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하고 있는 국가에게 경기장에서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전쟁에 무관심한 일본축구계를 향해 가와구치 골키퍼가 던진 반전 메시지이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26일(현지시간) 일본축구 대표팀의 골키퍼 가와구치의 '반전메시지'를 소개해 일본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와구치는 "나는 전쟁이 싫다. 이라크 전쟁 때문에 우리는 미국 원정경기도 갈 수 없게 됐다"고 밝히며 "이제 우리는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두 나라가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이라크 전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같은 발언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전부터 나카타와 함께 일본 '신세대'를 대표하는 꽃미남 축구선수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가와구치는 2001년 10월 잉글랜드 1부리그(프레미어리그의 하위)팀 포츠머스로 이적한 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잉글랜드에서 부진한 플레이를 했던 가와구치는 2002 월드컵에서도 나라자키 세이고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넘겼으며 월드컵 이후 펼쳐진 자메이카, 아르헨티나와의 A매치에서도 일본축구 대표팀 감독 지코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가와구치는 28일 펼쳐질 예정인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주전 골키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매치에만 53번 출장했던 가와구치는 "비록 내가 2군에서 오랫동안 있었지만 지코 감독이 나를 보러 포츠머스에 찾아 온 후부터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가와구치는 "만약 내가 주전 골키퍼가 된다면 지코 감독과 새 일본 대표팀, 그리고 나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일본 팬들에게 내 기량의 전부를 보여줘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가와구치는 "우루과이는 강한 팀이며 게임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 지 잘 아는 선수들로 구성돼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와구치의 반전메시지는 그 의미가 크다. 오는 28일 일본과 우루과이의 경기 다음날 우리나라는 콜롬비아와 친선경기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도 콜롬비아와의 게임에서 정정당당하고 멋진 플레이로 '국가간의 전쟁은 경기장에서 펼쳐져야 한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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