽑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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