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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도박, 앞으로 사흘이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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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도박, 앞으로 사흘이 고비

<전황 분석> 부시, '수렁'에 빠져들고 있나

91년 1차 걸프전때 아버지 부시는 지상군 투입후 49시간만에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1백시간 후에는 사격 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12년후, 또한번의 이라크 침공을 단행한 그의 아들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개전 1백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9시30분(바그다스 시간 기준, 한국시간 24일 오후 3시 30분) 미·영 연합군의 목전에는 과연 승리가 놓여있는가.

대답은 단연코 '아니오'다. 승승장구는커녕 고전의 연속이다. 외신의 표현을 빌자면 '덫'에 걸려 있고 '도박'을 하고 있으며 '수렁'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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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걸프전식 승리는 이미 물건너 가**

지상전 개전 1백시간을 기준으로 1차 걸프전과 현재의 전황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1차 걸프전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70만 연합군은 38일간의 기나긴 공습을 이라크에 가한 후 쿠웨이트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지금의 미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 당시 합참의장이 주도하고 노만 슈워츠코프 사령관이 진두지휘했던 '사막의 폭풍작전'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이라크군을 후퇴시켰다. 이라크는 최정예로 알려진 공화국수비대를 내세워 버텨보려 했지만 병력 유지에 급급했던 일반 부대의 퇴각으로 49시간만에 쿠웨이트 국경을 완전히 벗어났다. 쿠웨이트 영토 회복이라는 한정된 목표만을 갖고 있었던 연합군은 그것으로 이미 '승전군'이 되었다.

12년 후인 2003년 3월 20일. 후세인 축출과 '체제 교체'를 목표로 바그다드를 향해 크루즈 미사일을 쏘면서 전쟁을 시작한 미·영 연합군은 쿠웨이트를 통해 이라크 남부 국경을 넘는 지상전을 동시에 시작했다.

개전후 처음 하루 이틀은 파죽지세인 듯 했다. 후세인 사망설이 나돌았고, 심리전 요소를 제하더라도 수천명의 이라크군이 저항없이 투항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 미군 야전사령관은 선발부대가 수도 바그다드 남쪽 160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미·영 연합군의 입장에서는 불길한 소식이 들려왔다. 1차 점령 목적이었던 남부 바스라와 움 카스라는 좀처럼 함락되지 않았고, 설령 성조기가 올려졌다 하더라도 게릴라 전술을 사용하는 이라크 민병대와 항복 포로들에 의한 후방 교란이 계속돼 완전한 장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군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인 존 아비자이드 중장은 "주전선의 배후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게릴라 유격전술에 의한 저항이 거세다는 점을 인정했고 "23일은 개전 이래 가장 격렬한 저항이 있던 날"이라고 털어놨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아에서 1백여명의 미·영군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는가 하면 이라크군에 생포된 미군이 텔레비전에 등장했으며 급기야 24일 오전(현지시간), 그간 사망설이 나돌던 후세인이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건재를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선발부대가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우회공격하면서 전선만 확대돼 피해자 수가 늘고 있다. '역전'은 아니지만 '교착' 혹은 '혼전' '고전' 이라고 부를 만한 전세가 된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일지 모른다는 소문은 유가를 반등시켰고 달러화 가격을 하락시켰다.

미·영 연합군은 현재 소수의 특수부대를 활용한 기습 공격으로 바그다드를 점령하는 전술을 준비중이다. 그같은 전략이 개전 전부터 준비된 것인지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이를 '도박'이라고 했다. 군사전략 분석가들은 미·영 연합군의 기습 작전이 도박으로 판돈을 거머쥐거나 엄청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을 판가름할 결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미 MSNBC 방송의 분석가인 댄 구어는 "앞으로 사흘동안 벌어질 일들은 미국의 작전이 지나친 것인지 아닌지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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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산 넘어 산'**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점령작전이 도박인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이 대적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데에 있다.

17만 병력이 동원되는 바그다드 진격에서 미·영 연합군은 후세인의 최정예 부대인 특수 공화국수비대(SRG) 4개 여단 3만 병력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

이라크의 관리들은 이 최정예 부대가 후세인의 아들 쿠사이가 이끄는 대통령 비선 경호조직인 특별안보기구(SSO)와 함께 바그다드 안팎에 배치되어 전투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SSO는 한편 각지에서 전투를 벌이는 이라크 정규군에 배치되어 전투를 독려하고 투항하려는 군인들을 단속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투항 이라크군은 진술하고 있다.

특수 훈련을 받은 중무장 부대인 SRG와 SSO 병력은 3만5천명이 넘고 바그다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다. 여기에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의 명령을 받는 후세인의 준군사조직 '사담 페다인'까지 합류할 예정이고 2천명의 대통령 수비대도 가세한다.

페다인은 지난 23일 남부 나시리아에서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북쪽으로 진격하려던 미 해병대에 반격을 가해 진격을 무산시켰던 민병대다. 이라크 군사 전문가이자 전 미 중앙정보부(CIA) 분석가인 케네스 폴락은 페다인을 "폭력배 집단과 가미가제 특공대의 정출형 부대"로 묘사했는데, 최근 수년간 장비를 개선하고 정식 훈련을 받아 반드시 경계해야할 부대로 10만을 상회하는 병력이다. 페다인은 미군을 고전케 하는 유격전에 더욱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예 부대로 알려진 이라크 공화국수비대는 비단 수도 방위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벌이는 이라크 정규군에 투입돼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전장을 이끌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Q"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부시가 그토록 자신했던 전투력만을 봐도 상대는 만만찮은 적수인 것이다. 반전여론이나 날씨 같은 '잡다한' 요소들을 다 제쳐두고 따진 것이 그렇다.

이라크는 이제 단호한 항전결의를 넘어 자신감까지 표하고 있다. "최후의 일각까지 싸울 것"이라는 술탄 하산 아메드 이라크 국방장관의 23일 선언에 이어, 이라크군 총사령관인 하짐 알 라위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라크는 미국인들의 수렁(Quagmire)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는 서방 언론들을 겨냥, "수천명의 군대가 항복했다는 당신들의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사이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이번 전쟁을 충격과 공포라고 명명한 미국인들이 충격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조롱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미국인들은 바그다드 남쪽 160~180 킬로미터까지 북상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3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러나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의 어떤 마을이나 도시로 들어가건 지금 움 카스르에서의 고전 상황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탱크가 폭파되는 것을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영의 사정은 딴판이다. 미국과 영국의 고위 관리들은 전쟁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24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세는 악화될 수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조짐은 없다고도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미권 언론에서도 드디어 'Q'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Q는'Quagmire'의 앞 글자로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처한 상황을 상징했던 말이다. 미국인들, 특히 미 군부에서는 이 말을 가장 치욕스럽고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4일 '이라크는 미국의 수렁이 될 것인가'라는 기사로 그 포문을 열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부시 대통령과 미·영 연합군이 맞닥뜨린 상황은 한마디로 산 넘어 산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지상군 투입 100시간만에 이기는 모습을 본 부시 대통령은 그로부터 12년후 개전 100시간만에 곤혹스런 처지에 빠지게 되었고 앞으로 넘어야 할 능선은 많다. 부시의 도박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부시는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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